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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파이팅!”, “징동 짜요!”
지난 주말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 전 세계 게임팬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2~5일 진행된 Z세대 월드컵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즈(이하 롤드컵)’ 8강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6000석의 좌석은 나흘 내내 가득찼습니다. 팬들은 게임 챔피언 중 티모 모자를 쓰고, 응원하는 팀들의 유니폼을 입고, 목이 터져라 선수 이름을 외쳤습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오는 11~12일 열릴 4강 대전은 웨이보게이밍 VS 빌리빌리게이밍, 징동게이밍 VS T1으로 확정됐습니다. 중국팀 세 팀과 한국팀은 한 팀만 남은 셈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입니다. 5명씩 팀을 이뤄 톱, 정글, 미드, 바텀,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맡아 전투를 벌입니다. 이들은 150개 이상의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챔피언을 선택하고, 상대방 진영에 있는 최종 목표 ‘넥서스’를 파괴하면 승리합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상대방의 진영을 노리며 돌진한다는 점에서는 축구와, 앉아서 하는 두뇌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한국의 장기, 서양의 체스와 비슷합니다. 현재 전 세계 매월 1억명 이상, 매일 2700만명 이상이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롤드컵은 9개 지역 22개 팀들이 모여 전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최고 권위의 대회입니다. 전 세계 800여명의 선수가 100여개 이상의 프로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3주년, 대륙을 돌아가며 개최되고요.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5년 만입니다. 롤드컵 결승전은 동시 최고 시청자수가 7400만명(2021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상 최대의 e스포츠 축제입니다.
남들이 게임하는 걸 보는 게 왜 재미있느냐고요? 게임하면 공부 못하는 것 아니냐고요? 자녀들이 롤드컵을 보는 걸 이해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5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공부잘하기로 유명한 카포전(카이스트·포항공대)의 주요 대결종목도 리그오브레전드 입니다.
[관전 포인트 1] T1 VS 징동, 한·중 자존심 대결
현재 중국팀 중 가장 강한 팀은 ‘징동 게이밍’입니다. 올해 자국 리그 스프링과 서머 리그,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까지 우승하며 질주하고 있습니다. 만약 롤드컵까지 우승하게 되면 ‘그랜드슬램’, 혹은 ‘골든 로드’의 완성입니다. 이를 이룬 최초의 e스포츠 팀이 되는 기록도 갖게 됩니다.
이에 맞선 유일한 한국팀은 롤드컵 우승 기록만 세 번 가진 T1입니다. 올해 여름 부진했던 T1은 가을이 되자 다시 이전 모습을 보이며 올라오고 있습니다. 롤드컵과 관련해 T1에게는 좋은 징크스와 나쁜 징크스가 하나씩 있습니다. 좋은 징크스는 지금까지 T1은 롤드컵에서 중국팀에게 진 적이 없다는 것, 나쁜 징크스는 한국팀은 한국에서 롤드컵을 할 때 늘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롤드컵에 마지막 남은 한국팀으로 T1은 국가대표가 된 셈입니다.
[관전 포인트 2] 페이커 VS 룰러, 아시안게임 동료가 적으로 만나다
리그오브레전드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었습니다. 국가대표로 뽑힌 제우스(최우제), 카나비(서진혁), 쵸비(정지훈), 페이커(이상혁), 룰러(박재혁), 케리아(류민석)은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군 면제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적으로 만납니다. 제우스·페이커·케리아가 ‘T1′, 카나비·룰러가 ‘징동 게이밍’이기 때문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한국인이 잘하기로 유명한 게임입니다. T1의 페이커는 전 세계적으로 축구의 메시, 농구의 마이클 조단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중국팀들은 한국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합니다. 현재 중국팀에서는 한국 선수나 감독·코치가 없는 팀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4강 진출팀 중 ‘웨이보 게이밍’에도 더샤이(강승록) 선수가 있습니다.
[관전 포인트3] 광화문이 게이머들로 가득 찬다
e스포츠 경기장은 암전이 되는 곳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예선전은 서울 중구 롤파크와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 8강과 4강은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결승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립니다. 무대 위에서 선수들은 경기를 하고, 큰 화면으로 경기 장면이 생중계됩니다. 다른 스포츠와 차이점이 있다면, 선수들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공간은 관객 중앙에 앉은 해설진의 목소리가 채웁니다.
화면이 크다보니 각자 챔피언들이 실감나게 움직입니다. 같이 응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직관의 맛’을 아는 사람들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티켓은 매진입니다.
티켓팅에 성공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행사들도 많이 준비돼 있습니다. 오는 12일 T1과 징동의 4강 경기는 부산 아시아드 조각광장에서 뷰잉파티가 열립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중구 하이커그라운드에서 다양한 포토존과 다큐멘터리 상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을 앞둔 오는 16~1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가 롤드컵 행사로 꾸며집니다. 15m 초대형 티모와 2.5m 대형 티버 전시, 결승 진출팀 응원 공간과 노티드 도넛 트럭이 설치됩니다. 결승 전날인 18일에는 오후 6시부터 앨런 워커, 니키 테일러, (여자)아이들, 머쉬베놈, FT아일랜드 등이 참석하는 라이브 콘서트가 개최되고요. 19일에는 결승전 뷰잉 파티가 열립니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이 재현되는 것입니다.
[관전 포인트 4] 결승전 무대 오프닝은 걸그룹 ‘뉴진스’
리그오브레전드는 자체 프로듀서 팀에서 매년 주제곡을 만들고 그에 맞는 가수를 찾습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미국 힙합스타 릴 나스 엑스가 주제곡 ‘STAR WALKIN’을 불렀습니다. 올해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는 걸그룹 뉴진스가 올라 ‘2023 롤드컵’ 주제곡 ‘GODS’의 퍼포먼스를 최초 공개할 예정입니다.
‘GOD’는 웅장한 사운드에 파워풀한 보컬이 어우러진 롤드컵 열번째 주제곡입니다. 공개 첫날 스포티파이 최다 스트리밍 신기록을 쓴 바 있습니다. 평소 뉴진스의 곡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롤드컵 오프닝 무대에 서는 K팝 그룹으로는 2018년 걸그룹 (여자) 아이들의 미연과 소연이 멤버로 있던 가상 걸그룹 K/DA 이후 두 번째 입니다. 당시 그들은 오프닝 무대에서 ‘POP/STARS’를 공개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과연 뉴진스가 어떻게 무대를 연출을 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관전 포인트 5] T1, 농심배 바둑 ‘상하이 대첩’의 이창호 9단 되나
그러나 무대보다 중요한 건 결승전에서 맞붙는 팀이겠지요. 결승전이 중국팀들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주말 T1의 승리가 간절한 상황입니다. e스포츠 팬들이 기대하는 상황은 2004년 열린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이 한국 선수 중 홀로 남은 상황에서 극적으로 5연승을 거둬 우승한 ‘상하이 대첩’ 상황입니다. T1 선수들의 어깨에 한국의 자존심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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