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기상.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눈이 떠졌다. 첫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이니까. 체육 센터에 도착해 수영장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소독약 냄새가 확 끼쳤다. 탈의실을 지나 샤워를 하고, 젖은 몸을 수영복에 억지로 끼워 넣고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다들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서 있었다. 준비운동을 해야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발목부터 무릎, 허리, 어깨, 목까지 천천히 풀었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매섭게 생긴 여자 선생님이 호각을 불었다. “오늘 처음 오신 분들 이쪽으로 오세요!” 뒤늦게 신청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몇 명이 모였다. “수영 어디까지 배우셨어요?”
이미 다른 곳에서 수영을 하다 오신 분들은 선생님 지시에 따라 곧바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선생님의 물음이 내게도 도착했다. 나는 나름대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음파 음파 호흡하는 것까지 배웠어요. 킥판 잡고 발차기하는 것도요.”
“언제요?”
“유치원 다닐 때요.”
“…이쪽으로 가실게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선생님 표정을 보자마자 후회했다. 그냥 처음 배운다고 할걸. 유치원 때면 거의 20년 전인데. 왜 말했지. 수치심이 밀려왔다.
선생님이 나를 데려간 곳은 레일이 깔린 수영장의 반의 반의 반쯤 되어 보이는, 수영장이라고 하기엔 작고 얕은 물웅덩이 같은 곳이었다. 높이는 45cm. 유아용 수영장에 잘못 들어온 것 같아 민망하지만, 물에 잠길 걱정은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선생님은 그곳에 앉아서 발차기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무릎을 펴고 발끝을 모아서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고 힘차게 발차기를 했다.
단순한 움직임을 반복하다 보니 유치원에서 매주 수영을 배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물이 너무 무서워서, 수영복을 안 가져왔다느니 감기에 걸렸다느니 온갖 거짓말을 해가며 수영 시간을 피한 기억. 그 후로도 물을 무서워했으면서 제 발로 수영장까지 걸어 들어온 나 자신이 조금은 대견했다. 수영과 자전거는 몸이 영원히 기억한다고 하니 착실하게 배우면 평생의 취미로 삼을 수 있을까.
“이거 은근 힘들지 않아요?”
내 옆에 앉아 물을 잔뜩 튀기며 발차기를 하던 수강생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어쩌다 수영을 하게 됐는지, 경험은 있는지, 수영복은 어디서 샀는지 묻고 답하며 짧은 대화를 했다. 초면이지만, 유아용 수영장에 나란히 앉아 발차기를 하는 동료가 있어 든든했다. 우리는 힘껏 발차기를 했다. 그리고 중도 포기 없이 끝까지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날을 기약하며.
수업 시간 50분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첨벙대는 소리가 잦아들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수영장 밖은 전쟁터였다. 덥고 습한 공기가 가득한 샤워실로 들어가는 행렬은 매우 분주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기계적이었다. 몸을 씻고 수영복과 수모를 찬물에 헹군 다음 건조기에 돌려 나왔다. 머리를 말리기 위한 또 한번의 전쟁은 지쳐서 패스.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대충 털어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쯤 전에 센터에 처음 도착해 맡은 소독약 냄새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냄새는 잠깐 사이에 기분 좋게 울렁울렁, 두근대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나오는 길에 센터를 잠시 둘러봤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멋있었다. 앞으로 매주 세 번, 이 곳에서 수영을 배우다니. 맘에 들었다. 좋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