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디즈니랜드에 총출동한 어벤져스 멤버들이 '스타크 엑스포 전투'에서 악당 '히드라'를 물리친 후 관람객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홍콩=구아모 기자

동화 속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디즈니의 주옥같은 애니메이션들의 영상 홀로그램이 하나하나 지나간다. ‘밤비’ ‘덤보’ 같은 초기작부터 ‘겨울왕국’ ‘주토피아’ ‘라푼젤’ ‘모아나’ 애니메이션들과 주제가, 분수, 레이저 조명이 홍콩 란타우섬의 밤을 수놓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꼈던 마법 같은 순간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홍콩 디즈니랜드에서의 하루는 마치 꿈속에 있는 듯했다. 바로 옆을 지나가던 신데렐라와 엘사는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인공들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캡틴 마블까지. 이곳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 하게 했다.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삼은 놀이기구와 풍선, 솜사탕, 음악, 미키마우스, 더피 등 캐릭터에 둘러싸여 마치 디즈니랜드에서의 이 순간만큼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1955년 첫 디즈니랜드 개장 때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내세운 ‘꿈이 이뤄지는 곳(where dreams come true)’이라는 가치는 세월에 침식되지 않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듯한 거대한 세트장이자 하나의 연극 무대 같은 공간.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던 그날을 돌이켜 본다.

◇아시아 마블 허브로 거듭난 홍콩

세상을 지키는 영웅이 되는 것을 꿈꾼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수퍼 히어로를 도와 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는 놀이기구가 제격. 디즈니랜드 중 ‘투모로 랜드’ 에서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디즈니랜드는 도쿄, 상하이, 홍콩 등 세 도시에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만의 특색이 있다면 ‘아시아 마블 허브’로서 마블 테마 놀이기구와 기념품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홍콩 디즈니랜드만의 스토리 라인도 흥미롭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란타우섬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 구룡반도에 마블 세계의 악당 ‘히드라’가 출몰했다. 이들의 표적은 아이언맨이 세운 ‘홍콩 스타크 엑스포’와 ‘파빌리온’. 이곳에 보관된 비밀 무기를 훔치기 위해 홍콩 도심을 습격한다. 속수무책으로 악당에게 당할 순 없는 법. 비행 시뮬레이터인 ‘아이언맨 체험’ 놀이기구는 3D 안경을 착용하고 홍콩의 도심을 아이언맨과 함께 누비는 경험을 선사한다. 3D라 그저 그럴 것 같다는 방심은 금물. 특수 안경을 착용한 채 홍콩의 고층 건물과 바다를 재빠르게 누비니, 꼭 홍콩 도심을 같이 휘젓는 느낌이었다.

악당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법이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악당들은 ‘앤트맨’과 함께 사냥할 수 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앤트맨과 와스프: 나노 배틀!’ 놀이기구에서다. 일종의 슈팅 게임인 이 기구에선 ‘대거’에 탑승해 ‘EMP 블래스터’라는 도구로 총을 쏘며 잔당들을 퇴치한다. 사방에 표적이 있으니 방심하지 말 것. 표적 위치와 크기에 따라 얻는 점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행과 사격 실력을 겨뤄볼 수도 있다.

악당을 물리치느라 주린 배는 마블 테마 식사로 달래주면 제격이다. 투모로 랜드에 자리한 ‘스타라이너 디너’ 식당에서는 마블을 테마로 한 간식과 음료들을 맛볼 수 있다. 여운이 남는 마블 팬들은 ‘엑스포숍’과 ‘파빌리온 기프트숍’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의 실사판 동상과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각종 의류, 액세서리, 피겨 등 마블 팬들이 좋아할 기념품 역시 즐비하다. 스파이더맨 팝콘통, 그루트 인형, 인피니티 스톤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가방 등이 있다. 아이언맨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피겨는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실사판 크기로 제작된 앤트맨 동상과 기념 촬영을 하는 관람객.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동상도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

◇하늘 수놓은 드론쇼

낮과 밤에 걸친 어벤져스 멤버들의 전투도 빼놓을 수 없다. 한낮엔 번쩍이는 붉은 빛이 투모로 랜드를 가득 채운다. 마블 시리즈에서 캡틴 마블의 주적으로 나오는 악당 ‘아르님 졸라’가 만든 히드라 군단이 홍콩 디즈니랜드를 급습한다. 수퍼 파워를 찾아라’라는 주제로 열리는 ‘스타크 엑스포 전투’ 프로그램이다.

악당들의 물량공세에 디즈니랜드가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어벤져스들이 총출동한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토르’ ‘캡틴 마블’ 등이 히드라 군단과 아르님 졸라에 대항한다. 어느덧 전투는 어벤져스의 승리로 기운다. 끝나면 거리 곳곳을 활보하는 영웅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경계를 풀면 안 된다. 밤이 깊어지자 집요한 악당 아르님 졸라가 공습을 시작한다. ‘스웜 봇’이라는 무기로 디즈니랜드 상공에 침투한다. 또다시 어벤져스 영웅들이 모두 집결해 공격을 막아낸다. 하늘을 수놓은 드론들은 악당들의 형상을 하다간, 이내 어벤져스들의 공중 공격으로 해체된다. 승리를 거둔 영웅들의 상징들이 밤하늘에 수놓이며 드론쇼는 막을 내린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는 10일까지 열리는 ‘마블 수퍼 히어로 시즌’에만 볼 수 있다.

밤하늘에 드론으로 어벤져스의 상징이 번갈아 수놓아졌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치열한 전투는 오는 1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

◇겨울왕국 테마 구역에서 안나와 엘사 만나볼까

아열대 기후인 홍콩에서 ‘겨울왕국’의 눈꽃이 피어났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겨울왕국’ 테마 구역도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여름 눈 축제를 즐기러 오세요!’라는 문구가 달린 작은 터널을 지나자 눈꽃 결정이 있는 분수대와 함께 아렌델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사의 얼음 궁전이 자리하고 있는 북쪽 산과 안나가 한스 왕자를 처음 만나는 아렌델 항구 등 애니메이션 속 공간이 그대로 펼쳐졌다. 이 구역에서는 롤러코스터 ‘떠돌이 오큰의 슬라이딩 썰매’, 보트 탑승 놀이기구 ‘겨울왕국 에버 애프터’,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숲속의 플레이하우스’ 연극까지 3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으뜸은 ‘겨울왕국 에버 애프터’ 놀이기구. 보트를 타고 영화 속 공간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 물살을 가르며 애니메이션 장면이 애니메트로닉스로 구현된다. 실사 크기로 제작된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노랫소리에 매료된다. 눈 깜빡거림, 입술 움직임이 모두 자연스럽다. 눈사람 ‘올라프’는 물론, 삽입곡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같은 노랫소리에 뮤지컬 무대로 들어온 기분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1편의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가 울려 퍼지는 순간. 감동과 함께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안나와 엘사를 볼 수 있는 ‘숲속의 플레이하우스’도 놓칠 수 없다. 관객과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참여해서 함께 공연을 꾸려나간다. 극장 내부는 안나와 엘사가 어린 시절 얼음 마법을 부리며 놀던 비밀 장소라는 콘셉트. 엘사의 손짓에 따라 바람이 불고 인공 눈이 내린다. 홍콩 디즈니랜드 공식 앱을 통해서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다. 파크에 입장하자마자 예약하면 된다. 파크 앱으로 테마파크의 지도를 보거나, 놀이기구별 대기 시간을 실시간 확인할 수도 있다.

겨울왕국 테마 구역 중 '숲속의 플레이하우스'에서 엘사가 주문을 외쳐 인공눈을 하늘에서 내리게 하는 모습. /홍콩=구아모 기자

◇홍콩 모멘터스 불꽃놀이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은 불꽃놀이 아닐까. 밤 8시 30분부터 진행되는 불꽃놀이는 약 20분간 디즈니 및 픽사의 주요 애니메이션 40여 편 속 캐릭터 150여 명이 주제가와 함께 총출동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들, 혹은 어린 시절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들이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화려한 레이저쇼, 불꽃놀이와 함께 흘러나온다.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선물한다.

OTT 플랫폼마다 새로운 작품들이 차고 넘치게 나오는 시대, 1.5배로 ‘속주행’을 하지 않고서는 영화들을 소비할 수는 없을 지경에 이른 지금, 히트작 하나가 한 세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1990년대 세대를 관통한 인어공주의 ‘언더 더 시(Under the sea)’, 알라딘의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라이언 킹의 ‘하쿠나 마타타’ 같은 노래가 동심을 소환했다. 노래와 추억은 힘이 세다.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매일 밤 8시 30분 진행하는 불꽃놀이 공연 '모멘터스(Momentous)'. 디즈니 영화 장면들과 분수, 레이저, 조명, 불꽃놀이, 음악들이 어우러진다. /홍콩 디즈니랜드

현실은 디즈니 영화처럼 ‘그렇게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Happily Ever After)’로만 끝날 순 없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의 성장과 시련, 사랑, 그리고 그럼에도 나아가는 모습에서 현실의 위안을 얻는다. 시작, 성장, 시련, 사랑 등 6개 챕터로 구성된 쇼를 불꽃놀이가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주제가 ‘기억을 사랑하세요(Love the Memory)’가 란타우섬의 밤을 수놓는다.

“시간은 항상 가고 있어요 우린 멈출 수 없어요. 그 순간을 살아요 그리고 그 기억을 사랑하세요. 배우고, 사랑하고, 꿈꾸고 춤을 추세요. 기억을 사랑하세요.”

[마블 테마 호텔서 하룻밤 묵어볼까]

아이언맨 토스트, 캡틴 마블 칵테일 한 잔

홍콩 디즈니랜드에 하루만 있는 게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선 호텔 투숙도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그중 ‘할리우드 호텔’에 있는 식당 ‘더 아키비스트’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테마로 한 음식과 칵테일을 판매한다.

주방장 마이크 옹씨는 “마블 영화 시리즈를 정주행하면서, 주요 등장인물과 그에 걸맞은 요리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메뉴로 구현하려고 했다”며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피니티 스톤’의 경우는 다양한 색감을 통해 ‘잼스 플래터’로 그 형태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할리우드 호텔'에 있는 식당 '더 아키비스트'에서 판매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테마의 음식. 인피니티 스톤을 모티브로 삼은 플래터와 아이언맨 얼굴이 그려진 토스트 등을 맛볼 수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

몸집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앤트맨’에서 착안한 ‘퀀텀 버거 3종’, ‘아이언맨’의 얼굴이 새겨진 토스트, 어벤져스 시리즈의 악당 ‘로키’에서 영향을 받은 시저샐러드 등 메뉴도 다양하다. 곁들여 마실 음료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등장인물 ‘그루트’를 모티브로 한 칵테일,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어 만든 ‘캡틴 마블’ 테마의 칵테일, 보드카와 자몽주스를 섞어 ‘비전’을 테마로 한 칵테일도 있다. 칵테일마다 가운데 빛이 나는 큐브가 들어가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으로는 식당 곳곳에 있는 마블 소품들을 즐길 수 있다. 식당 가운데에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피니티 건틀릿을 실사본으로 전시했다.

디즈니랜드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할리우드 호텔'에서 오는 8월에 열리는 마블 테마의 객실. /홍콩 디즈니랜드

할리우드 호텔엔 오는 8월 9일부터 새로운 마블 객실이 열린다. 벽에는 마블 영화 테마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어벤져스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수송기 ‘퀸젯’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있다. 아이언맨, 캡틴 마블,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토르, 호크아이, 앤트맨, 와스프, 블랙위도, 헐크 등 수퍼 히어로들이 모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장대한 이야기 속으로 관람객을 데려간다.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