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된 ‘나는 솔로’ 16기의 상철과 영숙. 방송 중에 두 사람은 ‘썸’을 탔지만 이후 각종 폭로전을 이어가며 서로를 고소한 상태다./유튜브

“연애하고 싶어서 TV 나온 거 맞나요?”

최근 큰 화제를 모은 ENA·SBS PLUS ‘나는 솔로’ 16기 방송의 출연진을 둘러싼 갈등이 도를 넘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일반인 돌싱 남녀의 데이팅 특집이던 16기 방송은 예능이 아니라 인간 군상을 담은 ‘휴먼 다큐’란 평가를 들으며 최고 시청률을 찍기까지 했다.

그러나 방송 종료 후 난장판이 됐다. 일부 출연자가 연예인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는 동시에, 서로 폭로와 비난을 이어가며 고소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의 싸움은 기사뿐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도 실시간 다뤄지며 피로감을 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일반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몰라도 되는 현실의 이야기 속에서 TMI(너무 과한 정보)가 넘쳐나고 시청자의 과몰입 현상까지 더해져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왜 소설책이 안 팔리고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하겠어요? 현실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애초의 기획, 출연 의도는 사라지고 파격적 소재만 남는 거죠.”

‘나는 솔로’ 16기는 방송 중에도 시끄러웠다. 여자 출연자들끼리 이유 모를 기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누군가는 이어질 듯한 남녀 관계를 이간질해 망치기도 하고, 한 남자는 두 여자를 두고 대놓고 저울질을 했다. 사람이라면 숨기고픈 이런 장면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그래서 다큐란 말이 나왔다.

방송이 끝난 후 상황은 더 꼬였다. 일명 ‘썸’을 탔던 상철과 영숙이 사생활을 폭로하며 고소전을 이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지극히 내밀한 성적 메시지가 유포됐고 피해자가 속출했다. 상철은 직장, 학력 거짓 논란에 휩싸였고, 무용 강사이던 영숙은 다니던 직장에서도 잘렸다. 운영하던 쇼핑몰은 ‘짝퉁’ 취급 신고도 당했다. 전 남편, 전 아내와 이혼 사유 등 지우고픈 과거도 드러났다. 이미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얻은 이들은 SNS에서 서로를 헐뜯고 비난했다. 거기에 따라 팬들도 마녀사냥하듯 우르르 몰려가 감정적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TV 나왔다고 연예인병 걸렸냐” “그만들 좀 해라”는 반응도 상당수다.

10대 부모의 현실을 담은 ‘고딩엄빠’에 출연한 엄마 오현실씨는 아빠가 각각 다른 세 아이를 낳았다는 사연을 공개했지만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유튜브

또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MBN의 ‘고딩엄빠’에 나온 한 엄마의 사연도 충격을 안겼다. 청소년 때 아빠가 각각 다른 아이 셋을 낳은 한 여성은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자신의 처지를 공개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이가 둘 딸린 이혼남, 절도죄로 구속된 남자, 무책임한 남자와 낳은 자녀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그는 “지금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가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방송 후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나온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엄마의 거짓말도 들통났다. 프로그램 폐지 요구도 이어졌다. 프로그램 측은 “그래도 자식을 낳은 결심, 숭고한 희생정신을 봐달라”는 입장이나 “10대 부모란 소재도 황당하지만 이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TV에 나오는 일반인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저출산 시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들을 위한 극사실주의를 표방한다지만, 여기서 연애, 결혼까지 이어지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개인적 이득을 위해 유명세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더 힘이 실린다. 실제 유명세를 얻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인플루언서가 돼 돈을 버는 경우가 많고, 의사 등 전문직은 사업 홍보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듯 보인다.

‘나는 솔로’ 남규홍 PD도 이를 인식하는 듯 “출연자들은 굉장히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요즘 유명인이 되면 굉장히 편하니 제2의 인생이 열릴 수도 있고, 이런 걸 다 계산하고 온다”고 했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화제성을 위해 빌런을 자처하고 프로그램 기획자는 이에 편승해 시청률을 챙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