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미국 뉴욕에 다녀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언론 및 전문가들이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풍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풍수’란 그가 사업가 시절에 풍수를 활용해 부동산 재벌이 됐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트럼프는 풍수 어록도 남겼다.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으나, 풍수를 활용하면 돈이 됩니다” “풍수는 신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풍수는 자연과 주변에 어울리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지요”….
미국인이 동양 풍수를 활용한 것도 파격이지만, 대통령이 된 뒤의 언행들도 기존 ‘세상 문법’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러한 트럼프를 일찍이 유명 보수 언론인 조지 빌(G. Will)이 간파하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30년 전인 1985년 칼럼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트럼프는 이성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이성에 의지해서만 살 수는 없다. 과도한 것이 미덕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트럼프다. 그는 미국의 분출하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맨해튼의 마천루와 같은 미국인이다. (...) 성급함과 열정 그리고 충동은 미국의 특성 중 일부이다.”
‘맨해튼의 마천루’ 같은 트럼프는 현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캠페인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풍수 행위는 어디서 어떻게 드러날까? 필자가 뉴욕을 찾은 이유였다. 트럼프 생가, 트럼프 선영, 트럼프타워, 트럼프호텔, 허드슨 강변 트럼프 아파트단지를 답사하였다. 이에 대한 풍수 이야깃거리가 많으나 생략한다.
‘트럼프 풍수’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곳은 트럼프타워다. 트럼프가 풍수를 직접 ‘입력’한 빌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자신뿐만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마이클 잭슨 등 유명인이 입주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해당 건물은 맨해튼 중심지에 자리한다. 길 건너에서 트럼프타워를 촬영하고자 하는 건 필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해당 건물을 촬영한다. 정문 앞에서는 노랑머리 트럼프로 변장한 이가 트럼프 특유의 자세를 취하며 어슬렁거린다.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며 관심을 보이거나 사진을 찍는다.
건물에 들어서면 ‘아트리움(atrium)’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화려한 이탈리아 대리석을 바닥과 6층 높이의 벽에 깔고 붙였다. 장밋빛·분홍빛·복숭앗빛 대리석이 눈부셨다. 트럼프는 건물에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였다. 완공 직후 이를 본 건축 평론가들도 “실내 공간이 따뜻하고 화려하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미국식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이 입주하였다. 이를 통해 당시 트럼프는 투자 대비 천문학적 이익을 남겼다.
아트리움 에스컬레이터 양쪽 벽면에는 금빛 거울을 사용하여 작은 중심공간을 훨씬 크고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또 아트리움 한쪽 벽면에 100만달러를 들여 8피트 폭포수가 흘러내리도록 하였다. 물은 재물의 기운을 진작시켜준다. 풍수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타워 말고도 그가 세운 다른 빌딩과 골프장도 풍수를 활용하여 부동산 가치를 올렸다. 심지어 그가 분양한 허드슨 강변 아파트 화장실에도 풍수를 접목할 정도였다.
풍수를 바탕으로 부동산 재벌이 된 그때부터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후 맨해튼에 더 높고 화려한 마천루가 들어섰다. 그가 지은 빌딩들은 왜소화·노후화되었다. 기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인 조지 빌 말마따나 그의 ‘성급함과 열정 그리고 충동’은 여전하다. 11월 대선에서 자신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