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대변한 키워드는 ‘폭락’이었다. 2023년 역시 비관적 전망이 많았으나, 예상과 달리 일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상승했다.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전혀 녹록지 않다. 26년 만의 최장기 무역 적자가 나타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7개월 연속 수출이 줄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5% 급감했다. 체감 경기 역시 좋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긍정적 사인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시그널을 읽고 시장을 바라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이런 시점일수록 데이터를 살펴보며 합리적 해석을 하고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픽=송윤혜

◇코로나, 글로벌 자산 버블을 키우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경제를 끝 모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질병의 빠른 확산과 이에 대한 두려움은 경제 활동을 가로막았다. 어떤 이들은 직장을 잃었고, 집세도 못 내는 형편이 됐다.

각국 정부는 (당연하게도) 무한정 자본을 푸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면서, 무너지는 자본시장을 지탱하려고 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역사상 가장 낮은 0.5% 수준에 이르렀다. 금리 인하 효과는 무서웠다. 실물경제 흐름과는 상관없이 증권, 부동산, 코인 등의 가격을 폭등시켰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많은 자금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그 많은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들어가 가격을 올린 것이다.

유동성 강화는 인플레이션을 낳았다. 수중에 돈이 많아지면 과거부터 갖고자 한 재화를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라도 매입하려 한다. 당연히 재화 가격이 올라간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은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

유동성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미국은 1년 반 사이 0%대에서 5.25%까지, 우리는 3.5%까지 빠르게 인상했다. 주식시장은 크게 조정받았고, 부동산시장 역시 2022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서울은 평균 2021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국채 10년물과 부동산 수익률

기준금리는 국채 10년물 금리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대개의 경우, 기준금리보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높다. 부동산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경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신규)과 매우 긴밀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높아지게 돼, 자연적으로 부동산 매수세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은 정체 혹은 하락한다.

여기서 국채 10년물 금리와 부동산 수익률, 나아가 부동산 가격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국채)은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진다. 상대적 위험자산인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은 국채 수익률보다 보통 높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라고 하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4% 이상이 돼야 한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금융 분야에서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느냐 하락하느냐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부동산 수익률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념할 부분은 부동산 수익률의 작동 방식이다. 부동산 수익률은 1년치 임대료를 부동산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10억원 건물의 수익률이 4%인 경우, 1년 임대료는 4000만원이다. 만약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동산 수익률도 오르는 경우, 분자인 임대료가 상승하거나 분모인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분모인 가격이 움직인다. 임대료는 ‘전·월세 2년 만기’와 같은 계약 기간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부동산 수익률과 부동산 가격은 반비례한다. 결론적으로 기준금리 상승은 (많은 경우)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며 이는 부동산 투자 수익률 상승(즉,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문제는 2022년 10월부터 기준금리 방향과 따로 움직이는 국채 10년물 금리 흐름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채 10년물 금리 흐름을 봐야

20일 기준 대한민국 기준금리는 3.5%인데 반해 국채 10년물은 3.42%이다. 2022년 10월 4.6%를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3.3~3.4%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예상과 달리 2023년 1분기 일부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가격이 반등한 것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4.6%에서 3.3%대로 빠르게 떨어지면서 나타난 효과로 볼 수 있다. 즉, 국채 10년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2021년 후반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부동산 수익률도 상승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그런데 2022년 10월부터 국채 10년물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췄고, 일부에서는 급매 등 가격 상승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은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주시해야 할 것은 기준금리보다는 국채 10년물 금리의 흐름이다. 만약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면, 서울 부동산은 다시 조정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횡보한다면, 부동산 가격은 지루한 정체가 나타날 수 있다.


※용산지구 파산을 경고하고 부동산 폭락을 예측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경민 교수가 ‘김경민의 부트캠프’ 연재(월간)를 시작합니다. 다음 회부터는 김 교수가 독자들의 질문들 중 하나를 골라 답합니다. 부동산 트렌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