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 스쿠버다이빙 /김길환 강사(insta : hbro_gh)

“놀러 다니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를 갔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더 빠른 소식은 instagram : @hyenny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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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공기통을 잠그겠습니다. 그러면 CESA(조절된 비상 수영 상승)로 올라가면 됩니다.”

제주 함덕 앞바다 수심 8m 아래. 그곳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무호흡을 경험하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공기가 없는 상황. 숨을 쉬려고 하면 바닷물이 입으로 들어오고, 마스크를 벗었다 쓰면 렌즈 속에 바닷물이 가득 찼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공포감에 가득 찬 얼굴로 김길환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쳐다보자,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도 출연한 그가 말한다. “쫄지마. 기분 탓”

물론 이 모든 대화는 물속에서 수신호와 글자판으로 진행한 것이다. 나는 지난 3일간 스킨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과정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몇 년 동안 고민만 하던 자격증을 드디어 따기로 한 건 주변 친구들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지구의 70%가 바다인데, 넌 30%만 보다 죽을 거야?”

함덕 앞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이혜운 기자

국내 스쿠버 다이빙 인구가 증가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다이빙 등 수중 레저 활동 인구는 2015년 70만명에서 2021년 129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련 사업체는 2015년 146개소에서 2021년 801개소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할 수록 많아지는 레저 종목 중 하나가 스쿠버 다이빙이라고 한다. 미국 조사업체 스포츠 앤 피트니스 인더스트리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수중레저활동 인구는 약 2600만명으로 그중 스쿠버다이빙은 약 600만명이다. 자신의 몸을 부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만큼, 신규 유입자의 대부분이 MZ세대다.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해외를 가는 사람도 많지만, 국내 제주도 바다도 전 세계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 다이빙 명소다. 특히, 제주 다이빙은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9월부터가 적기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 즐길 수 있는 기간도 더욱 길어졌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제주도 바다 속도 붉은색으로 단풍이 든다.

가을이 돼 붉게 물든 제주 '문섬' /김길환 강사

제주 스쿠버다이빙의 입문자 아지트는 ‘함덕 인피니티 리조트’다. 오전에는 고무보트를 타고 나름 먼바다로 나가 뒤로 구르며 입수를 하고, 오후에는 진입 계단 앞에서 걸어서 입수했다. 15kg짜리 공기통과 8kg짜리 웨이트를 착용하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 귀가 찢어질 듯 아프다. 분명히 압력 평형을 하는 연습을 했는데, 처음 하는 경험 앞에서는 모든 공부도 백지가 된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이륙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강한 통증이다. 박석범 스쿠버다이빙 강사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낯선 기분이 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함덕 앞바다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가는 길 /이혜운 기자

스쿠버다이빙을 한 번 할 때마다 몸속에는 질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감압병 예방을 위해 쉬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오전 다이빙을 하고,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 다이빙을 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아침으로는 ‘새우리 김밥’의 딱새우 김밥, 점심으로는 ‘무거 버거’가 맛있고 든든하다. 당근버거와 당근쉐이크 등 독특한 메뉴가 많다.

함덕 근처 무거 버거 /이혜운 기자

저녁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좌로 이동해보자. 서울에서는 줄이 길어 못 먹는 ‘몽탄’과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모두 제주에 상륙했다. 다이빙을 끝내고 바다에 둥둥 떠서 해수면으로 지는 붉은 석양을 보고, 몽탄으로 이동해 우대 갈비 한 점에 곁들이는 한라산 소주 한 모금이란!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제주 몽탄 우대갈비 /이혜운 기자

이렇게 3일간 자격증을 따고 나면 등급에 따라 다양한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서귀포시 ‘문섬’이다. 사시사철 아열대성 어류들이 서식하며 63종의 각종 희귀 산호들이 자라고 있어 국내 최고의 수중 생태계의 보고라고도 불린다. 인근에 있는 ‘섶섬’, ‘범섬’도 묶어 가는 다이빙 코스다.

돌고래를 좋아한다면 ‘무릉아치 지역’으로 가보자. 남방큰돌고래 출몰 지역으로 유명하다. 바닷가에서도 종종 눈에 띄지만, 묘미는 역시 바다 속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것이다. 고요한 바다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다 보면 영화 ‘그랑 블루’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가장 힘든 것은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제주도 무릉아치 남상큰돌고래 /이시형 강사(insta : dive_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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