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남산. /이혜운 기자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 골목 뒤편.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만날 법한 고풍스러운 7층짜리 건물이 나타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더욱 화려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속 파티가 열릴 것 같은 공간. 층고 높은 천장에 달린 것은 눈부신 샹들리에, 그를 둘러싼 벽에는 양각의 조각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유서 깊은 박물관에라도 온 듯합니다.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은 유럽 궁전에서 보던 것입니다. 로비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게 묻습니다. “여긴 어딘가요?” 사실 저도 모릅니다. 건물 입구로 나와보니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세계 남산’.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세계그룹의 도심 인재개발원, 즉 도심 연수원입니다.

신세계 남산. /이혜운 기자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재 양성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고,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공을 들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월급만 준다고, 명함에 이름 석 자가 적혀 있다는 이유 만으로 회사에 다니지 않습니다. ‘이 회사가 나를 인정해주고, 나의 가치를 높여주고, 나를 제대로 대우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줘야 합니다.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이뤄진 이 공간은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어졌습니다.

신세계 남산은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진 신개념 공간입니다. 신세계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용인에 인재개발원이 있지만, 이곳은 도심 한복판에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언제나 접근하기 쉬운 공간에 임직원을 위한 첨단 교육 시설과 클래식 공연 홀(다목적 콘서트홀), 레스토랑과 카페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신세계 남산. /이혜운 기자

1층부터 3층 높이까지 트인 클래식 공연장 ‘트리니티 홀’은 신세계 임직원을 위한 문화 예술 공연과 강연에 쓰입니다. ‘파트너스 나이츠’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클래식 공연, 팝·재즈 갈라 콘서트, 토크 콘서트 등 연간 40회 진행됩니다. 지난 9일에는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지난 4일에는 재스민 최와 신창용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습니다.

또한 트리니티 홀은 모든 객석(471석)과 무대를 자유롭게 배치하고 변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해, 공연뿐 아니라 콘퍼런스·패션쇼 ·웨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오는 5월부터 10월까지 신세계 임직원 중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첨 지원을 받아 매년 약 30쌍씩의 결혼식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느 5성급 호텔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공간입니다. 참고로 제 발길을 끌어들인 샹들리에는 3억원대라고 합니다.

신세계 남산을 만든 사람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입니다. 이화여대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후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한 그는 조선호텔을 고급스럽게 만들고, 분더샵 청담 문을 열고 성공시킨 바 있습니다. 이곳은 그의 취향이 직원들을 위해 반영된 공간입니다. 1층 휴식 공간 의자에 앉아 있으니, 호텔에 놀러 온 것 같더라고요.

신세계 남산. /이혜운 기자

직원들을 위한 곳이지만,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먼저, 장충동 일대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공간인 건물 5층에 있는 ‘테라스 남산’입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되며, 혹한기·명절 기간에는 폐쇄됩니다.

일식당 야마부키. /신세계

지하 1층에 있는 일식당 ‘야마부키’도 누구나 이용 가능합니다. 산속 바람에 흩날리는 황매화의 노란 꽃잎이라는 의미를 지닌 야마부키는 유서 깊은 전통 일식과 유럽의 식재료를 모던하게 해석한 미식과 와인, 그리고 사케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황매화는 ‘하늘에서 금화가 떨어지면서 꽃이 되었다’라는 신화 속 이야기처럼 ‘숭고함’과 ‘위엄’이라는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황매화 등의 문양을 디자인한 곳은 와인 ‘바소’ 라벨 등을 디자인한 미국 뉴욕의 ‘투바이포(2X4)’입니다. 뉴욕의 고급 일식집에 온 기분입니다.

야마부키. /이혜운 기자

1층 카페 ‘트웰브’도 누구나 이용 가능합니다. 모로코 마라케시 입생로랑 미술관을 설계한 ‘스튜디오 KO’가 설계를 맡아 유러피안 감성에 오리엔탈 모티브를 접목, 귀족적이면서도 편안한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18세기 말 프랑스 희귀식물 압화 작품이 설치돼 고혹적인 분위기도 자아냅니다.

카페 트웰브. /이혜운 기자

유럽의 카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메뉴로 샐러드, 샌드위치 등 70여종을 선보입니다.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 고객을 위해 스무디와 100% 착즙주스, 비건 쿠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앉아서 커피 한 잔에 쿠키를 곁들이다 보니 유럽에 놀러온 듯했습니다.

여기힙해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