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보로’에서 생산된 와인을 들고 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주니어./살바토레 페라가모 주니어

완만한 구릉지와 너른 들판, 자갈길과 그 옆으로 늘어선 사이프러스 나무. 아레초 기차역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타고 25분 정도 달렸다. 양옆으로 포도밭이 펼쳐졌다. 목초지에서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토스카나 하면 떠오르는 풍경 그대로였다.

그런데 산기슭으로 올라가니 마을 한복판에 바가 있는 수영장이 있다. ‘이 동네는 공영 수영장이 이렇게 좋은가?’ 그런데 이 마을은 그냥 마을이 아니다. 이탈리아 기업 페라가모가 운영하는 마을 호텔 ‘일 보로’다.

지금은 너무도 아름다워 보이지만, 원래는 토스카나에서도 악명 높던 지역이다. 아레초와 피렌체의 경계로 중세시대부터 끊임없이 충돌이 일어났던 곳이기 때문이다. 델 보로 장군, 발디엔부르그 가문 등으로 성주가 바뀌던 이 마을은 1993년 페라가모 창업자의 아들인 페루초가 일부를 구입했다. 그리고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PMG에서 근무하던 그의 아들을 불러들여 경영을 맡긴다. 아버지인 창업자와 이름이 같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주니어(51)다.

미국 유학파인 그는 버려진 시골집들을 사서 복원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옆으로는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들었다. 동네 이름을 딴 ‘일 보로’다. “30년 전 이 마을은 완전히 버려지고 파손된 상태였어요. 우리는 그것을 원래의 아름다움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현재 이 마을은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는 호텔이자, 세계로 수출하는 와인의 산지가 됐다. 그는 “중세 마을을 호텔로 만든다는 건 몇 채의 집을 복원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집을 한 채씩 사들이고 진정성을 담아 복원하며 ‘시간의 시험’을 견디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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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다니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를 갔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더 빠른 소식은 instagram : @hyenny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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