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한 디스코팡팡 내부 사진. 최근 수도권의 일부 디스코팡팡 관계자들이 단골손님이던 10대 여성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실내 디스코팡팡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 SBS

DJ오빠가 악마로 돌변했다. 추억의 놀이기구 ‘디스코팡팡’이 범죄 온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휴양지를 벗어나 시내 곳곳 실내로 침투하면서, DJ가 10대 청소년을 꼬드겨 수백만원의 돈을 뜯어내는 것도 모자라 성폭행을 하거나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일부는 마약에도 손을 댔다.

수도권에 퍼져 있는 디스코팡팡 일부 업장은 최근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아예 문을 닫았다. 한 상인은 “일이 터질 줄 알았다”고 했다. “거의 다 여중생, 여고생이야. 그런 애들이 무슨 돈이 있어. 그런데 하루에 200만원을 쓴다고 하더라. 그래야 오빠들이랑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온종일 죽치고 있는 거야. 말도 말아. 그놈들은 애들 코 묻은 돈으로 외제차 타고 다니고....”

◇VVIP 되려고 하루 300만원 썼다

서울 모처 디스코팡팡은 최근 영업을 중단했다. 경기 수원, 의정부 등에 있는 디스코팡팡 관계자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를 받자, 매일 북적이던 이곳도 문을 닫았다. 인근 상인은 “여기 사장이 이번에 수사받는 다른 곳도 운영한다”며 “전국에 업장이 10여 개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디스코팡팡은 대부분 VIP 제도로 운영된다. VIP가 되려면 누적 금액이 아니라 한 번에 30만원 이상 써야 한다. VIP가 돼서도 경쟁을 통해 1등을 해야만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등, 2등은 각각 DJ 오빠와 회식 데이트를, 업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 오빠의 에스코트를 받을 기회를 얻는다.

1등을 하려면 한번에 4000원짜리 탑승권을 수백장 사야 하는데, 실제 작년에 1000장 가까이 사들인 10대도 있었다고 한다. 주요 고객인 10대 청소년은 DJ를 ‘연예인급’으로 여기고 용돈뿐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까지 놀이기구 탑승권을 사는 데 쏟아부었다. 한때 디스코팡팡에 빠져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DJ도 말빨, 외모, 춤 실력 등으로 급이 나뉜다”며 “그중 원탑은 죽순이 사이에서는 아이돌보다 윗길인 신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놀이기구를 운영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 수원 디스코팡팡에서는 ‘외상’으로 탑승권을 구매하게 하고, 돈을 갚지 못하자 성매매를 강요했다. 팬심을 악용한 것이다. DJ 오빠는 성매수남을 연결시켜줬고 해당 남성에게도 “조건만남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했다. 의정부 디스코팡팡에서는 단골 여중생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구속송치했거나 조사 중이다. 물론 일부 디스코팡팡은 건전한 운영을 강조하며 직원과 손님 간의 스킨십과 강매를 금지하고, 손님과 사적으로 만나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DJ의 휴대전화를 가끔 검사한다고 했다.

◇실내 침투하며 범죄 온상으로

업계에선 “돈이 되니까 몇 년 전부터 휴양지에 있어야 할 디스코팡팡을 시내로 옮겨온 게 문제”라고 했다. 디스코팡팡은 바이킹 등 다른 놀이기구와 달리 성희롱과 성추행이 비일비재하다. DJ가 누군가를 집중 타깃하면 바닥으로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성적 농담·외모 비하 발언이 난무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디스코팡팡 영상에서도 DJ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남친은 없을 거 같은데”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DJ가 야동 보냐고 물어봤다” “디스코팡팡 타다가 속옷이 노출됐는데, DJ가 ‘핑크색 입었냐’고 하더라. 이거 신고할 수 있냐” 등의 기분 나쁜 후기가 무더기로 올라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놀이기구가 시내 유흥가, 학교 근처로 들어오면서 이용객 대부분이 여성 청소년이 됐다”며 “좁은 실내에서 폐쇄적이면서 더 은밀하게 운영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의 매장 문에는 “안쪽에선 사진 촬영이 불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디스코팡팡 일당이 법적 허점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시설은 모두 관할 지자체에서 일반 유원시설업 허가를 받는다. 유원시설업은 일부 번화가에서도 가능하며 영업 시간 규제 법규가 없어 새벽까지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는 놀이공원에 왜 디스코팡팡이 없겠냐”며 “안전장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DJ와 탑승자 사이의 소통이 계속돼야 한다. ‘말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놀이공원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