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커피업계 최고의 히트 메뉴는 ‘아샷추’다. ‘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메뉴로 아샷추를 내놓았다. 폭발적인 소비자 호응 때문이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지난 6월 말 출시한 아샷추는 두 달 만에 90만잔 넘게 팔리며 브랜드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디야’는 ‘제로슈가(무설탕) 아샷추’를 추가로 내놓으며 차별화했다. 심지어 커피가 아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에서도 젊은 층을 빵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아샷추를 대용량으로 출시했다.
아샷추를 아직 모른다고 시대에 뒤처진 건가 자책할 필요 없다. “아샷추가 뭔가요”라고 묻는 질문이 네이버 지식인에 여전히 올라온다. 아샷추를 온라인 주문했는데 카페 신입 직원이 ‘아메리카노를 진하게 마시려고 샷을 추가했구나’라고 잘못 이해해 배달 실수가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소셜미디어(SNS)에 종종 보인다. 그만큼 아직 대중적 메뉴는 아니다.
아샷추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커피 1샷을 추가한 음료를 말한다. 복숭아·레몬 등 과일 맛과 향이 첨가된 아이스티가 주로 사용된다. SNS에 아샷추가 처음 등장한 건 2018년쯤. 특정 카페의 기본 음료 메뉴가 아닌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형) 음료’로 입소문을 타다가 올여름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기존 상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디슈머(modisumer)’ 유행과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아샷추를 처음 메뉴화했을 때만 해도 점주들 사이에선 “이걸 누가 먹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의 쓴맛과 아이스티의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달콤 쌉싸름하면서 끝 맛이 깔끔하다”는 호평과 함께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점주들이 “아샷추를 찾는 손님이 늘어 진지하게 메뉴 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아이스티에 망고를 추가한 ‘아망추’ 등 다양한 변종도 등장하고 있다.
아샷추를 “커피와 아이스티 둘 다 맛없게 먹는 최악의 조합” “아무 맛이나 마구 뒤섞는 괴식(怪食)의 하나”라고 폄하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커피와 과일 맛 아이스티의 조합은 나름 타당한 근거가 있다.
전문가들이 커피 맛을 “(레몬, 사과, 오렌지 등) 과일 맛이 난다”고 표현할 때가 있다. 커피는 쓴맛뿐 아니라 산미(신맛)도 품고 있다. 커피 원두에 들어있는 자당과 포도당이 로스팅 과정에서 다양한 산으로 변한다. 우리 혀에서는 과일과 비슷한 산미로 느껴진다. 시다모, 예가체프 등 고급 커피일수록 과일을 연상케 하는 산미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커피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풍미는 오렌지, 레몬 등 감귤류와 망고 같은 열대과일류다. 아샷추는 복숭아·레몬 등 과일 풍미의 아이스티를 커피에 섞음으로써 인위적으로 과일 풍미를 더 증가시켜 커피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낸다.
아샷추는 아니지만 ‘커피+과일 주스’ 조합은 해외에도 있다. 미국, 브라질 등에서는 오렌지 주스에 에스프레소 1샷을 더한 ‘오렌지 에스프레소’를 아침에 마시는 사람이 많다. 한국식 이름을 붙이자면 ‘오샷추’쯤 되겠다.
오렌지 에스프레소 애호가들은 커피의 카페인과 오렌지 주스의 산미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데 특효일 뿐 아니라, 주스에 든 천연 당분 덕분에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되는 건강 음료라고 주장한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는 ‘에스프레소 로마노(espresso romano)’가 있다. 2차 대전 직후 로마에서 먹기 시작했다는 에스프레소에 레몬 1쪽 또는 레몬즙을 조금 짜 넣고 마신다.
폭발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서는 아샷추를 별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자주 마시는 대중적 음료라기보다는 한번 도전해 보는 음료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아 섣불리 메뉴화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샷추는 반짝 떠오른 제품이 아니라 여러 해 꾸준히 사랑받아 온 메뉴”라며 “이제는 ‘아는 사람만 만들어 먹는 메뉴’가 아닌 ‘모두가 즐기는 메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