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캣맘’이 약속된 시간에 먹이를 갖다 놓자, 잠시 후 길고양이가 와서 맛있게 밥을 먹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이렇게 길고양이 급식소를 들이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아파트 대표 회의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고 나면 지자체에서는 관리자로 캣맘을 지정하고 교육한다. 설치 후에도 캣맘은 급식소로 찾아오는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도와야 한다.
그런데 급식소를 만든 뒤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여러 곳에서 무분별하게 밥 주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위생 관리가 쉬워졌고, 급식소로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이 중성화 수술을 마쳐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해졌다. 길고양이의 동선도 적절히 통제됐다. 이런 긍정적 기능 때문에 최근 길고양이 급식소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강남구에서만 벌써 아파트 단지 9곳에 설치됐다.
도심에서 태어나 도시인들과 함께 살게 된 길고양이들. 인간과 공존하는 길을 하나씩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