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2~3년 안에 총을 든 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할 겁니다.” 유튜브에 나온 박상수 변호사가 한 말이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참여연대가 설전을 벌인 것을 계기로 그를 알게 됐다. ‘한동훈 장관이 퇴출 1순위’라는 참여연대의 발표에 한 장관이 “주전 선수가 심판인 척해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 문제”라고 응수해 시작된 그 싸움 말이다. 이 대목에서 등장한 이가 바로 박상수 변호사(이하 박변). 참여연대 출신인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참여연대의 민낯을 드러내 줬다. “2017년 후 정부 요직을 꿰차는 참여연대 인사가 많아졌다. (…) 나중에는 고관대작이 되는 이들을 위해 열렬한 환송회가 펼쳐졌다.” ‘주전 선수가 심판인 척하는 참여연대’란 한 장관의 말을 입증해 준 박변 덕분에 전투는 한 장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박변을 유튜브에 모신 건 이 얘기를 리바이벌하면서 조회 수를 올리려는 얄팍한 계산에서였지만, 그날 박변이 피를 토하듯 설파한 것은 검수완박 때문에 망가져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인 말로,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자마자 군사작전을 하듯 서둘러 통과시킨 희대의 악법을 일컫는다. 부끄럽게도 난, 그리고 우리는, 시나브로 검수완박을 잊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검수완박의 폐해는 주로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미치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둘째, 한동훈 법무장관이 검수완박의 폐해를 막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그가 만든 시행령 개정안이 검수완박을 상당 부분 되돌리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약자만 피해를 보지만, 그게 점점 확대돼 결국엔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테니 말이다.
마약을 예로 들어보자.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동안 민주당이 검찰의 마약 수사 기능을 없애버린 탓에 마약 사범 숫자가 점점 늘더니, 급기야 학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마약을 나눠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던가. 간첩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간첩 기능을 축소했고, 그 결과 지금 북한의 지령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됐다. 그러니까 ‘2~3년 안에 총을 든 범죄자가 거리를 활보할 것’이라는 박변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도 한 장관이 만든 시행령이 있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법에는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란 게 있다. 검찰이 시행령에 따라 수사를 했다 하더라도, 판사가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경우 애써 잡아넣은 범죄자가 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시행령에 의한 검찰의 직접 수사, 그러한 현상이 있다면 민주당에 신고해 달라.” 언론에서는 이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질타했고, 박범계도 슬그머니 자신의 말을 철회했지만, 이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 검찰이 마약 사범을 시행령에 따라 수사하면, 민주당이 법률 지원을 해서라도 풀려나게 하겠다는 뜻이잖은가? 이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테지만,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철회할 뜻이 없다.
여기에 제동을 걸어줘야 하는 곳이 바로 헌법재판소, 한 장관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만, 전 정권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헌재는 ‘청구인 적격 없다’며 이를 기각해 버렸다. 이제 더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 치안 좋던 대한민국이 ‘수리남’으로 몰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다행스럽게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얻어 검수완박을 되돌리는 ‘검수원복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뚫어야 한다.
첫째, 그냥 다수 의석으로는 부족하다. 국힘이 최소 180석을 얻어야 한다. 2012년 만들어진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게 해놨기 때문이다.
둘째, 여야 동수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검수완박 통과 때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킨 것은 3대3이던 위원회 구도를 2대4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같은 일을 국힘도 해야 한다.
셋째,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공세를 살라미, 즉 회기 쪼개기로 돌파해야 한다. 이는 ‘무제한 토론 실시 중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은 종결되고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넷째, 민주당의 훼방을 극복하고 본회의에서 검수원복법을 표결로 통과시킨다.
이 모든 것을 국민의힘이 할 수 있을까? 선비 기질이 농후한 국힘인 만큼 헌재가 묵인해 준 위장 탈당과 살라미 등등을 ‘우리는 저들과 달라야 한다’며 주저하는 장면이 상상되지만, 이보다 급한 것은 180석 획득이다. 얼마 전 발표된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36.8%로 민주당의 44.2%에 뒤지는 상황이니 말 다 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김남국의 코인, 송영길 등의 돈 봉투, 최근 불거진 천안함 망언 등등 민주당에 온갖 악재가 쏟아지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국힘이 반사이익만 취하려 할 뿐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유를 스스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을 예로 들어보자. 이 법이 시행된 지 벌써 1년,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더미처럼 쌓였을 것이다. 이때 국민의힘이 이를 정리한 백서를 발간하고, 검수완박이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여론전을 폈다면? 이 경우 ‘우리에게 180석을 주십시오. 꼭 검수완박을 되돌리겠습니다’라는 외침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국힘이 이와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나? 없다. 일반인인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랬듯, 한동훈 장관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심지어 ‘한동훈 등판론’을 언급하며 총선까지 묻어가려 하니, 누가 이들에게 표를 주려고 할까? 정말 다행인 것은 총선이 아직 10개월 남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무기력에서 탈피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좀 해보자. 총을 든 범죄자들이 활보하는 미래를 막을 수 있는 구세주는 지금 국힘밖에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