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애정, 까짓거 사버리면 그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좋아요 구매’를 입력했다. 온라인 판매처 수십곳이 주르륵 떴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좋아요’를 늘려주는 사이트. 하나를 클릭했다. “언제까지 혼자서 ‘좋아요’를 늘리려 하시나요? 실제 활동하는 한국인 계정으로 ‘좋아요’를 빠르게 늘려드립니다.” 솔깃한 판촉 문구, 국내 최저가를 보장한다고 했다. 2200원. ‘좋아요’ 100개 값이다. 외국인 계정을 원할 경우 1650원에 ‘좋아요’ 300개. 이 세계에서도 국산이 더 비싸다.

본인은 평소 인스타그램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했다. 휴대폰에 있는 사진 한 장을 아무거나 골라 업로드했다. 그리고 ‘좋아요’ 판매 사이트에 내 아이디와 해당 게시물 URL(주소)을 입력했다. 비용 결제와 동시에 이메일이 도착했다. “고객님의 주문이 정상적으로 완료됐습니다.” 1분 뒤 이메일이 또 한 통 왔다. “주문하신 상품을 발송했습니다.” 역시 ‘좋아요’는 상품이었다. 1분 뒤 ‘좋아요’(하트) 숫자가 치솟았다. 단 몇 초 만에 100개가 찍혔다. 일면식 없는 이름, 영혼 없는 관심.

◇사고파는 ‘좋아요’… 이젠 못 믿어

일러스트=김영석

2009년 ‘페이스북’이 처음 도입해 올해로 탄생 15년을 맞는 ‘좋아요’(Like) 버튼. 엄지를 치켜올린 아이콘, 소셜미디어의 상징적 기능이다. 댓글보다 편리하게 공감을 표하는 피드백 방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전 세계적 소셜미디어 흥행에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따봉’ 컬렉터, 관심 종자, 인플루언서의 시대를 열었다. 조회 수가 광고 수익 등으로 이어지면서 변질이 시작됐다. 조작이 발생한 것이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즐겨 하는 회사원 박모(38)씨는 “조작 의구심이 있다 보니 요새는 조회 수가 높거나 ‘좋아요’ 숫자가 높은 게시물을 봐도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신장개업 등의 홍보 목적으로 대량 거래도 이뤄진다. 이를테면 유튜브 ‘좋아요’ 3000개는 2만5000원, 엑스(옛 트위터) ‘좋아요’는 1만개에 약 20만원 수준. ‘좋아요’ 숫자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상에서 게시글 노출 빈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에 ‘노출 증가→방문자 증가→수익 증가’를 부추기는 업자들이 암약하는 것이다. 붐비는 맛집인 척 꾸미려 고용하는 ‘가짜 손님’이라고나 할까? 소셜미디어 회사마다 비정상적 접근이 확인되면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신분이 불투명한 ‘유령 계정’이 아닌 다수의 팔로어를 거느린 실제 활동 계정을 활용하는 식으로 업계도 진화하고 있다.

◇잘못 누르면 재앙… 나라에서 추방

일러스트=김영석

좋아한다는 것은 의견 표명이다. 책임이 따른다. 경기도의 한 시(市) 공무원 A씨는 지난 4월 총선 전까지 3개월간 특정 후보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106회 ‘좋아요’를 눌렀다. 지지 댓글도 세 번 작성했다고 한다. 또 다른 시 공무원 B씨는 작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회의원 예비 후보 등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102회 ‘좋아요’를 눌렀다. A씨와 B씨 모두 중립 의무 위반 등에 대한 행정안전부 특별 감찰에서 징계를 받았다. 가장 흔한 적발 사례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 경우였다.

정치권은 ‘좋아요’의 세계다. 관심이 곧 밥줄이기 때문이다. 잊히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말 없는 ‘좋아요’로도 구설(口舌)에 휘말리는 독특한 사례다. 지난 2월 ‘이재명 사당화’ 등을 언급한 엑스 게시물에 문 전 대통령 계정이 ‘좋아요’를 표시했다. 처음이 아니었다. 2022년 11월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쓰레기’라고 욕설한 게시글, 그해 11월에는 ‘사이코패스’라고 비방한 게시물에도 ‘좋아요’를 누른 바 있다. 논란이 일자 문 전 대통령 측은 “스크롤을 내리다가 단순 실수로 ‘좋아요’가 눌릴 수도 있고, 반려묘가 (스마트폰) 근처에서 놀다가 그랬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잘못하면 쫓겨난다. 지난달 독일 연방정부 각료 회의는 테러를 미화한 외국인의 체류 허가 취소, 국외 추방을 골자로 하는 형법·체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테러 미화에는 선동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도 포함된다. ‘좋아요’의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거세다. 독일변호사협회 측은 “‘좋아요’ 클릭을 ‘유포’로 정의하려면 상당한 법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베를린공대 총장이 반유대주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지난달부터 해임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등 이 같은 양상은 강화 추세다.

◇‘좋아요’를 숨겨라

소셜미디어 엑스 로고. 타인이 누른 '좋아요'의 출처를 더는 이곳에서 볼 수 없다. /엑스

이제 엑스에서는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물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할 수 없다. 지난달 13일 엑스 측은 공지를 통해 “오늘부터 ‘좋아요’는 모두에게 개인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성 강화 차원이다. 엑스의 대주주 일론 머스크는 이미 지난해 “이 플랫폼에서 뭔가를 올리거나 ‘좋아요’를 눌러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우리가 소송 비용을 대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인간은 분방해진다. 허튼소리에도 쉽게 공감한다. 이로 인한 논란이 잇따르자 사용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인스타그램 역시 원하는 사용자에 한해 ‘좋아요’ 숫자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혹여 자신의 콘텐츠에 ‘좋아요’가 적을 것을 우려해 게시 자체를 자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글보다 ‘좋아요’ 숫자를 먼저 확인한 뒤 볼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도 많기에. 자기 표현 격려를 위해 등장한 기능이 오히려 자기 표현을 억제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2019년 메타는 ‘좋아요’ 제거 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연구했다. 2년간의 실험 결과, 예상과는 달리 압박을 완화하지도 더 많은 공유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이후 나온 타협안이 바로 ‘숫자 숨김’이다. “사람들은 ‘좋아요’ 숫자를 통해 무엇이 트렌드이고 화제인지 파악하기에 우리는 선택권을 주고자 한다.”

◇이런 ‘좋아요’는 좋아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개발한 저스틴 로젠슈타인.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출연해 '좋아요'의 딜레마를 고백한다. /넷플릭스

원래는 이러려던 게 아니었다. 처음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을 개발한 저스틴 로젠슈타인(41)은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가 ‘좋아요’ 버튼을 만들 당시 전반적 동기는 ‘세상에 사랑과 긍정을 전파할 수 있을까’였다. 오늘날 10대들이 ‘좋아요’를 덜 받아 우울해하거나 정치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는 예상은 전혀 못했다.”

‘좋아요’는 그러나 뜻밖의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기부다. 돈 되는 ‘좋아요’. 이를테면 어려운 이웃의 사연에 ‘좋아요’(응원하기)를 클릭하면 그 횟수만큼 기부금을 지원하는 부산은행 ‘공감 기부 프로젝트’처럼. KB국민은행도 지난달까지 ‘조손·미혼 한부모 가정’ 지원 캠페인을 벌였다. 관련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면 개당 1만원씩 은행 측이 기부금을 조성해 후원하는 일종의 무료 기부. 터치 한 번으로 가능한 온정의 확산, ‘좋아요’의 초기 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