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강원 삼척시 임원항으로부터 약 3.7㎞ 떨어진 해상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백상아리. 최근 동해안에서는 상어가 연이어 출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휴가철을 앞둔 지역 관광지들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쁘다. 그런데 동해안에 있는 해수욕장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유는 상어 때문. 올해 들어 상어가 서해안이 아닌 동해안으로 몰려들면서, 해수욕장마다 대비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각 지자체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동해안에서는 상어 발견 또는 의심 신고가 14건 접수됐다. 지난달 23일 속초항 인근에서는 악상어 사체, 장사항 근처 해역에선 ‘조스’로 유명한 백상아리 사체가 발견됐다. 이달 초에도 강원 삼척 임원항 주변 해상에서 악상어가 혼획됐고, 경북 포항 구만항 앞바다에서는 백상아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어민이 목격했다.

그동안 서해안에서 흔히 발견되던 상어가 왜 부쩍 동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한 걸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동해안의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라고 했다. 지난 50여 년간 한반도 인근 바다의 수온은 약 1.35도 올랐는데, 전 지구적 수온 상승과 비교하면 2.5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동해는 2도 가까이 오른 상황.

최윤 군산대 해양자원생물학과 교수는 “바다에선 수심 10m만 내려가도 일교차가 1도 이상 변하지 않는다”며 “바다 수온이 2도 가까이 상승한 건 육상으로 치면 기온이 20배 이상 높아진 셈이니, 동해안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이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동해에서는 많이 잡히던 명태류는 씨가 마르고 3년 전만 해도 8600t 넘게 잡힌 오징어는 작년 어획량이 3500t으로 급감했다. 반대로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작년 6000t 넘게 잡힐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주문진 앞바다에서 160kg이 넘는 참다랑어가 그물에 걸렸는데, 참다랑어는 대표적 아열대성 어류다. 최 교수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몸길이가 2m 되는 거대 다랑어 등 난류에 사는 큰 물고기들이 북상하고 있는데, 대형 어류를 잡아 먹는 청상아리 등도 덩달아 동해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백상아리는 사람을 공격할 정도로 포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어, 청어를 잡아먹는 청상아리도 성질이 포악하고 공격성이 강하다.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에도 맹독성 해파리가 늘고 청산가리보다 10배 강한 독을 가진 파란선문어가 출현하는 상황이다.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수욕장 연안에 상어나 독성 해파리 등의 진입을 막는 거대한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속초시는 이미 속초해수욕장 600m 전 구역에 그물망을 깔고 영랑동 등대 해수욕장, 대포동 외옹치해수욕장 등에도 200~300m의 상어 차단용 안전 그물망을 설치했다. 삼척해수욕장이 있는 삼척시도 400~500m 길이의 그물망 설치에 나선 상황. 해당 지역 해경이 연안 감시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가 하면 각 지자체들은 상어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상어 공격을 당할 가능성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상어 사고는 총 7건.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최윤 교수는 “피해자들은 해수욕을 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서해안 쪽 해녀나 잠수부였다”며 “동해에서 상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차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의 1만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괜한 공포감에 해수욕을 미루거나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것.

다만 드물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어에 대한 상식은 익혀두는 게 좋다. 최 교수는 “상어는 직선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주변을 맴돌다 접근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며 “연안에 상어가 나타나면 등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보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피하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 해수욕보다 더 깊은 수심으로 나아가는 서퍼들은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각 해수욕장에서 그물망을 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쪽으로 상어가 들어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상어가 출몰하면 사이렌을 울리고 관광객들을 육지로 대피시키는 시스템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