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코롱섬에 위치한 리조트 ‘더 로열 샌즈 코롱’(The Royal Sands Koh Rong)과 속산(Sok San) 비치 전경. 야자수보다 낮은 높이의 단층으로 지어진 67개 단독 풀 빌라에는 개인 풀장과 오두막이 딸려 있다. 속산 비치가 코롱섬 서남쪽에 있어 해수면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해변을 산책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 더 로얄 샌즈 코롱

“삑삑- 삑삑-.” 시끄럽게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꺼버렸다. 평일 수요일 아침 8시. 한국이었다면 노트북을 펼쳐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숙소의 통창을 열자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람에 흩날리는 야자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찰랑이는 개인 풀장 수면 위로 비친 맑은 하늘, 풀장 옆 작은 오두막도 한 장의 풍경화처럼 느껴졌다.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해변가로 나갔다. 상쾌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벤치에 누워 눈을 감으니 “이 섬에 일주일만 더 갇혀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상을 떠나 언제든 ‘감금’되고 싶은 이곳은 캄보디아의 휴양지인 코롱섬.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신혼여행이나 가족 여행지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 초, 나흘간 리조트의 편안함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곳을 돌아보며 섬의 매력을 찾아봤다.

◇자동차ㆍ배로 3시간 반 거리인 힐링의 섬

리조트 ‘더 로열 샌즈 코롱’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영장.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다른 리조트와 달리 검은색 타일을 깔아 모던한 느낌을 더했다. / 더 로열 샌즈 코롱

78㎢ 면적으로 제주도의 23분의 1 크기인 코롱섬(Koh Rong Island)은 캄보디아에서 둘째로 큰 섬이다. 이 섬으로 가기 위해 5시간의 비행을 거쳐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으로 향했다. 바깥 기온은 32도. 공항 밖을 빠져나가자마자 동남아 특유의 습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졌지만, 흐린 하늘 덕에 한국보다는 덜 덥게 느껴졌다.

프놈펜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이동해 남쪽 항구 도시인 시아누크빌로 도착했다. 과거에는 프놈펜~시아누크빌 간 이동 시간은 국도로만 5시간이 걸렸지만, 지난해 10월 중국의 투자로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차창 너머 캄보디아의 가게들과 야자수 행렬, 한가로이 풀을 뜯는 흰 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했다.

시아누크빌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길 40분. 저 멀리 숙소인 ‘더 로열 샌즈 코롱(The Royal Sands Koh Rong)’의 모습이 보였다. 약 9만5867㎡(2만9000평) 부지에 67개의 단독 풀빌라를 갖춘 이곳은 건축물 높이가 야자수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모든 건물이 단층으로 지어진 게 특징이다. 객실 내부는 벽과 바닥·침구·소파를 화이트와 베이지색 톤으로 통일감 있게 맞춰 편안함이 느껴졌다. 바다를 향해 낸 통창도 시원했다.

캄보디아 코롱섬에 위치한 더 로얄 샌즈 코롱 풀빌라 내부에서 바라 본 속산 비치 모습. 개인 풀장과 하얀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가 조화롭다. /더 로얄 샌즈 코롱

투숙객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작은 유리병 안에 돌돌 말린 채 담겨 있는 리조트 지배인의 환영 편지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일주일 간의 날씨와 파도 높이, 체험 가능한 액티비티 목록도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객실 내부 생수들도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리조트 측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고려해 유리병은 모두 재활용한다”며 “리조트 자체 폐수 처리 시설도 운영 중”이라고 했다.

◇'행복한 휴식’ 속산 비치의 부드러운 모래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동·서양 요리와 샴페인 등 허니문 코스 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 더 로열 샌즈 코롱

숙소 문을 열면 청록빛 맑은 바다가 제일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리조트가 위치한 곳은 코롱섬 서남쪽의 속산(Sok San) 비치. 속산은 크메르어로 ‘행복한 휴식’을 뜻한다. 속산 비치는 전체 3.5km 길이인데 리조트 고객을 위한 전용 구역이 600m 정도다. 자갈 하나 없이 새하얗고 고운 모래 위를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다 보니 절로 마음이 평안해졌다. 백사장에서 만난 30대 한국인 커플도 “인도나 호주,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단연코 이 바다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롱섬 바다의 매력을 더 만끽하기 위해 스노클링에 도전했다. 리조트 건너편 항구에서 200마력 스피드 보트로 20여 분간 이동하니 스노클링 전용 구역이 나왔다. 오리발과 구명조끼를 갖추고 물속으로 첨벙 들어가자 색색의 산호초와 물고기 떼가 눈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수심이 1~2m 정도로 그다지 깊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즐기기 좋고, 인솔자도 동행해 안전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리조트 중앙의 검은색 수영장에서 즐기는 수영도 매력적이다. 리조트 총괄 지배인인 마리오씨에게 ‘왜 수영장 바닥과 벽면이 검은색이냐’고 물으니 “다른 리조트와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 원래는 수영장 바닥 줄까지 모두 검은색이었는데 일부 투숙객들이 ‘깊이를 알 수 없어 위험하다’고 해 물을 다 빼내고 다시 흰색 줄을 그었다”며 웃었다.

◇’맹멍’(맹그로브숲 멍) 때리기

바다를 떠나 섬의 ‘민낯’을 경험하고 싶다면 섬 북부에 있는 ‘프렉 스베이(prek svay) 폭포’ 트레킹을 추천한다. 트럭 짐칸에 몸을 맡기고 20여 분간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미니 섬 여행이었다. 트레킹을 하려면 코롱섬 내 4개 마을의 하나인 ‘프렉 스베이’ 마을을 거쳐야 한다. 마을 초등학교 아이들은 화려한 원피스, 선글라스를 낀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천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더위를 피하려 바닥을 높여 지은 목조 주택이나 풀어놓은 채 키우는 가축들도 눈에 들어왔다.

트레킹 장소에 도착했다. 인솔자를 따라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30여 분 동안 산을 올랐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쯤 5층짜리 폭포를 만났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머리로 맞으니 옅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트레킹을 할 때는 풀숲과 진흙 구간을 헤치고 가야 해 튼튼한 운동화와 긴 소매의 상의와 긴바지는 필수다.

맹그로브숲 카약 체험도 코롱섬의 자연을 만끽하는 좋은 선택지다.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구간에서 자라는 식물로, 물고기들의 산란 장소일 뿐 아니라 태풍이 왔을 때 방풍림 역할까지 한다. 2인 1조로 카약에 앉아 약 20여 분간 노를 저으며 맹그로브숲 사이의 강물을 거슬러 나갔다. 지저귀는 새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 도심에서 가져온 근심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맹그로브숲 산책길에서 만난 검은 민물 게나 성인 팔목만 한 길쭉한 맹그로브 열매 등도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인근 주민들이 운영하는 맹그로브숲 커뮤니티 빌리지 쉼터에 앉아 마신 달달한 코코넛 음료 한 잔도 별미였다.

MBTI가 ‘I(내향형)’인 커플이라면, 혹은 조용한 힐링을 원한다면 리조트 안에 마련된 센시스 스파(senses spa)를 찾아보면 좋다. 로열 크메르 마사지·스웨덴식 마사지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직원이 평소 건강 상태와 집중적으로 마사지 받고 싶은 신체 부위ㆍ강도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개인별로 마사지를 추천해줬다. 마사지실에 들어서니 야외 연못과 연결된 투명한 바닥이 눈에 띄었다. 마사지 받는 내내 잉어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노곤한 기분에 깜빡 잠들어 잉어를 바라본 시간은 몇 분 되진 않았다. 커플이라면 호흡과 자세에 집중해 에너지를 가다듬을 수 있는 선셋 요가도 추천한다.

◇석양과 함께하는 동서양 만찬

리조트 레스토랑의 추천 메뉴인 매콤한 커리와 담백한 게살이 조화로운 ‘블루 크랩 구이’. / 김승현 기자
2인 1조 카약을 타고 코롱섬 내 맹그로브 숲의 생태를 체험하는 모습. / 김승현 기자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스파(Spa)도 준비돼 있다. / 더 로열 샌즈 코롱

리조트의 ‘오션 레스토랑(ocean restaurant)’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캄보디아 요리와 서양 요리를 동시에 맛보는 것도 코롱섬 여행의 재미다. 일반적으로 캄보디아 요리에는 미나리, 박하, 레몬 등 세 가지 향료가 흔히 쓰인다. 맑은 돼지고기 육수의 쌀국수 ‘꾸이띠아우’, 코코넛 우유를 넣어 만든 커리와 생선을 바나나 잎에 함께 넣고 찐 ‘아목’ 등이 유명하다.

이곳의 멕시코 출신 수석 셰프도 캄포트 후추·야생 꿀·바닐라빈 등 캄보디아의 여러 재료와 향신료를 써서 요리를 만든다. 새콤한 똠얌 수프와 매콤한 커리를 더한 블루 크랩 구이를 추천한다. 요리마다 향신료 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립스테이크에 스파클링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오후 6시 30분쯤 해가 지자 식당에 앉아 있던 투숙객들이 노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식당 발코니로 모여들었다. 와인 잔에 비친 노을 빛이 유독 아름다웠다.

조식 역시 메뉴 구성이 든든했다. 시원한 해산물 육수 베이스의 쌀국수, 캄보디아의 아침용 도넛인 Nom Korng 과 코코넛 와플, 오믈렛·스크램블 등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계란 요리들까지 다양했다.

◇여행 적기는 건기인 10월~5월

코롱섬의 절정은 한국에 가을이 찾아오는 10월부터 5월까지다. 캄보디아의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비도 적게 온다. 파도도 잔잔해져 물놀이를 하기에도 수월하고, 깊이 3~4m 바닷속까지 투명하게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로열 샌즈 코롱의 허니문 코스는 3박 4일부터 예약할 수 있다. 허니문 여행의 경우 침대 허니문 장식과 개인 풀장 위에서 즐기는 ‘플로팅 조식’과 스파, 식사 등이 리조트 비용에 포함된다. 리조트 측은 좀 더 편리한 이동을 위해 내년을 목표로 프놈펜에서 코롱섬까지 직행하는 수상 비행기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캄보디아는 현지 화폐인 릴과 동시에 미국 달러도 사용할 수 있으니 달러 환전을 해가는 것이 좋다.

문의는 리조트 홀리데이 070-5001-2556이나 홈페이지(https://www.resortholidaykorea.com/)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