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습한 대기를 밀가루 반죽 냄새가 고소하게 적셨다. 묵직한 종이봉투가 따뜻했다. 봉투 안에 갓 구운 베이글이 여섯 개. 참깨, 로즈메리&시솔트, 버터 스카치 캐러멜…. 몬트리올의 유대인 거주 지역 마일 엔드에 위치한 생 비아토 베이글(St. Viateur Bagel)에서 구입했다. 생 비아토 베이글은 1957년 문을 열어 ‘몬트리올 베이글의 역사’로 불리는 곳. 시그니처인 참깨 베이글은 개당 1.2 캐나다 달러(1174원), 나머지는 개당 1.4 캐나다 달러(1370원). 가격은 가뿐하지만 맛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근 이탈리아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켜 마시며 참깨 베이글을 뜯어 입안에 넣었다. 쫀득하고 치밀한 식감, 혀끝에 감도는 은은한 단맛이 중국집에서 디저트로 주는 찹쌀 경단을 연상시켰다.
퀘벡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인 몬트리올 베이글은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나무 화덕에 굽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 베이글과 달리 장작불에 구워내며, 더 작고 얇아 밀도가 높고, 중앙에 뚫린 구멍도 더 크다. 엿기름, 달걀, 꿀이 가미된 물에 삶아 굽기 때문에 바삭한 데다, 겉부터 깊으면서도 달달한 맛이 난다. 베이글은 북미에 정착한 폴란드와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의 음식. 한입만 베어 물어도 위가 든든해지는 반죽의 치밀함엔 디아스포라의 고달픈 역사가 녹아 있다.
감자튀김에 치즈 커드(숙성되지 않은 생치즈)를 얹고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푸틴(Poutine)은 퀘벡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한국 가정에 저마다 김치 레시피가 있는 것처럼, 캐나다의 푸틴도 집집마다, 식당마다 변주가 다양하다. 몬트리올의 유명 푸틴 음식점 쉐 클로데트(Chez Claudette) 메뉴판엔 피자, 칠리, 아메리칸 등 스무 가지 넘는 조리법의 푸틴이 적혀 있었는데, “뭐가 제일 인기 있냐”고 묻자 주인장은 자신 있게 “모두 다 인기 있다”고 답했다. 고심 끝에 고른 건 ‘퀘벡 사람’을 뜻하는 ‘퀘베크와즈(Québécois)’. 베이컨, 양파, 닭고기에 버섯이 들어가 ‘단짠’의 조화를 이루는 ‘실패할 수 없는 맛’이었다. 14.95 캐나다 달러 (약 1만5000원)짜리 스몰 사이즈가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큼 양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