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운 기자 드라피에 7대손 미셸 드라피에 회장(왼쪽)이 방문한 재벌 3세 단골 '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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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기사 작위 수여식을 위해 방한한 '샴페인 기사단'.

“딴따다다 딴따다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프랑스 샴페인 메이커 오너 가문 11명이 흰색 제복과 케이프를 입고 트럼펫 연주에 맞춰 입장합니다. 목에는 금메달 모양의 기사 작위를 걸었습니다. 언뜻 봐서는 중세 시대 비밀 결사대 같은 이 조직의 이름은 ‘오르드르 데 꼬또 드 샹파뉴(Ordre des Coteaux de Champagne·OCC), 일명 ‘샴페인 기사단’입니다.

샴페인 기사단은 1656년 프랑스 루이 14세의 측근인 젊은 귀족들로 시작됐습니다. 멤버 중에는 프랑스 군인 겸 작가 샤를 드 생에브르몽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대 미식가이자, 와인 평론가였습니다. 그들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 중 아이, 오빌레이 등 꼬또 지역 샴페인을 좋아해 이름에도 ‘꼬또’를 넣었습니다. 이들은 샴페인 제조 과정의 기본 원리를 연구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으로 왕가와 귀족들이 단두대에 오를 때 함께 처형되며 사라졌습니다.

‘샴페인 기사단’을 다시 부활시킨 건 1956년 샴페인 떼땅져의 오너였던 프랑수와 떼땅져입니다. 그는 역사 공부를 하다 기사단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네 친구들이자 업계 동료인 샹파뉴 오너 가문 사람들을 모아 기사단을 부활시킵니다. 현재 이들은 샴페인의 제조 원리 등을 연구하고, 전 세계를 돌며 홍보합니다. 샴페인의 위상을 높이는데 공을 세운 이들에게는 기사 작위도 수여합니다. 현재 샴페인 기사단 회원은 4000여명입니다.

/이혜운 기자 미셸 드라피에 회장(가운데)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 받은 김정윤 씨에스알와인 대표(왼쪽)와 주재민 소믈리에(오른쪽)

이날 롯데호텔에 샴페인 기사단이 등장한 건 한국 와인업계 대표들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1개 샴페인 오너가들은 30여명의 기사를 선정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샴페인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국은 2017년 처음 기사 작위식이 거행됐습니다. 올해는 그 후 6년 만입니다. 드라피에 가문의 7대손 미셸 드라피에 대표는 주재민 소믈리에와 김정윤 씨에스알와인 대표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습니다.

◇재벌 3세 단골바

드라피에는 ‘대통령의 샴페인’으로도 불립니다. 프랑스 대통령 관저 공식 납품 샴페인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작위를 수여한 이와 받은 이는 다음날 어디에서 샴페인을 마셨을까요? 바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르 바(Le Bar)’ 입니다.

/해비치 Le Bar

활기찬 밤 분위기가 느껴지는 신사동 골목을 지나 르 바에 들어서면, 서울 도심의 번잡함은 일순간 사라지고 20세기 유럽의 고급 위스키 바에 들어선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 찹니다. 파리의 오랜 역사를 가진 클래식한 바가 연상되는 브론즈 돔 형태의 천장과 프랑스에서 공수한 오리지널 앤티크 가구, 실제 20세기 파리 시내의 바에서 사용된 주석을 그대로 옮겨와 고풍스럽습니다. 분위기에 맞게 한정 수량 생산되는 맥켈란 레드 컬렉션, 전 세계 1300병만 출시된 스프링뱅크 25년, 헤네시의 최고급 꼬냑인 ‘리차드 헤네시’, 글렌피딕의 럭셔리 라인 그랑 시리즈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글렌피딕 29년 그랑 요자쿠라’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비치 le bar

그러나 이곳은 포털사이트에 등록돼 있지 않습니다. 100% 멤버십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멤버가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멤버입니다. 진짜 ‘재벌 3세 단골 바(Bar)’입니다.

/해비치 le bar

◇재벌 3세 전용차 G90, 그들을 위한 공간

현재 전국은 재벌 3세를 사칭한 사기 전과자 전청조와 약혼 상대였던 펜싱 메달리스트 남현희의 이야기로 뜨겁습니다. 최근 이슈는 자동차로 넘어온 듯합니다. 전청조는 남현희에게 현금으로 3억원대의 벤틀리 벤테이가를 구입한 후 남씨가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랩핑해 선물했다고 주장합니다. 유튜버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전청조가 타고 다닌 벤츠 마이바흐는 사실 벤츠 S450으로 엠블럼을 바꾼 것이며, 실소유주는 남현희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청조가 벤츠 S클래스를 마이바흐로 엠블럼만 바꾼 것은 과거 마이바흐가 재벌 총수들의 차로 유명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마이바흐를 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진짜 재벌 3세 전용차는 무엇이 가장 많을까요? 바로 현대차 프리미엄 라인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 ‘G90′입니다. 현재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 12명이 G90을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찌감치 해외에서 공부한 재벌 3세 총수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실용적인 성격, 주변의 평판과 오너 간 친분 등으로 고가의 수입차보다는 ‘제네시스 G90′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공식 가격대는 1~2억원 선이지만, 옵션 등에 따라 가격은 달라집니다.

/이혜운 기자 신라호텔 제네시스 라운지

그래서일까요?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를 타는 사람만 멤버로 가입할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5층에 있는 ‘제네시스 라운지’입니다. 한 번에 한 팀만 예약을 받는 이곳은 원오원 아키텍스 최욱 건축가가 인테리어를 맡았습니다. 호화롭기보다는 단정하고 아늑합니다. 한국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벽에 있는 흑백 사진은 선암사 대웅전 풍경, 입구에 놓인 비정형 도자기는 이능호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혜운 기자 신라호텔 제네시스 라운지 사운드룸

안으로 들어가면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픈 라운지가 있습니다. 공간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룸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다이닝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의자는 한국적 조형미를 지닌 여인철 작가의 작품. 그 앞에는 조각보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설희경 작가의 테이블과 한국 전통 색채를 재해석한 윤새롬 작가의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사운드룸에는 고성능 스피커 제작 전문 회사 MSD 유국일 대표가 만든 고성능 스피커가 있습니다. 다이닝 룸에서는 모던 한식을 주제로 한 제철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예약받은 인원만큼만 식사를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 앉은 자리에서 고요한 영빈관 풍경이 보입니다. 전청조가 갈망한 진짜 재벌 3세의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혜운 기자 제네시스 라운지에서 보이는 신라호텔 영빈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