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클럽엘제주컨트리클럽에서 하와이 토속 춤인 훌라 댄스를 배우고 있는 젊은 골퍼들. 스포츠를 주제로 휴가를 떠나는 ‘스포츠케이션’이 유행하고 있다./이혜운 기자

“핸즈 업! 핸즈 업! 둠둠 둠둠둠!”

지난달 28일 밤 제주 서귀포시 클럽엘컨트리클럽. 골프장을 의미하는 컨트리클럽(Country club)이 춤을 추는 진짜 ‘클럽’으로 변신했다. 클럽하우스 옆에 설치된 수영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끝낸 MZ세대들이 DJ 긴조와 킨더가든의 음악에 맞춰 춤을 췄기 때문. 뜨거운 열기에 달아오른 이들은 바로 옆 수영장에 뛰어들어 몸을 식혔다.

골프장에서 ‘풀 파티’를 즐기는 이들은 20~30대로 이뤄진 골프 문화 클럽 ‘깔롱 골프’ 멤버들이다. 이들 회원 200명은 이번 여름 ‘골캉스(골프+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다 같이 제주로 왔다. 이날 낮,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날씨에도 ‘워터밤’처럼 골프를 친 이들은 밤에는 바텐더가 만들어준 테킬라 칵테일을 마시며 여름 밤을 만끽했다. 옆에서는 제주도 인기 고깃집 ‘숙성도’ 직원들이 안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이혜운 기자 골프 라운딩이 끝나고 클럽하우스에 있는 수영장에서 풀파티를 즐기는 깔롱 골프 회원들.

그러나 여느 휴가처럼 맘 놓고 마실 수는 없었다. 다음 날 같은 곳에서 테니스·훌라댄스·요가·스케이트 보드·미니 벨로(자전거)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골프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달리다 보면 나오는 천연 잔디 테니스장. 이곳에서 멤버들은 조민정 테니스 코치와 함께 두 시간 동안 테니스를 하며 땀을 뺐다. 클럽하우스 옥상 루프톱에서는 멀리 제주도 바다를 보며 향초와 함께하는 명상 요가를 했다. 클럽하우스 지하에서는 하와이 토속춤 훌라 댄스 강습이, 클럽하우스 입구에서는 스케이트 보드와 미니 벨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장재희 깔롱골프 대표는 “이번 여름휴가에는 골프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보내고 싶은 멤버가 많아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다음 겨울 휴가도 운동과 함께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제주 클럽엘컨트리클럽에서 골프와 미니벨로(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오운완’에서 ‘스포츠케이션’으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과 오운시(오늘 운동 시작)’, ‘골린이(골프+어린이)’와 ‘테린이(테니스+어린이)’.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점령한 해시태그(#)는 바로 운동이다. 젊은 층의 운동에 대한 열망이 스포츠를 하기 위해 여행 혹은 휴가를 떠나는 트렌드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sports)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자신이 즐기고 싶은 운동을 중심으로 휴가 장소나 숙박 장소, 일정을 짜는 휴가 문화를 말한다.

사업가 이모(39)씨는 이번 여름휴가에 강원도 고성으로 친구들과 함께 패들 보드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일본이나 필리핀 등으로 스쿠버다이빙과 서핑 여행을 즐기는 그는 수중 스포츠 중 가장 편하다는 패들 보드도 궁금했기 때문. 이씨는 “친구들이 모두 스포츠를 좋아해 휴가를 갈 때면 해보고 싶은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맞춰서 간다”며 “바쁜 일상 속에 휴가를 통해 운동할 수도 있고, 실력이 늘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41)씨는 휴가를 갈 때마다 테니스 코트가 있는 숙소를 찾는다. 최근 담양으로 친구들과 테니스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는 “테니스 코트가 있는 캠핑장에서 온종일 먹고 테니스 치고, 마시고 테니스 치다 보면 직장 생활의 고통이 다 해소된다”며 “다음 여행도 테니스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30대가 이끄는 골프·테니스 열풍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7개 시도 9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2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체육 참여율(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 체육 활동)은 61.2%, 전년도(60.8%)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전년 57.5%에서 765.3%로 상승했다. 특히 골프 참여율이 2019년 5%에서 2022년 7.8%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체육 동호회 가입률은 16.9%로 전년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많이 가입한 종목은 ‘축구·풋살(18.4%)’, ‘골프(16.7%)’, ‘배드민턴(9.7%)’, ‘볼링(7.7%)’, ‘테니스(7.1%)’ 순으로 테니스가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30대에서 불어온 골프·테니스 열풍이 ‘스포츠케이션’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일 휴가지에서 운동을 즐기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뉴욕 기반 스포츠 브랜드 ‘스포티앤리치’를 월드타워점 매장에 단독 유치한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스포츠 카테고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영국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의 의류 매장을 입점하고, MZ 세대가 선호하는 고프코어(아웃도어+일상복), 캠핑, 스포츠 브랜드를 한데 모으는 등 스포츠 매장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의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보다 20.6% 뛰었다.

스포츠케이션 트렌드에 맞춰 레드페이스와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기능뿐만 아니라 패션으로도 손색 없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윤석한 클럽엘 부회장은 “골프를 넘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스포츠를 통한 휴식과 교류,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하는 ‘취미 부자’ MZ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