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류숍에 진열된 입문용 '버번 3대장' 메이커스 마크, 버펄로 트레이스, 와일드 터키 101의 모습. /김지호 기자

“에드워드는 위스키를 마시는데, 이균은 막걸리를 마셔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로 출연한 에드워드 리 셰프. 그는 결승에서 자신의 한국 이름(이균)을 밝히며 정체성을 표현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는 요리 미션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서툰 글씨로 그려낸 듯한 편지와 그의 술 취향은 그야말로 ‘킥’이었다.

에드워드는 버번 애호가다. 22년 동안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버번으로 요리를 해 왔다. 심지어 버번으로 책까지 썼다. 그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고된 하루 끝에 온더록으로 즐기는 버번이 최고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대체 버번이 뭘까?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 에드워드 리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버번 애호가다. /연합뉴스

태생이 미국인 버번은 옥수수가 주원료다. 스카치 못지않게 규정도 꽤 엄격하다. 옥수수 함량이 최소 51% 이상 들어간 증류액을, 오크통 내부를 불로 그을린 새 오크통에 담아 숙성해야 한다. 물 외에 그 어떤 첨가물이나 색소도 넣을 수 없고, 최종 병입 시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여러 복잡한 규정들이 있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버번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정말 화끈하게 도수가 높거나, 숙성감에서 오는 복합미와 매끄러움을 가졌거나.

버번은 스카치와 달리 최소 숙성 기한이 없다. 스카치는 최소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한다. 버번은 증류액을 오크통에 담갔다 빼기만 해도 버번이라 부를 수 있다. 단, 버번 앞에 ‘스트레이트’라는 말을 붙이려면 최소 2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숙성 연수가 2년 이상 4년 미만일 경우 숙성 연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고, 4년 이상부터는 선택사항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물론 숙성 연수가 높아지면 증류소들이 표기 안 할 이유가 없다.

흔히 메이커스 마크, 버펄로 트레이스, 와일드 터키 101을 ‘입문용 버번 3대장’으로 분류한다. 가격도 전부 5만원 이하. 맛도 그럭저럭 괜찮다. 메이커스 마크는 술병 입구부터 어깨선까지 흘러내린 빨간 왁스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곡물은 버번에서 흔히 사용되는 호밀 대신 겨울 밀을 사용해 구운 빵 같은 부드러운 풍미를 강조했다. 다만 버번 특유의 아세톤 향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버펄로 트레이스는 ‘육각형 버번’에 가깝다. 흠잡을 게 없이 입문용으로 제격이다. 코에 잔을 대면 직관적으로 화사한 바닐라와 꿀 같은 오렌지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맛도 부드럽고 달콤하다. 살짝 묽은 질감의 캐러멜과 가벼운 오크 풍미, 끝에서 호밀의 알싸함이 스쳐 간다. 집에서 뭐 마실까 고민될 때, 쉽게 손이 가는 제품이다.

와일드 터키 101은 셋 중 도수가 가장 높다. 101은 미국에서의 알코올 도수를 의미한다. 병 라벨에 프루프(Proof)라고 쓰여 있다. 프루프를 반으로 나누면 알코올 도수다. 즉, 101은 50.5도인 셈이다. 버번의 전투력은 도수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와일드 터키는 입문용 버번 중 유일하게 도수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제품. 코에서 진득한 바닐라와 밝은 체리 뉘앙스가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고소한 바닐라와 톡 쏘는 듯한 호밀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입문용 제품들은 취향을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프리미엄급으로 올라갈수록 각 브랜드가 가진 특징과 풍미가 강화된다. 스카치에 비해 버번은 꽤 거칠고 직관적이다. 스카치의 섬세함에서 매력을 못 느꼈다면 화법이 직설적인 버번을 경험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바비큐 요리에 버번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