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여행 가는 달’ 특수도 다시 시작됐다. ‘여행 가는 달(이하 여가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교통·여행 상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국내 여행 장려 캠페인.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103만 명이 이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여행 혜택을 누렸다. 올해는 이 여가달 캠페인을 3월과 6월 연 2회로 확대 시행한다니 모르고 지나치면 손해!
3월 여가달 주제는 ‘3월 숨은 여행 찾기, 로컬 재발견’이다. 오는 31일까지 캠페인 기간에는 지방 소도시로 떠나는 여행에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가 속속 ‘등판’한다. 특별 개방하는 2곳을 포함해 새로 개장하는 곳도 있다. ‘선착순’은 필수. 정보력·순발력·기동력을 장전하고 3월에 꼭 가봐야 할 ‘한정판’ 여행지를 찾았다.
◇선착순 ‘천 년 온돌’ 체험
올봄에 하동을 여행한다면 여가달 숨은 여행지 중 하나인 ‘칠불사’로 갈 일이다. 화개면 지리산 반야봉 남쪽 해발 800m쯤에 자리한 칠불사는 하동의 명찰 쌍계사의 말사(末寺)로 ‘전설의 구들’ ‘신비한 온돌방’이라 불린 ‘아자방(亞字房)’을 품은 곳. 아자방은 이름처럼 버금 아(亞)자 형태의 온돌방을 말한다. 용도는 스님들의 수행 공간이다. 유서가 깊은 데다 수행 공간이라는 특성상 일반인들의 출입은 금해왔던 곳.
지난 12월 이 아자방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지정된 것을 기념해 칠불사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아자방을 일반 공개한다. 이 기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3·4시 정각에 선착순 30명에게 아자방을 둘러보는 ‘특혜’가 주어진다. 탐방 시간은 해설 포함 30여 분 정도로 짧지만, 이를 보려는 발걸음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는 중. 지난 23일에도 열댓 명의 탐방객이 아자방을 관람하기 위해 집결지인 칠불사 종무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인솔을 담당한 홍법스님은 “평일에도 회차당 열댓 명 이상이 아자방 탐방에 참여한다. 주말의 경우 매 회차 30~40명이 탐방을 희망하기도 한다”며 “전통 구들과 온돌 문화에 관심이 많은 건축학도나 건축가, 학자 등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칠불사는 1세기쯤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인도 승려 장유보옥선사를 따라와 수도한 지 2년 만에 모두 성불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전해진다. 원래 경내에 있던 아자방은 1100여 년 전 신라 효공왕 때 지어졌다가 임진왜란과 6·25전쟁, 여순사건 등을 겪으며 사실상 전소됐다. 지금의 아자방은 1978년 사찰 중창과 발굴·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발굴된 유물 등을 토대로 고증해 완성된 것이다. 홍법스님은 “지금의 아궁이는 축조 당시의 것보다 축소된 형태이며, 원래 있던 아자방은 한번 불을 때면 온돌에 100일간 온기가 유지됐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불을 때면 온기가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탐방객들은 아궁이를 살펴보고 아자방에 들어가 잠시 수행 체험이나 온돌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자방 외 김수로왕 부부가 일곱 왕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만들었다는 영지(影池),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의 다신탑비도 있어 간 김에 둘러볼 만하다. 아자방 탐방은 별도 신청 없이 5월 15일까지 정해진 시간(오전 10시와 오후 2·3·4시 정각)에 칠불사 종무소 앞에서 선착순 참여 가능하다.
◇남원 광한루 내부 한정 개방
조선의 시인묵객, ‘춘향전’ 속 이몽룡이 바라본 광한루원의 전망은 어땠을까? 칠불사에서 차로 1시간 거리 남원에 있는 광한루는 여가달 캠페인의 하나로 3월 29~31일 단 사흘간 광한루 누각 내부를 개방한다. 평소엔 광한루를 그저 바라보거나 배경 삼아야 했지만, 개방 기간엔 특별히 ‘광한루원 뷰 맛집’인 2층 누마루에 올라가 볼 수 있다. 개방 시기에 맞춰 광한루와 칠불사 아자방을 오간다면 최소 숨은 여행지 2곳 ‘도장 깨기’가 가능하다.
광한루는 지난가을 한정 개방 행사 때를 제외하고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일반 탐방객들의 내부 출입을 제한해 왔다. 남원시 측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광한루 내부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은 29~31일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회당 20명씩 현장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광한루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누각으로 조선 명재상 황희 정승이 남원 유배 시절인 1419년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광통루(廣通樓)라 불렀다가 세종 때 정인지가 고쳐 세운 후 광한루(廣寒樓)로 이름을 바꿨다.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 4대 누각으로 꼽히는 광한루는 절벽에 세워진 다른 누각과 달리 평지에서 인공 정원과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광한루를 품은 광한루원은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의 이상향을 담은 공간. 은하수를 표현한 인공 연못엔 원앙과 오리떼가 떠다니고,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삼신상을 상징하는 봉래섬, 방장섬, 영주섬과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도 있다. 2층 누마루에 오르면 탁 트인 마루 너머 정원이 그림처럼 걸린다.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증명하는 듯 주변 경관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3월 중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장하며 오후 6시부터 야간 개장 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이라 광한루원은 조명이 들어오는 야경이 더 아름답다.
◇DMZ·골프장 일몰도 선착순?
경기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지난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에 ‘조강 해넘이 야간 개장’ 행사를 하고 있다. 평상시엔 오후 5시 30분 ‘칼 퇴장’ 시간을 지킨다. 야간 개장 때만큼은 퇴장 시간이 오후 8시로 늦춰진다. “다만 남북 정세에 민감한 DMZ 접경 지역에 있어 야간 개장 진행 여부는 상황에 따라 매달 달라질 수 있다”고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측은 설명한다. 김포시와 군(軍)이 협의해 야간 개방일이 확정되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홈페이지(aegibong.or.kr)를 통해 사전 신청 후 탐방 가능하다. 신청 인원 미달 시 일부 현장 탐방객을 받는다. 방문시 신분증 지참은 필수.
탐방이 제한적인 금단의 지역에 있고 변수가 많다 보니 야간 개방 행사 땐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운 좋게 탐방 순위권에 들었는데 개장 당일 날씨까지 좋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DMZ 조강(祖江)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할아버지 강’이란 뜻의 조강은 한강 하구 김포와 북녘 개풍군 사이를 흐르는 물길의 이름.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는 휴전선이 그어지며 뜻밖의 경계가 된 비운의 강을 만나기에 최적의 장소이니 야간 개장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봄날에 발걸음 해볼 만하다.
여가달 캠페인의 하나로 ‘제주 중문골프장 선셋 투어’ 이벤트도 기다린다. 제주 남쪽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과 가까이 있는 중문골프장(15홀)의 잔디를 맨발로 걸으며 일몰을 감상하고 퍼팅 체험도 해보는 코스다. 여가달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travelmonth)에서 사전 신청 후 추첨으로 회당 12명(동반 1인까지)의 참가자를 선정하는 방식. 지난 27일까지 진행한 1차 투어 접수는 모두 마감됐다. 2차 투어는 18·25일에 한다. 신청 접수는 11일까지 한다.
◇기다려주지 않는 몽골 독수리
이런 한정판 관광이 또 있을까. 여가달 숨은 여행지에 이름을 올린 경남 ‘고성 독수리 체험장’은 월동을 위해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고성까지 4000km를 날아온 야생 독수리를 5m 이내에서 관찰하고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체험장이다. 야생 독수리가 월동을 마치고 떠나면 관찰이 어려운, 그야말로 한정판 체험인 셈. 농한기 고성군 송학리 텅 빈 논 한가운데서 천왕산, 거류산 등 주변 산 정상에서 빙빙 돌다 벌판에 내려앉는 독수리, 소와 돼지의 비곗덩어리 등 뷔페식을 즐기는 독수리를 관찰하다 보면 한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하다.
20여 년째 고성에서 독수리 먹이 주기 활동을 해오는 ‘독수리 할아버지’ 김덕성 선생의 감동 사연을 비롯해 독수리의 생태를 목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김민정 독수리탐조센터 사무국장은 “2월부터 월동을 마친 독수리의 이동이 시작됐다”며 “4월까지는 일부 야생 독수리를 관찰할 수 있으나 3월 중순까지가 적기”라고 했다.
독수리체험장은 3월 말까지 화·목·토요일에만 운영한다. 독수리가 떠나고 나면 임시로 꾸민 체험장도 문을 닫는다. 이후 올해 독수리들이 다시 찾아오는 겨울에 문을 연다. 김 사무국장은 “독수리는 빨·노·파 등 원색과 흰색을 보면 눈이 예민해지고, 경계심을 느낄 수 있으니 체험 시 검정이나 회색, 갈색 계열의 옷을 입을 것”을 추천했다. 체험비는 1인 1만5000원.
◇태백산 전망대·거제 모노레일은 개장 초읽기
3월 중 새로 개장하거나 재개장하는 관광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태백산 눈축제 기간 일부 시설만 임시로 개방됐던 ‘태백산 하늘전망대’가 오는 30일부터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주차장과 연결된 탐방지원센터, 높이 10m 하늘탐방로, 높이 33m 하늘전망대가 연계된 총길이 880m의 무장애 탐방 시설이다. 유모차와 휠체어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교통 약자들도 쉽게 닿을 수 있도록 조성했다. 하늘전망대에선 가까이는 잎갈나무 군락지가, 멀리는 태백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주변엔 네트 쉼터, 소형 집라인 등 숲 체험시설도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한려해상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거제관광모노레일도 재개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2년 10월 화재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지 1년 5개월여 만이다. 모노레일은 기존 배터리 충전 방식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조형물에 경관 조명을 더해 야경에도 ‘힘’ 줬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평화 파크’ 부근과 해발 500m 계룡산 상부 옛 미군 통신대를 잇는 왕복 3.54km 노선은 관광형 모노레일로는 국내 최장이다. 맑은 날 상부 정류장 전망대에서는 미륵산, 한산도, 추봉도까지 내려다보인다. 다만 정식 개통 날짜는 미정. 거제관광모노레일 측은 “당초 3월 1일 개통·운행 예정이었으나 보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 현재 최종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 남원·부안은 관광택시가 반값, 3만원에 기차 타고 ‘여기로’ ]
‘여행 가는 달’ 알차게 즐기기 팁
3월 첫 주부터 ‘여행 가는 달’(이하 여가달) 홈페이지로 ‘오픈런’할 일이다. 숙박·교통·여행 상품 할인 등 모든 혜택은 선착순이니까. 여가달에도 순발력 있게 골라 맛봐야 할 메인 요리가 있다. KTX 관광 열차 할인 혜택과 숙박 할인은 놓치면 아쉽다. ‘여기어때’ 등 39개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나 여행 플랫폼에서 비수도권 지역 5만원을 초과하는 숙박 상품 예약 시 3만원 숙박 할인 쿠폰 11만장을 제공하는 ‘숙박 세일 페스타’는 2월 29일 현재 벌써 ‘쿠폰 소진’을 알리는 업체도 등장했다.
참가비 3만원을 내면 당일 기차 여행(3월 중 금·토요일) 전액을 지원받는 ‘여행 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 여행’ 일명 ‘여기로’에도 신청자가 몰리는 중. 선착순이 아니라 신청을 받고 추첨하는 식이라 노려볼 만하다. 1차로 2월 27일까지 신청자를 받은 ‘전라 로컬 여행’ ‘충청 로컬 여행’ ‘충북·경북 미식 여행’은 마감됐다. 하지만 아쉬워 마시라! ‘강원·충북 산골여행’ ‘남도 로컬 여행’ 등을 내세운 2·3차 신청은 각각 오는 10일까지, 17일까지 계속된다. 이벤트에 당첨되면 3만원에 기차 왕복, 프로그램 체험이나 관광지 입장료, 식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본인 포함, 최대 4매까지 신청할 수 있다.
반값 관광택시도 도전해볼 만하다. 전북 남원시와 부안군 등은 관광택시 최대 50% 할인 행사를 한다. 남원시의 경우 코스에 따라 8만·12만·16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관광택시를 여가달 캠페인 기간인 3월 한 달간 남원시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경우 일부 코스는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코스엔 광한루원과 ‘미스터 션샤인’ 등 시대극 촬영지로 인기를 끄는 서도역을 비롯해 혼불문학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등 남원의 주요 관광지가 포함된다. 김경용 남원시 관광택시 기사는 “최대 4인이 탑승할 경우 1만원씩만 부담하면 4시간 코스를 4만원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3월은 여행 비수기에 속하지만, 여유롭게 남원을 둘러볼 기회”라고 했다. 이 밖에 국립생태원 입장료 50% 할인, 숙박 쿠폰 잔여분 등 ‘여행 가는 달’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korean.visitkorea.or.kr/travelmonth)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