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가수 비비가 지난 13일 발매한 곡 ‘밤양갱’이 최근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멜론뿐 아니라 지니, 유튜브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에서 1위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멜론의 여왕’ 아이유의 신곡이자 방탄소년단의 뷔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어 더욱 화제가 됐던 ‘러브 윈즈 올’을 이긴 성과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비의 별명은 ‘어둠의 아이유’. 아이유처럼 영화 ‘화란’, 드라마 ‘최악의 악’ 등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밤양갱’은 가수 장기하가 작사·작곡·편곡한 곡입니다. 우연히 곡을 듣게 된 비비가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장기하 입장에서는 ‘싸구려 커피’ 이후 두 번째 음식 히트곡입니다. 중독적인 가사와 대중음악에서 흔치 않은 왈츠풍 멜로디에 비비의 매력적인 보컬까지 더해지며 벌써부터 ‘수능 금지곡’으로 불립니다.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겉으로는 달콤한 사랑 노래 같지만, 가사를 곱씹어보면 가슴 아픈 이별 노래입니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사랑의 뒷맛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거 장기하와 아이유의 열애를 떠올리며, ‘장기하의 복수곡’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밤양갱’의 인기에는 유튜브에서 확산한 ‘AI(인공지능) 커버’ 열풍도 거들었습니다. 가수의 목소리를 AI에게 학습시킨 뒤, 마치 실제 가수가 노래를 커버한 것처럼 생성된 영상 콘텐츠인데요. 이 행위가 마치 놀이처럼 번져나간 것입니다. 이효리 등 실제 유명 스타들이 ‘밤양갱’ 챌린지에 참여한 것도 분위기를 더욱 가열시켰습니다. 유튜브나 틱톡, 어느 채널을 열어도 ‘밤양갱’이 흘러나옵니다.
듣다보니 먹고 싶습니다. 이런 비비의 ‘밤양갱’ 열풍은 실제 ‘양갱’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라운제과는 비비와 ‘밤양갱’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고요. 성수동 카페 베르에코와 이마트는 ‘연양갱’ 신상 카라멜버터바와 들깨버터바를 출시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밤양갱과 우유를 이용한 ‘밤양갱 라떼’도 유행입니다. 인터넷에는 “동네 마트에서 항상 묶음 판매 세일하던 연양갱이 비비 노래 인기로 갑자기 세일을 안하기 시작했다”는 푸념이 올라옵니다. 제과업체마다 연양갱의 매출이 올랐다고 합니다. 할머니집 냉장고에서나 간혹 보던 ‘양갱’이 구하기 어려운 인기 상품이 돼버렸습니다.
양갱은 팥 같은 재료에 설탕, 물엿, 한천 등을 섞고 졸여서 만든 과자입니다. 한국에서는 1945년 8·15 광복 이후 일본인 공장주가 버리고 간 양갱 공장을 인수해서 창업한 해태제과에서 연양갱을 만든 것이 처음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재료는 팥이지만, 고구마·밤·녹두 등으로도 만듭니다. 맛이 몹시 달고 부드러워서 이가 약한 어르신들 간식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젊은층을 겨냥한 디저트 카페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카페 ‘적당(赤糖)’입니다. 밤양갱 가격은 2800원.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 2′의 김태형 셰프가 운영합니다. 개화기 시대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실내 인테리어도 훌륭하지만, 선물용 포장도 고급스럽습니다. 밀크티양갱, 헤이즐넛양갱, 라즈베리양갱 등 신선한 조합의 디저트도 있습니다. 다른 양갱보다 맛이 진하고 꾸덕합니다.
연희동·인사동·압구정동 등 서울 전역에 매장이 있는 ‘금옥당’도 수제양갱 전문점입니다. 진하고 달콤 고소한 맛도 매력적이지만, 전통 민화 같은 고급스러운 패키지가 구입 욕구를 상승시킵니다. 전통 과자의 부활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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