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인권은 어디까지인가. 이미 국민은 화나 있다. 음주 뺑소니 가수가 버젓이 콘서트 열 때, 묻지 마 살인 피의자의 얼굴과 포승줄을 경찰이 가려줄 때, 아동 성폭력범이 달랑 5년 형 받을 때, 그런 자들이 출소 후 전자 발찌도 없이 돌아다닐 때, 유력 정치인의 재판이 줄줄이 지연될 때.
그들이 교도소에 가면 죗값을 제대로 치를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 여론 감시의 사각(死角)지대에서 재소자들은 물 만난 듯 자신의 권익만 주장하고,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고 한다.
한국은 인권 선진국이다. 범죄자도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며 잘 교화해야 한다. 세종대왕도 “옥은 사람 죽이는 곳이 아니니 죄인도 여름엔 냉수를 주고 몸을 씻기라” 하셨다.
그러나 지나치게 대우받아 법을 우습게 여길 정도라면? 교도 행정 실무자와 전문가들은 “요즘 재소자 인권은 황금기를 맞았다”고 한다. 오히려 교정 공무원의 생존권, 범죄 피해자와 납세자의 인권 침해가 우려될 판이라는 것이다.
◇빨간테·린스… 끝없는 인권 타령
2021년 홍성교도소의 한 재소자가 ‘빨간 테 안경’이 반입되지 않는다고 소송을 냈다. 화려한 원색 안경테는 심리 안정을 저해하고 위화감을 일으킬 수 있어 금지돼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이 규정이 위헌·위법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해 대구교도소의 남성 재소자는 ‘헤어 린스’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린스가 여성 전용 물품으로 분류된 건 평등 원칙 위배, 행복추구권 박탈”이라고 했다. 이제 남자들도 린스를 쓸 수 있다.
청주여자교도소 재소자가 “생리량이 많으니 생리대 대신 성인용 기저귀를 달라”고 요구했다. 남성인 의무과장이 간호사에게 “생리량을 확인해보라”고 했다가 재소자에게 인격권 침해로 고소당했다. 의사는 기저귀가 위해 물품이 될 수 있어 함부로 지급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성인지 감수성 교육’ 처분을 받아야 했다.
요즘 핫한 소송은 과밀 수용 문제다. 재소자들이 “교도소가 좁아서 못 살겠다”며 집단 소송을 벌여 승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 교도소 수용률이 한계를 넘은 건 사실이다. 범죄의 흉포화·지능화로 징역형은 급증하는데, 교도소 신설은 여의치 않아서다.
그런데 2017년 부산고법에서 “2㎡(0.6평) 침대 매트리스 크기는 확보돼야 한다”는 판례가 나오더니, 2021년 대법원도 과밀 수용은 인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그에 못 미치는 공간이 증명되면 재소자가 이긴다. 물론 지낼 공간이 당장 늘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손해배상을 받고 조기 가석방을 요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교도관들을 각종 서류 작업으로 골탕 먹이는 건 덤이다.
재소자 1인당 연 수용비는 지난해 기준 3100만원이다. 2년 전 2800만원보다 11%나 올랐다. 1인 가구 중위소득이 2400여 만원, 9급 공무원 초임이 3010만원이다. 열심히 일하는 서민보다 재소자 처지가 나은 셈이다.
‘콩밥 먹는다’는 것도 옛말. 매일 쌀밥에 고기 반찬, 복날 삼계탕, 명절 특식이 나온다. 서울구치소는 올 초 닭볶음탕·떡갈비·육개장 등이 담긴 식단표와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 분노에 비공개로 전환했다.
음주 운전으로 인천교도소에서 2년 복역한 29세 남성은 “매일 진수성찬이더라. 국민이 성낼 만하다”고 했다.
한 교도관은 “재소자들이 툭하면 아프다며 CT·MRI 찍고, 대학병원 특실에 누워 수천만 원 혈세를 쓰기도 한다”며 “교도소가 범죄자 요양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주교도소는 2022년 심리치료실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했다가 문제 되자 폐쇄했다.
◇‘재소자 진정 맛집’ 된 인권위
재소자 권리와 복지가 늘어난 배경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다. 인권위는 가능한 한 재소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데, 이게 진보 정권마다 대폭 받아들여졌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부터 사형 집행이 중단되고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됐다. 노무현 정부 때 교정시설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97%였다. 보수 정부에선 40%대로 떨어졌다가 문재인 정부가 96%로 끌어올렸다.
교도관이 진정서를 뜯어볼 수도 없게 했다. 재소자의 인권위 진정은 2017년 4528건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인권위에 진정하는 4명 중 1명은 재소자다.
2022년 호텔급 최신식이라는 상주교도소 재소자들이 하수구와 변기에 쓰레기를 버리고 물을 펑펑 틀어 오수처리시설이 고장 났다. 이 때문에 하루 7시간씩 단수했더니 인권위가 ‘인권 침해’ 결정을 내렸다. 춘천교도소에선 온수 목욕을 주 1회 15분으로 제한한 게 인권 침해였다.
전국의 수감자들은 이런 바깥 동향에 민감하다. 덩달아 온갖 요구와 진정, 고발, 소송이 난무한다고 한다. 원하는 TV 채널이나 영화를 안 보여줬다고, 교도관이 소지품 들춰봤다고, 기분 나쁘게 불렀다고, 채식주의자 전용 식단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난동 부렸더니 장시간 보호 장비를 채웠다고.
한 성소수자가 생물학적 성별이 같은 재소자들과 분리해 독방에 가뒀다고, 다른 성소수자는 독방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각각 인권 침해를 주장했다.
언론사에 보내는 편지를 교도관이 열어보고 발송하지 않은 건 ‘통신의 자유’ 침해, 외국인 재소자를 위한 소수 종교 행사를 열어주지 않은 건 ‘신앙의 자유’ 탄압이다.
인권 침해 진정이 많은 건 인권이 넘쳐난다는 반증일 수 있다. 77명을 죽인 노르웨이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2012년 21년 형을 받고 수감된 교도소는 호텔처럼 고급스러운 방에 개인 주방·욕실, 운동실, 음악실, 안락의자까지 갖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가 정부를 상대로 인권 침해 소송을 쏟아냈다. 이유는 “빵에 바를 버터가 적다, 커피가 차갑다, 보습제를 안 줬다, 수감실 뷰가 지겹다, 수갑이 따갑다” 등인데, 압권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지 않는다”였다.
◇교도관과 피해자는 웁니다
진보는 범죄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문제로 본다. 재소자에게도 온정적이다. 교도소에서도 바깥 사회와 비슷한 조건에서 잘 지내며 순화시켜 내보내야 범죄가 억지된다고 본다. 자원 풍부하고 인구 적은 북유럽이 이런 모델이다. 반면 최근 아르헨티나에선 재소자 복지를 줄이고 강력한 교화에 집중했더니 범죄가 줄었다.
한국 진보는 일제 독립투사나 군부독재기 운동권이 고문받던 시절이 기준이다. ‘공권력은 억눌러야 한다’는 정서마저 있다. “범죄자 인권이 보호되는 세상이 돼야 내 인권도 보호받는다”(유시민)고 한다.
그런데 교정시설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이 최고치에 달한 2019년, 범죄자의 재범률도 26.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편한 교도소에 다시 들어가려는 잡범이 급증했다.
요즘 교도관들은 재소자에게 얻어맞고 욕먹어도 참는다고 한다. 재소자의 교도관 폭행은 2017년을 기해 두 배 늘었다. 이후 5년간 교도관 1만7000여 명 중 절반 넘는 9400여 명이 재소자에게 고소당했다. 이 중 4명 빼곤 모두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태반이 무고라는 얘기다.
교도관의 40%가 정신 건강 위험군으로 소방관을 능가하며, 교도관 사망자 38%의 사인이 자살이다. 교도관 줄사직에 교도소는 통제 불능이 되고 있다.
함혜현 부경대 공공안전경찰학과 교수는 “문제는 범죄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것 자체보단, 그들이 공권력을 농락해 교정 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정이 덜 된 흉악범과 지능범이 사회에 나와 활개 치면, 형벌을 국가에 위임한 피해자는 물론 납세자의 인권도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인권은 재소자보단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 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매년 여름 폭염이 극에 달하기를 기도한다고 한다. 수감된 가해자들이 더위를 가장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대로 된 벌은 하늘만 내릴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