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구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야 소피아’. 1500년 전 동로마 제국 전성기 때 성당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비잔틴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직경 30m가 넘는 원형 돔에 웅장한 성당을 설계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동원됐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를 멸망시켰을 때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는데, 당시 오스만의 최고 지도자는 성당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는 절대로 아야 소피아를 훼손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덕분에 이 건축물에는 중세 기독교와 근대 이슬람 문화 양식이 오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천장에는 성모 마리아와 천사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반면, 벽에는 이슬람 선지자들의 이름을 적은 거대한 명판이 붙어 있다.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때는 무슬림들이 기독교를 상징하는 벽화에 회칠을 했고, 일부 복원됐다가 최근 이곳에서 종교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지금은 사진처럼 하얀 천으로 가려져 있다.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 과거 오스만 지도자들이 로마 문화유산에 베푼 관용과 공생의 미덕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