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37)는 충북 충주시 유튜브인 ‘충TV’ 관리자. 보통은 그냥 ‘충주맨’이라 불린다. 참신하고 재밌는 발상의 ‘밈(meme·유행 콘텐츠)’을 활용해 정책 홍보를 이끌면서 구독자 수는 현재 72.4만에 이른다. 시 인구의 3.5배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경신 중이다. 충TV는 기초⸱광역지자체를 통틀어 압도적인 1위며, 큰 격차로 경북과 서울시가 그 뒤에 있다.
기획⸱촬영⸱편집 등 작업을 김선태 혼자 도맡은 점이 놀랍기만 하다. 특히 코로나 국면 때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강조한 일명 ‘관짝밈’은 조회 수 997만으로 기염을 토했다. 급기야 올해 9급 공무원에서 6급 지방 행정 주사로 초고속 승진, 공직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배후 조종자(?)는 누굴까. 이 젊은 공무원이 활개 칠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준 사람. 조길형(62) 충주시장이다. 시장실에 들어서니 ‘더 가까이, 충주’라는 시 상징 문구가 눈에 띈다. 자괴감 들게 하는 얼치기 영어 슬로건보다 백배 천배 멋지다. 조길형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인터뷰 내내 답할 때 미소부터 띠고 본다. 충주맨 발탁 배경을 물었다.
“저는 ‘남다르게, 거꾸로’ 하길 좋아합니다. 월 1회 직원 조회를 하는데 총무과장이 사회를 보게 하지 않고 막내급 사원에게 맡깁니다. 매번 1~2명이 나와 업무 관련 제안이나 불편 사례, 개선 방안 등을 발표하게 해요. 6년 전쯤인가, 9급 말단 직원이 눈에 띄었어요. 보통은 PPT(발표 소프트웨어) 띄워놓고 그저 죽죽 읽어 내려가는데, 이 친구는 사진이나 단어 하나만 간략히 제시하고 말로 풀어가더라고요. 이야기의 맛을 아는 젊은이구나, 알아차렸죠.”
조 시장은 산척면에서 농업 보조금 업무를 보던 충주맨을 즉각 홍보실로 발령 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텍스트 홍보 위주에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영상 쪽으로 방향 전환을 지시한다. 그러나 2~3개월 동안 진척이 없자 원인 분석에 들어갔고 결재 라인에서 아이디어가 이리저리 왜곡되고 시간이 지체되는 걸 간파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다. “최대한의 자율을 주겠네. 유튜브를 무결재로 제작하게.”
관찰력⸱계획성⸱책임감이 강하고, 다소 강박증이 있으며,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데 잘난 척하는 기질인 MBTI, ISTJ 유형의 김선태가 충주맨으로 거듭나는 계기였다.
혹여 조직의 질서나 위화감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그 사람한테 따로 칭찬이나 격려, 절대 안 합니다. 이제껏 딱 한 번 오뚜기분식에서 7000원짜리 쫄면 같이 먹은 게 다예요. 그러곤 늘 주지시킵니다. 주위에서 자네를 싫어하게 되면 책임은 자네 몫일세. 주변을 잘 챙기고 다독거리게나.” 충주맨 김선태가 수많은 공무원 동료를 유튜브에 출연시키며 관계를 다지는 이유다. 짓궂은 질문을 해봤다. “유튜브 보니까 자주 악당⸱꺼벙이⸱얼간이 역할로 굴욕을 당하던데요?” “개의치 않아요. 충주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졌잖습니까. 작년 수능 지리 과목에 우리 충주가 답인 문제가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죠.”
조길형은 원래 경찰이었다. 집이 가난해 학비가 없는 경찰대에 진학, 1기로 졸업했다. 경찰서장 세 번에 강원⸱충남경찰청장을 역임했고, 52세 때 충주 중앙경찰학교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사람을 원래 잘 알아봅니까?” “그건 아니고요. 제가 전형적인 이과 성향입니다. 수학⸱과학을 좋아했어요. 과학자가 꿈이었고요. 충남청장 할 때 관내에 카이스트가 있었죠. 얼마나 부럽던지. 목표와 효율을 중시하는 타입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권리만 찾는다고 비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이들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해요. 나의 목표와 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죠. 그러다 보면 미처 몰랐던 현장 상황을 알게 되더군요. 자연스레 아랫사람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공감의 교집합이 생깁니다.”
성공 리더십을 요약해달라고 했다. 첫째는 질문. 이 일을 왜 하나? 일의 현재 진행은 어떤가? 자신과 구성원들에게 수시로 묻는다. 둘째, 칭찬이다. 격려와 동기 부여는 큰 힘이다. 셋째는 꾸중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 사절이다. 보고를 미루는 걸 특히 싫어한다. 굿 뉴스는 괜찮지만 나쁜 소식은 늦으면 수습할 기회를 놓치기에 쓴소리한다. 2030들이 특히 틀 맞추는 보고서식에 질색하자 바꿨다. “문자나 카톡으로 해도 됨!” 현장과 실무자 중심의 유연성이다.
MZ세대에게 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내가 모르고 있다는 건 세상에 없다는 거야,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더 찾고 살피고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죠. 앞 세대들의 지혜와 경험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3선 임기를 마치면 바이크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계획이란다. 얼마 전 원동기 면허도 땄다며 씩 웃었다. 우리말 관련, 졸저(拙著)를 선물하니 수안보면 향토 기업이 제조한 화장품 세트를 내민다. 연분홍빛 포장이 곱다. 수안보에서 온천욕 한 게 언제던가. 다시 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