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변신'의 한 장면. 아이슬란드 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배우 기슬리 가다슨은 벽을 타고, 계단 위로 기어가고, 거꾸로 매달리며 벌레(그레고르)를 연기한다. /LG아트센터

프란츠 카프카가 지은 소설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는 문장으로 열린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장갑차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벌렁 누워 있었다. 가느다란 다리 여러개가 눈앞에서 맥없이 허우적거리는 게 보였다.

6월 3일은 카프카(1883~1924)가 타계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숨은 작가로 산 그는 부조리한 삶에 대한 통찰을 글로 남겼다. 불쾌하고 무서우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라고 한다. 그는 유대인으로서 맞닥뜨린 적대적 환경과 아버지에게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을 고백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였다.

과거의 작가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전위적이고 독특한 문학 세계를 이룩한 작가에게 ‘제2의 카프카’라는 별명을 붙인다. 지난해 봄 유행한 “엄마,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바퀴벌레 논쟁’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요즘 10~20대의 삶도 고달프기 때문일 것이다.

카프카는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로도 유명하다. “아카데미(학술원)의 고매하신 신사 여러분! 저에게 원숭이 시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하셨습니다”로 시작한다. 아프리카에 살던 원숭이(피터)가 사냥꾼에게 잡혀 유럽으로 이송되던 중 온갖 노력을 해 사람으로 변신한 이야기다. 연극으로도 흥행한 ‘빨간 피터의 고백’ 말이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 대신 출구라는 단어를 쓴다. 피터는 철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을 꼼꼼히 관찰했다. 언어와 춤, 노래와 연기까지 배웠다. ‘변신’에서 인간이 동물로 퇴화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빨간 피터의 고백)’는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공통점은 출구를 향한 몸부림이다.

그 설정은 유럽에서 차별받는 유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 사회·경제적으로 무능한 존재가 돼 가족들에게 외면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합쳐진 것이었다. 100년 전 카프카가 최근 한국에서 인기인 까닭을 알 것 같다. ‘엄마,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구가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맞아 카프카 문학이 지닌 의미를 오늘날 한국 문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카프카,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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