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은 잘 팔린다.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다. 그러나 역사소설과 사회소설은 어느 정도 팩트(fact)가 필요하다. 시대(역사)의 거울이자 공동체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의 ‘풍수전쟁’이 출간되었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촉탁 학자 무라야마 지준이 조선에 건너온 것은 조선 땅을 주술(呪術)로 묶어놓기 위함이었다’는 전제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무라야마를 일본 제일의 풍수 대가로 설정한다. 그 주술을 풀어가는 과정이 소설 내용이다.

무라야마의 생애와 관계없는 내용이다. 1891년생인 무라야마는 1919년 동경제대 철학과를 졸업한다. 같은 해에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조선으로 건너와 20년 동안 조선 민속 관련 저서 10여 권을 남겼다. 1941년 50세 나이로 귀국한다. 묘코지(妙廣寺) 주지로 있는 양부(養父)의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였다. 1968년 작고한다. 총독부 촉탁이란 이유로 한국에서는 어용학자란 인식이 있으나 그는 순수 학자였다.

소설은 풍수 고전 ‘장경’과 무라야마의 저서 ‘조선의 풍수’를 언급하지만 ‘주술’과는 먼 내용이다. 조선(이후 한국)의 풍수는 무엇인가? 소설이 언급한 ‘장경’은 800여 한자로 구성되는데, 그 핵심 내용은 “혹연혹위(或然或爲)”란 문장이다. “좋은 기운은 자연[然]에서 생길 수도 있고, 인위적[爲]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슨 뜻인가? 서울 소재 대기업 사옥을 예로 들어보자.

일제강점기 신흥 부의 중심지로 떠오른 서울 중구 한국은행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일대의 모습. /김두규 제공

풍수설의 구성 요소는 산과 물[水]이다. 좋은 산과 상응하는 물이 있어야 길지가 된다. 조선과 대한민국이 도읍지로 정한 4대문 안 서울(한양)은 좋은 네 산(북악·인왕·낙·남산)과 그 사이를 흐르는 청계천, 이렇게 산과 물로 이루어진 길지다. 지질은 대부분 흙이 아닌 화강암으로 강명(剛明)한 기운을 준다. 4대문 안 서울 전체가 화강암으로 된 큰 그릇과 같은 형상이다. 이곳에서도 으뜸 지역은 경복궁·창덕궁 일대와 그 주변 북촌·서촌이다. 전통적으로 부촌이 형성된 곳이다. ‘장경’이 말하는 “좋은 기운[길기·吉氣]이 따르는 곳”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남산 자락 명동이 부촌으로 부상한다. 조선은행(한국은행)·미쓰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경성우편국(서울중앙우체국)·조지야백화점(롯데 영플라자) 등이 밀집하며 경성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오죽하면 조선일보는 1930년 8월 29일 기사에서 “경성(서울)시의 남부에 참연히 대두하기 시작하여 신경적인 도회인의 소비력을 고갈식하려고 한다”고 걱정스러운 보도를 했을까(최지혜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 권력의 주체가 조선에서 일본으로 바뀌면서 부의 중심지가 북촌에서 남촌으로 바뀐 것이다. 풍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풍수의 구성 요소 두 가지가 산과 물이라고 하였다. 물[水]이 없으면 어떻게 하는가? 도로[路]를 그 대체품으로 활용한다. 도로는 풍수에서 물을 대체한다는 의미로 ‘가수(假水)’로 표현한다. 일제 때 지은 경성역(서울역)과 남촌(명동)은 지근 거리다. 조선의 중추적 도로 출발점인 경성역이라는 가수 덕분이었다. 자연의 길지[연·然]를 취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것[위·爲]이다.

그때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도 이러한 풍수설은 타당할까? 부의 중심지가 강북에서 강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럴까? 100대 대기업 가운데 본사를 강남·서초에 둔 곳은 19%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강북인 종로·중구가 47%를 차지한다. 강남에도 많은 자잘한 가수(假水·지하철과 도로)가 있다. 그러나 더 발전하려면 전국과 외국을 이어줄 ‘수서역 SRT’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풍수는 ‘주술’이 아니라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