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다니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를 갔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더 빠른 소식은 instagram : @hyenny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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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 데이트하기 힘드시죠? 제가 0원으로 청담동에서 4시간 동안 데이트하는 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편하게 공짜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팁도 있으니, 따라와 보시죠!
제가 추천하는 데이트 방법은 바로 ‘갤러리 호핑(gallery hopping)’입니다. 연달아 위치한 여러 갤러리를 산책하듯 들러보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갤러리는 입장이 무료이고요. 미술 작품을 돋보이게 조명을 설정해 놓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도 좋습니다. 요즘 작품들은 ‘미디어 아트’ 등 관객 참여용이 많아 지루하지도 않고요.
첫 번째 방문할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송은’ 입니다. 전시 ‘파노라마’가 오는 10월 28일까지 진행되는 데요. 강호연, 권혜원, 그레이코드 지인, 김영은, 김인배, 김지영, 류성실, 박그림, 심래정, 안나 안데렉, 이재이, 이진주, 이희준, 전현선, 홍승혜 작가들이 참여해 한국 미술이 가리키는 지표를 입체적으로 선보입니다. 네이버 무료 예약으로 입장할 수 있고요, 미리 예약을 안했더라도 입구에서 QR코드를 촬영해 정보를 입력하면 입장 가능합니다. 입구부터 압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바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한국 첫 프로젝트 작품입니다.
전시는 1층부터 시작합니다. 전현선 작가의 ‘그림과 지평선 3′을 보고 올라가면, 사람들이 계단 의자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류성실 작가의 ‘굿바이 체리장’입니다. 1인 미디어 콘텐츠의 범람, 신자유주의와 교차되어 작동하는 한국의 소비주의적 풍속 등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블랙코미디의 서술로 풀어낸 작품인데요. 한국 마케팅 산업의 페르소나를 자처하는 가상의 인물 체리장의 일대기를 30분에 걸쳐 한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체리장은 북핵 위기라는 엄중한 정치적 테마를 들먹이며 종말론을 선동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소시민적 욕망을 볼모 삼아 일등시민권 취득을 종용하기도 하는데요, 중간에 떠오르는 후원 요청 계좌번호가 빵 터지게 했습니다.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앉아서 보고, 3층과 4층 전시를 보고 나면 다시 지하 2층으로 내려옵니다. 소리를 통해 작품을 만든 김영은 작가의 ‘표준음성’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인데요. 지하 공간에 울리는 음악도 묘하고, 조명도 어두워, 분위기가 로맨틱하더라고요.
이렇게 보고 나면 다리도 아프고, 커피 한잔 생각나실 겁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배우 이정재 정우성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아티스트 컴퍼니’ 건물 1층으로 가보시지요! 여기선 LG올레드와 함께 김환기 작가의 디지털 기획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1층에서 작품을 보고 지하 1층으로 가면 안쪽에 카페가 펼쳐지는데요. 무료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캔커피를 드리고 있어요. 고소한 맛과 상큼한 맛 중 커피를 고를 수 있고, 휴대폰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정재, 정우성 배우 사진이 있는 LG 올레드 화면창에서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소정의 상품도 준다고 하니, 오는 24일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가보세요!
그다음 장소는 바로 옆에 있는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매장입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안드레 조슬린이 서울 거리를 촬영한 작품들로 ‘라이트 앤드 솔리투드 인 서울’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익숙한 서울의 다리와 터널이 외지인의 시각을 통해 낯설게 표현되는 점이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보고 나면 이제는 학동사거리를 건넙니다. 그다음으로 가볼 곳은 새롭게 문을 연 ‘화이트 큐브’인데요. 세계적인 갤러리 중 한 곳으로 최근 아시아에서 두 번째 공간을 서울 강남에 열었습니다. 이번 개관전 제목은 ‘영혼의 형상’으로 오는 12월 21일까지 개최되고요. 화이트 큐브의 글로벌 아티스틱 디렉터인 수잔 메이가 기획한 전시로 루이스 지오바넬리와 크리스틴 아이 추, 트레이시 에민, 버린드 드 브렉커, 카타리나 프리치, 마르게리트 위모, 이진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흰 공간에 색채와 구도가 감각적인 작품들이 걸려 있는데 뉴욕의 한 갤러리로 이동한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할 곳은 바로 옆에 있는 ‘호림박물관’입니다. 여기는 갤러리가 아니고 박물관이라 입장료를 8000원 받고 있는데요. 매달 마지막 목요일은 무료입니다. 이달은 28일이 되겠네요!
호림에서는 지금 ‘조선양화’라는 전시를 하고 있는데요. 4층부터 시작해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순서로, 조선시대 사람들이 꽃과 나무를 바라보았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성이 나면 3년간 꽃을 피우지 않았다는 작약 작품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 대표가 공간기획자로 참여했고요. 전시 중간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시간을 두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쉴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데이트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더 알차고 재미있는 데이트 코스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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