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그려진 클림트를 보았다. 강 건너편 건물이 수면에 반사된 것이다. 열심히 걷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길이 보이고 강이 보이고 산이 보이고 자연이 보이고 삶이 보였다.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을 사진에 담으면서 빛, 바람, 기온, 날씨, 시간, 계절, 해와 달의 위치와 모양, 생명의 변화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이해하게 되고 예민해졌다.
무엇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담는 것은, 절대적 모습이 있는 게 아니라 개별 시각 주체의 주관적, 상대적 관점, 인식, 해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대상을, 공기를 통해 보는 것과 물을 통해 보는 것과 물에 반사된 것을 보는 것과 가시광선 바깥 빛을 보는 것에는 우열관계도, 종속관계도 없다. 옳고 그름도 없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의 시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