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군중이 이 나무의 규모를 강조할 수 있는 배경이자 소품(?)처럼 보인다. /권재륜 사진작가

은행나무에는 전설이 많다. 강제규 감독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처럼 1000년 전 궁중 악사와 공주의 환생 이야기로 거듭나기도 한다.

양평 용문사에 가면 1100~1500살로 추정되는 아파트 15층 높이(42m),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키 큰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기나긴 세월을 불타지 않고 꺾이지 않고 병들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 나무는 통일신라, 고려, 조선, 대한민국까지 역사를 지켜본 셈이다. 의상대사, 마의태자의 전설도 깃들어 있다.

수령이 약 800년이라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높이 34.5m)는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낮지만 나무 둘레나 규모는 훨씬 크다. 나무 한 그루가 숲이자 작은 마을 하나를 이룬다. 은행나무는 2억5000만 년 이상 생존해 온 ‘살아 있는 화석’이다. 현대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시간과 생명의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