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향원정의 가을 /권재륜 사진작가

춘추복 입을 일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많아졌다. 냉정과 열정 사이, 냉방과 난방 사이가 무척 가까워진 탓이다. 가을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다. 가을이 공식적으로 석 달이라 하지만 앞의 몇 주를 여름에 떼어주고 뒤의 몇 주를 겨울에 떼어주고 나면 온전한 가을은 10월 한 달 남짓이다.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우리 세대, 다음 세대까지는 괜찮겠지 싶다가도 그 길고 뜨거웠던 지난여름을 생각하면 당장 10년, 20년 후가 크게 걱정된다. 그럴수록 점점 짧아지는 봄, 가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얻은 캐나다 드라마 ‘빨간 머리 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10월이 있는 세상에 산다는 게 정말 기쁘지 않아요?” 이 짧은 인생, 짧은 가을, 며칠 안 남은 10월, 아껴 쓰고 충분히 만끽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어디라도 나서야 할 때다. 사진은 경복궁 향원정의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