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정재·정호연·최우식이 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유재석과 이정재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그 사진을 정호연과 공유가 찍는다. 이곳은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장도, 미국 에미상·아카데미상 시상식장도 아니다. 이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관원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골든핏 프라이빗짐이다.
매년 반복하는 새해 결심이 있다.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다이어트를 하겠다’이다. 몸이 재산인 연예인들은 어디에서 운동할까? 그들의 세계를 훔쳐봤다.
◇배우 따로, 가수 따로
같은 연예인이라도 배우가 선호하는 몸과 가수가 선호하는 몸이 다르다. 배우들은 카메라 조명 앞에서 잘 스며드는 몸이어야 하는 반면,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몸이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선호하는 헬스장도 달라진다. 골든핏에는 배우가 많다. 공유·이광수·정유미·수지가 이곳 출신이다.
골든핏 윤태식 대표는 차승원 트레이너 출신이다. 고려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하고 신입 트레이너로 일하던 시절, 차승원이 그의 몸을 보고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며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완성된 차승원의 몸을 본 동료 배우들도 그의 회원이 됐다. 이렇게 연예인 헬스장의 첫째 특징은 ‘소개로 인한 등록’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스타짐 23′은 가수가 많다. 김종국, 비, 슈퍼주니어의 동해, 샤이니의 태민과 민호, 엑소의 카이, 에스파 윈터 등이 이곳 출신이다. 가요계 선배인 김종국과 비가 입장할 때면 후배 가수들이 하던 운동을 멈추고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악 방송 대기실 같기도 하다.
이곳의 지휘자는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아이돌 트레이너’로 출연했던 이영만 대표. 2000년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을 때, “댄스 가수에게 최적화된 몸을 만들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보이 그룹 멤버들이 몰렸다. 최근엔 샤이니 멤버 태민이 컴백을 앞두고 근육질로 완성된 몸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며 “영만이형 고마워요”라고 쓰기도 했다.
연예인 헬스장의 둘째 특징은 ‘사생활 보호’다. 이곳은 다른 헬스장과 달리 입구에 붙은 작은 간판을 제외하면 어디가 헬스장인지 알 수 없다. 관내에 그 흔한 연예인 사진이나 사인 하나 없다. 대표와 트레이너들은 공식적인 소셜미디어도 운영하지 않는다. 전용 PT(개인 운동)숍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수와 팬이 만날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런 시도에 대해서도 소규모 회원 시스템으로 철저히 차단한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 스타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다.
연예인 트레이너는 운동뿐 아니라, 식단, 멘털,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컨디셔닝 트레이너’라고도 부른다. ‘방탄소년단’의 컨디셔닝 트레이너로 유명해진 사람은 김진우 기븐 대표다. 2017~2019년 방탄소년단과 함께 세계 곳곳을 다니며 멤버들을 관리했다. 현재 그의 헬스장에는 보이그룹 2PM과 2AM 등이 다닌다.
◇관원은 멤버만큼 끈끈하다
하이브나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은 대부분 사옥 내에 헬스장이 있다. 없더라도 특정 헬스장과 계약을 맺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신인 때는 회사 헬스장을 다니지만, 연차가 쌓이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헬스장으로 옮긴다고 한다. 각자가 원하는 몸도, 장소도 다르기 때문이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그룹의 경우 같은 곳을 다니는 것이 스케줄 관리상 좋다”고 하지만, 멤버들은 “운동할 때만이라도 오롯이 내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집만큼이나 오래 머무는 곳이 헬스장이기 때문에 관원 간 친밀도는 매우 높다. 같은 미용실 회원인 ‘숍 친구’보다 끈끈하다고 한다. 땀을 흘리며 쌓은 우정이기 때문일까. 이 친분은 소셜미디어 시대, 다용도로 활용된다. 지금 연예계는 ‘친목’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가장 많은 건 유튜브에 서로 출연해주는 ‘품앗이’. 유재석이 진행하는 ‘핑계고’에 공유가 출연한 것도 같은 ‘관원’ 사이이기 때문이다.
가수들은 신곡을 낼 때 서로 ‘챌린지(숏폼에 올리는 짧은 동영상)’를 해주기도 한다. 소속사와 연령대가 다른 가수 비가 샤이니 태민의 ‘길티’ 챌린지를 한 것도 같은 관원이기 때문이다. 3세대 아이돌인 세븐틴과 몬스타엑스, 아스트로가 친분이 두터운 것도 같은 헬스장 ‘운동장’을 다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관원’은 멤버만큼 끈끈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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