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60km 떨어진 소도시 보로댠카. 전쟁 발발 초기에 키이우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집중 폭격을 받은 곳이다. 수많은 건물이 초토화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쟁이 무섭고 잔인하다는 걸 보로댠카에 와보고 처음 실감했다.
미사일을 맞아 건물 절반이 무너져 내린 아파트 안쪽 벽면에서 그림과 마주했다. 국적과 이름을 알리지 않고 활동하는 ‘거리 화가’ 밴딧(Bandit)이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그린 그림이다.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엘레나가 국가를 연주하는 모습. 바이올린에서 울려 퍼지는 음계의 색깔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했다. 엘레나는 쏟아지는 폭격에 바이올린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소셜미디어로 밴딧에게 이 그림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철거 작업이 시작되면 이 그림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전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