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사인을 던졌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 주식 가격 급락, 경제 침체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 수준으로 낮췄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 초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자 매우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3년 8월 무려 5.5%(기준금리 상단)에 도달할 정도였다. 이렇게 높은 기준금리를 1년여 유지한 후 2024년 9월 ‘빅 컷(big cut)’을 단행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3년 1월 3.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20개월 넘게 3.5%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미국 연준으로부터는 독립돼 있지 않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백처럼,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오는 11일 열린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살펴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우선 국고채 수익률에 큰 영향을 준다. 대체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고채 이자도 오르며, 기준금리가 내리면 국고채 이자도 내려간다. 그리고 국고채 10년물 이자는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완벽하게 연동돼 있다. 한국 역시 대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함께 움직인다. 다만, 우리나라는 금융 당국의 한마디에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관치 금융이라는 좋지 않은 형태의 정부 개입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힘은 정부가 개입하든 안 하든 더 막강하다.

요약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정상적 상황에서는 국고채 이자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떨어뜨린다고 보면 된다.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인하로 인한 주택 수요의 증가, 그리고 주택 가격 상승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도시 거주자들은 대개 본인 가구 1년 소득의 30%(현재는 인플레이션으로 40%)까지 주택비용(주택 임대료,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에 사용한다. 만약 가구 1년 소득이 1억원이라면 3000만원까지 주택 비용(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쓰는 셈이다. 주담대 이자율이 5%라고 하면, 해당 가구가 적정하게 매입 가능한 범위의 주택은 6억원까지다. 6억원×5%=3000만원. 즉, 주담대 5% 상황에서는 6억원까지의 주택은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7억원짜리 주택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하로 주담대 이자율이 4%로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할 수 있는 주택 비용(연 3000만원)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이제 그는 7억5000만원짜리 주택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된다. 7억5000만원×4%=3000만원. 따라서, 주담대 이자가 5%에서 4%로 1%포인트 하락한 경우, 6억원 주택에서 7억5000만원 주택까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는 주택 수요 증가로 연결되고, 실제 가격이 6억원에서 7억5000만원까지 25% 인상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아주 작은 수치의 대출 이자 감소가 이렇게 주택 수요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부를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다른 방식으로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준다. 부동산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재화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주식 수익률, 채권 수익률 등과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비교하게 된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대개 3가지 요소(국고채 10년물과 상승률, 위험 프리미엄)에 의해 구성된다.

특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국고채10년물과의 관계다. 부동산은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무위험 자산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즉, 대한민국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대한민국 국채 10년물 이자보다 높다. 선진국으로 매우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동일한 자금을 투자했을 때 대한민국 국고채10년물 이자보다 부동산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국고채 10년물 이자가 상승하면 부동산 수익률도 상승하며, 반대로 국고채 10년물 이자가 하락하면 부동산 수익률도 하락한다. 만약 국고채 10년물 이자가 4%이고 부동산 수익률이 5%라고 할 때, 국고채 10년물 이자가 3%로 하락하면 부동산 수익률도 4% 수준으로 하락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부동산 수익률이 5%에서 4%로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 부동산 수익률은 분자는 1년 치 임대료, 분모는 주택가격이다. 만약 주택가격이 6억원인 경우, 부동산 수익률이 5%면 1년 임대료 수입이 약 3000만원이 된다. 그런데 부동산 수익률이 4%로 떨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 분자가 하락한다. 즉 1년 임대료가 30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하락하는 경우다. 2400만원/6억원=4%. 둘째, 분모가 상승한다. 주택 가격이 6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상승한다. 3000만원/7억5000만원=4%.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분자(임대료)와 분모(주택 가격) 중 어느 부분이 외부 충격(기준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다. 정답은 분모(주택가격)다. 임대료는 대개 2년 계약으로 묶여 있고, 주택 가격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수익률이 5%에서 4%로 떨어질 경우, 주택 가격이 6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오르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국고채 10년물 이자 하락과 주담대 이자 하락은 주택 수요를 상승시킨다.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하는 작은 수치라도 부동산 가격에 큰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김경민 교수가 최근 펴낸 '부동산 트렌드 2025'는 "공급 절벽, 전세 상승, PF 연장, 금리 인하 신호까지 모든 지표가 대세상승을 가리킨다"며 "서울 집값은 신고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