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는 프랑스 파리 센강에 변기가 놓인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똥 싸고 성낸다’는 옛말이 있다.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진짜 똥을 싸면서 성을 내기로 한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단체로. 일명 ‘집단 똥 싸기 시위.’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센강에 똥을 싸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23일(현지 시각) 파리 시민들이 센강에서 ‘집단 볼일’을 볼 예정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파리시(市)에 항의하기 위해서라는데, 똥은 왜?

◇창의적 시위의 민족

파리시는 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센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정화 사업에 14억 유로(약 2조500억원)를 투입했다. 센강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과 수영 등의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센강은 산업화로 인한 수질 악화 등으로 1923년부터 일반인 입수가 전면 금지됐다.

최근까지도 대회 구간에서 기준치를 뛰어넘는 세균이 검출되며 “선수들이 구토나 복통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당국이 ‘미관을 해친다’며 수천 명의 노숙자를 쫓아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파리 시민들이 “빈곤한 이웃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이 효과도 쓸모도 없는 곳에 낭비됐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

‘X’(옛 트위터) 등에서는 ‘#6월 23일 센강에서 용변을 보자’(#JeChieDansLaSeineLe23Juin)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센강에 몸을 담그는 것은 배설물에 몸을 담그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로 이런 시위를 택했다고 한다. 과연, 창의적인 시위의 민족 아닌가.

주말에 자꾸 똥 얘기를 해서 송구하지만, 프랑스는 똥과 인연이 깊다. 현재와 같이 굽이 가느다란 모양의 하이힐은 1945년 프랑스 구두 디자이너 로저 비비에에 의해 탄생했는데, 독일의 사학자 에두아르트 푸크스는 “하이힐의 전신은 중세 유럽에서 거리의 똥을 피하기 위한 신발”이라고 주장했다. 하수 처리 시설이 없는 가정에서 창밖으로 버린 분뇨를 밟지 않으려 만들었다는 것. 처음엔 나막신 같은 모양새였으나, 점차 발전해 지금 모습의 하이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똥 폭탄, 똥칠, 똥 닦기

다시 똥 얘기다.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그것을 항의의 도구로 사용하곤 했다. 똥 폭탄을 만들고, 똥칠을 하고, 똥을 싸고, 똥을 닦았다. 항변(抗辯)을 위한 변(便)인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생 시위대는 2015년 ‘인종 차별 반대’를 외치며 영국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1853~1902)의 동상에 똥을 던졌다.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동상을 철거하라는 것. “이 똥은 흑인들의 수치심을 상징한다” “흑인에 대한 집단 혐오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오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똥 던지기’는 먹혔다. 결국 그해 동상은 철거됐다.

인도 자르칸드에서는 2015년 토지 관련 법안에 분노한 농민들이 길거리에 주저앉아 법안이 인쇄된 A4 용지에 똥을 쌌고, 2013년에는 30년 넘게 짐바브웨를 통치한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시민들이 선거 포스터로 똥을 닦았다.

극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분을 시위 도구로 이용한 만큼 전염병이 돌아 의도치 않은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과 의약품이 품귀 현상을 빚는 상황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위냐 민폐냐 그것이 문제

지난 1일(현지 시각) 환경 단체인 ‘식량 반격()’ 소속 활동가는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들판’에 합성 수지 소재 천을 붙여 논란이 됐다. 이들은 모네의 ‘봄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붉은색 ‘수프 테러’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술과 식량 위기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보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명화는 유리 케이스로 보호돼 있어 훼손되지 않았다. 또 다른 환경 단체인 ‘마지막 세대(Ultima Generazione)’는 화석 연료 사용 중단을 요구하며 로마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분수에 먹물을 풀었다. 물을 검게 물들여 석유를 떠올리도록 한 것.

이처럼 대중에게 혐오감을 주는 소재는 주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동물보호 단체는 모피 사용에 반대하며 수시로 알몸 행진을 한다. 체감 온도가 영하에 가까운 초겨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을 가축 등에 빗대 피 흘리는 시늉을 하거나 목이 졸려 죽어가는 듯한 모습도 연출한다. ‘취지는 알겠지만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의견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주장할 자유’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강에 볼일을 보거나 알몸 시위 등을 하는 것은 경범죄에 해당하고, 명화 테러는 재산권 침해를 넘어 인류 문화적 가치에 대한 훼손인 만큼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의 주장이 옳으므로 수단이 과격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는 결국 다원화 사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전체주의도 이런 사고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