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가 “(공직선거법 재판의 피고인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의 인권을 내세워 국민의 알 권리를 묵살하고 재판 생중계를 반대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냈기 때문이란다. 그럼 이재명은 생중계를 찬성했을까.

민주당은 당명과 달리 이 대표 1인 독재가 최고조에 이른 정당. 평상시 이재명에게 누가 되는 말을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성남시장 시절 저지른 비리로 검찰에 출석할 때도 수십 명씩 배웅을 나왔을 정도다. 지난 공직선거법 재판이 열린 날은 평일인 금요일 오후였지만, 민주당 의원 무려 70여 명이 법원 앞에 나왔다. 시민 단체 길의 제의로 시작된 재판 생중계 요구에 대해서 방송에 나온 민주당 패널은 하나같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 분은 “생중계는 이 대표를 망신주기 위함이다”라고 했고, 또 다른 분은 “생중계를 하면 이 대표의 개인 정보가 드러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 대표의 뜻에 반해 이런 주장을 했단 말인가? 그럴 리 없다. 이 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 소속원 대부분은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리라고 믿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중계를 한다면, 20여 분에 걸쳐 판사가 낭독하는 요약된 판결문이 전 국민에게 송출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민주당은 국민, 특히 자기들 지지자가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란다. 그저 이재명이란 자가 너무 훌륭해서 윤석열 독재 정권의 미움을 샀고,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에 탈탈 털려 재판을 받고 있다고 착각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유죄판결이 나오더라도 그건 판사가 정치 검사에게 놀아난 결과라고 우길 수 있고, 이 대표와 함께 무도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게 가능할 테니 말이다. 실제로 박찬대 원내대표는 재판 다음 날 열린 장외 집회에서 “검찰은 하지도 않은 발언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기소하더니 판사는 기억을 처벌하고 감정을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이게 나라냐?”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이들이 이와 비슷한 소리를 반복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가슴 뭉클한 광경이긴 하지만, 만일 재판 생중계가 이루어졌다면, 이런 거짓 선동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잠시 요약문을 보자. 김문기씨가 사망한 뒤 그를 모른다고 했던 이재명은 해외 출장에서 같이 골프를 한 사진이 나오자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다”며 사진이 조작된 것처럼 주장했다. 그런데 그 뒤 김씨가 딸에게 보낸 영상에서 “시장님과 골프 쳤다. 너무 재미있었다”는 대목이 나오는 등 골프 친 게 사실로 드러나자 그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게 아니라, 김씨와 함께 골프 친 기억이 없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는데, 재판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친절히 설명해 준 뒤 ‘김문기를 모른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며, 이런 거짓말을 한 게 당시 화제가 되던 대장동 비리와 자신이 무관함을 유권자들에게 역설하기 위함이었다고 일갈한다. ‘유죄.’

둘째 쟁점인 백현동 부지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국토부가 공문을 보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지역을 특정하지도 않았고, 용도 변경은 협조 요청일 뿐 의무 조항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했으므로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종상향은 국토부 요구가 아닌, 성남시 스스로 변경한 것으로 판단했음을 밝힌다. 이것 역시 ‘유죄.’ 또한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게 해 민의를 왜곡하는 큰 범죄인 데다,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기에 중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해 준다. 자, 생중계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가 “이재명은 죄가 없습니다! 억울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오는 25일 열리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 재판도 생중계 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재판이 끝난 날 밤 10시, 김앤장 출신인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법률가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제가 민주당이 아니었어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라면서 무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이유를 적는다. 첫째 이유는 ‘공직선거법 사건에서는 낙선자를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데 형이 과하다는 것’. 하지만 이 주장은 댓글에서 바로 논파당한다. “네가 말한 낙선자라는 것 반영해서 1년 징역에 집유라고!” 실제로 요약문을 보면 이재명의 낙선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기록돼 있다. 이분은 어떻게 이걸 알 수 있었을까? 재판 생중계는 불발됐지만, 법정에서 판사가 낭독한 요약본을 몇몇 언론사가 배포해 준 덕분이다. 그런데도 이소영은 왜 저 대목을 외면했을까? 아마도 이소영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선동하려 글을 쓴 모양이다. 이것 하나만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그녀가 쓴 다음 대목을 보면 확신이 든다. “갑자기 질문을 받고 한정된 답변 시간 내에 즉석 응답을 하는 경우, 누구든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있는데, 집유 선고라니.”

정말일까. 판결 요약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김문기씨가 대장동 관련해 사망 전까지 관련 수사를 받아왔고, 피고인(이재명)이 이 사건 골프 발언을 하기 전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의도 인정됩니다.” “2021년 10월경부터 백현동 부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속됐습니다. 또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의 대응도 이어졌고, 백현동 발언 당시 미리 패널 등을 준비하기도 해 고의가 인정됩니다.” 미리 패널을 준비한 걸 즉석 응답이라 우기는 이소영,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김앤장 변호사가 민주당에 가면 법사위원장 정청래 수준이 되는가 보다.

조국 아내 정경심의 1심 판결문 전문을 본 적이 있다. 총 571쪽에 이르는 그 문서는 동양대에서 봉사 활동이 있었다는 시간에 조민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는 물론, 그 표창장이 없었다면 조민이 부산대 입시에서 탈락했을 수도 있다는 것도 말해준다. “조민은 1단계에서 63.75점으로 15등을 해서 30명을 뽑는 1단계 전형을 통과했지만, 탈락자인 31등의 점수가 61.82점으로 조민이랑 불과 1.93점 차이였다. 자기소개서와 위조 표창장을 내지 않았다면 서류 면접에서 15.5점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이 판결문을 접하지 못했고, 자기네 가족이 정권에 밉보여 멸문지화를 당했다는 조국의 말을 4년간 들어야 했다.

그래서 말한다. 유력 정치인의 재판은 생중계하고, 판결문을 공개하자. 그래야 좌파의 특기인 거짓 선동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