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저는 기재부가 검찰 독재에 적극 협조할 뿐만 아니라, 경제주권과 통화주권까지 팔아넘기면서 매국적인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월 22일 열린 국회 기재위,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질의에 나선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시종일관 화가 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모욕을 줄 수 있을지 연구라도 한 듯, 자극적인 표현도 수시로 나왔다. 추 부총리가 반박하려 하자 그녀는 시간이 없다면서 말을 끊었다.

“총리께선 ‘입벌구’라는 말 아세요? 입만 열면 구라라는 건데, 제가 ‘입열거’라고 새로 만들게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계세요.” 이 모욕적인 말에 추경호가 발끈했지만, 양경숙은 손가락질을 하며 그를 제지했다. “들으세요! 듣고 답변하세요!” 겨우 답변할 시간을 얻은 추경호가 따졌다. “제가 거짓말한 거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 양경숙은 그 사례를 대지 못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게 지옥에 가깝지 않습니까?”

경제가 안 좋을 때 야당 국회의원이 해당 분야 장관을 질타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 하지만 양경숙의 말을 아무리 들어봐도 그런 자질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프로필을 뒤졌다. 숭실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행정학 박사, 민주당에서 30년간 근무, 21대 총선에서 비례 17번에 배정받아 마지막 순번으로 당선. 경력 어디를 봐도 그녀가 표방하는 ‘재정정책 전문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전문가로서의 능력보단 막말로 매스컴을 탔다. 2020년 국감 때 한국은행 총재에게 “ 너나 잘하세요, 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조롱했고, 같은 해 8월 업무보고 때는 “총재는 경제 전망치를 잘못 예측하는 담당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의향이 있느냐”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작년 이태원 참사 당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 양경숙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상대로 말한다. “공포탄이라도 쏴서 길을 내든지, 비상 사이렌을 울리든지, 156명 청년들을 왜 못 살렸느냐?” “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광주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말 어디에도 당면한 위기를 잘 수습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이상민 장관에게 패드립을 친 강선우와 상습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김의겸 등등 야당의 국무위원 무시 사례는 끝이 없다.

야당 의원들은 왜 이러는 걸까? 전문성은 물론이고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도 어느 정도 검증된 국무위원보다 민주당 의원들이 나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전과 4범에 어마어마한 사법리스크를 지닌 분이 대표를 맡고 있고,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십 수명에 달하며, 코인 투자를 하다 걸리자 탈당하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분도 있고, 대법원 판결이 계속 미뤄진 덕에 의원직을 유지하는 최강욱 같은 분도 있는 게 민주당 아닌가?

혹자는 국무위원 무시의 근원을 한동훈 장관에게서 찾는다. 검사장으로 부산에 좌천돼 있던 2020년, 채널A 기자와 대화 도중 당시 법무장관이던 추미애에게 “일개 장관”이란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이를 앙갚음하기라도 하듯, 좌파 인사들은 한 장관을 지칭할 때 ‘일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붙인다. 황운하 의원은 “일개 법무부 장관이 국회 입법권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일개 장관 후보자가 전화 한 통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110명의 결정(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고 직업윤리와 양심을 거론하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다”, 김의겸 의원도 얼마 전 “일개 장관도 이러지는 않는다”며 한 장관을 비꼰 바 있다.

이런 발언들이 유치한 이유는, 한 장관이 ‘일개’라고 말한 맥락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서다. 문제의 발언이 아는 기자와의 사적인 대화 도중에 나왔다는 점은 넘어간다 해도, 한 장관이 말한 ‘일개’는 장관을 모욕 주기 위함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어서다. 청와대가 울산시장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들이 기소됐던 그때, 추미애는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며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라는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일개 (법무)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 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여기서 ‘일개’는 국민 앞에서 장관은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뜻. 이건 초등학교 수준 문해력만 있어도 충분히 알지만, 좌파들에게 바라는 건 사치다.

그 당사자인 추미애도 대정부 질의 도중 나온, “한동훈 검사장이 일개 장관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최강욱의 질문에 “일개 장관이라는, 검사장이라는 검찰 간부로부터 그런 막말을 듣고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며 자신의 수준을 증명한 바 있다. 심지어 좌파들은 최강욱에게 거친 말을 들은 한 장관이 “저도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느냐?”고 답변한 것을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하고 있으니, 좌파들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그나마 “어떻게 일개 법무부 장관이 시민을 향해, 국민을 향해 그렇게 막말할 수 있느냐?”고 말한 참여연대 대표가 ‘일개’의 의미를 제대로 쓴 유일한 사례지만, 그의 말은 ‘지난 정권은 참여연대 정권’이란 한 장관의 말에 반박하는 차원이었고, 여기엔 ‘참여연대’를 ‘국민’과 등치시키는 과대망상이 담겨 있다.

이렇듯 문해력 떨어지는 의원들이 대부분 내년 총선에 출마해 다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 예정이라 두렵다. 예컨대 서두에 언급한 양경숙은 전북 임실 출신이란 점을 내세워 전주에서 재선에 도전 중이고, 가짜 뉴스의 화신인 김의겸은 군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인연으로 군산에 도전장을 냈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광명 일대 땅을 산 게 인연의 전부인 양이원영은 광명에 출사표를 냈다. 이런 이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선출직이라고 으스대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을까? 너무 수준이 떨어지거나 범죄 전력이 심한 후보는 선관위 등에서 걸러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무위원에 대한 질타는,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