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경기도 한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한 손님이 접시를 뚫을 듯이 혀로 음식을 핥아 먹고 있었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개’였다. 이 개는 보통 식당에서 어린이가 앉는 높은 의자에 앉아 주인과 함께 식사 중이었다.

전직 뮤지컬 배우 이지유씨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 ‘지유개’에서 키우는 개 이치와 나란히 앉아 즐겁게 식사하고 있다. /유튜브

그제야 이 가게가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라는 걸 알았다. 다시 보니 메뉴에 1만원짜리 반려견용 음식도 적혀 있었다. 침착하자 생각했지만 식사를 하려는 순간 입맛을 잃어버렸다. 일행은 “뭐 어떠냐”며 오히려 A씨를 타박했다고. “요새는 워낙 반려견을 많이 키우니까 이해는 하는데, 같은 눈높이에서 개가 밥 먹고 있는 걸 보면서 식사하려니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이런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개와 겸상을 하면서 밥을 먹는 유튜버도 있으니까. 한 유튜브 채널에선 사람은 사람 음식을 먹고, 개는 개 음식을 먹는다. 식사를 하면서 도란도란 눈을 보며 자기들만의 대화를 나눈다. 이 채널은 개설 1년여 만에 구독자 5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댓글엔 “늘 밥을 함께 먹을 친구가 있어서 좋겠다” “미친 듯이 먹어대는 먹방러들보다 먹을 만큼 먹는 개 먹방이 더 편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당연히 “개가 개다워야지 주인보다 상전이네” 같은 비판도 있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해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식당도 최근엔 일반 손님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서도 펫팸족(펫+패밀리)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비싸면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불티나게 팔린다고. 반려동물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가 많지 않던 과거와 달리 급속도로 늘어나는 분위기다. 일부 유명 고급 호텔은 펫 전용 객실을 100개 이상으로 과감하게 늘리는가 하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파티셰를 불러 반려견만을 위한 디저트를 만들어 팔고 있다.

역시나 이런 호텔에서도 식당 테이블마다 반려견 의자가 준비돼 있다. 룸에는 반려견 전용 침대, 장난감이 구비돼 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선 개를 위한 전용 룸서비스 메뉴도 있는데, 가격이 1만~4만원 선. 반려동물 패키지 상품을 내건 한 호텔 관계자는 “반려견 동반 고객의 경우 비즈니스 고객보다 훨씬 지갑을 쉽게 연다”며 “호텔 입장에서 다른 고객의 부정적 시선이 있어도 이 서비스를 더 늘리려는 이유”라고 했다.

미국의 한 온라인 정보업체 로버는 작년 조사 결과, 견주의 54%가 인플레이션이지만 반려견에게 더 많은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호텔에선 “개가 잤던 방에서 못 자겠다”는 컴플레인도 덩달아 늘어서 최근엔 아예 전용 객실을 만들거나 하루 이틀 위생 관리를 위해 방을 비워두기도 한다고.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개와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걸 불편해하는 손님을 위해 반려견이 다닐 수 있는 층을 제한하기도 한다.

골프 라운딩에 함께한 반려견이 보는 가운데 한 여성이 티샷을 하고 있다. /유튜브

일부 골프장은 반려견과 걸으며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제주의 L골프장은 2019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반려견 동반 라운딩’을 시작했다. 반려견 그린피(입장료)는 10만원. 팀당 한 마리만 가능하고 티박스나 그린에는 출입이 불가하며, 페어웨이 잔디를 걸을 때도 리드 줄을 꼭 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앞뒤 팀에서 플레이하는 골퍼의 안전을 위해 맹견 출입도 안 된다. 일각에선 “취지는 좋은데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는데, 골프장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이 상품을 유지했다.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 그래서 최근엔 이런 골프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린다. 견주 입장에선 동반 라운딩 취지에 맞게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블로거는 반려견과 라운딩하고 나서 후기를 남겼다. “그린피를 10만원이나 받으면서 카트에 개가 앉을 자리도 없고 선물이라고 준 간식은 죄다 중국산이었어요. 그냥 10만원 버렸다 생각했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골프장이 몇 군데 없잖아요. 상 줘야 할 것 같기도 해요.” 반면 개를 싫어한다는 한 골퍼는 “주말에 골프장에 갔다가 다른 팀에서 데려온 개 때문에 깜짝 놀라서 라운딩을 망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