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백악관에서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제롬 파월이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하원마저 장악한 더 강력한 트럼프가 돌아온다. 트럼프 제2기 경제정책은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의 정책은 규제 완화, 세제 인하, 관세 도입, 기준금리 인하, 가상자산 규제 완화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 조합은 대규모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 자산 시장을 강하게 자극하게 된다.

우선 규제 완화와 세제 인하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다. 기업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면, 경제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투자와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다. 특히 세제 혜택은 기업의 자산 투자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고, 개인에겐 가처분소득 증가로 소비를 확대하는 효과를 준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자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개인이 축적한 자산이 실물자산으로 전환될 때, 부동산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트럼프가 첫 임기에서 시행한 정책 기조를 강화한다면 이 효과는 더 뚜렷해질 것이다.

그러나 관세 정책은 경제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겨냥한 적이 있다. 제2기에서도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관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가 인상되지만,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Fed)를 압박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추진할 것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시나리오는 ①관세 인상, 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될지, 아니면 ②관세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박과는 다른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나리오로 갈지다. 필자는 둘째 시나리오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 제1기 상황을 유추하면 답이 나온다. 초기에는 당시 연준 의장이던 재닛 옐런을 비판하며 금리를 충분히 낮추지 않는다고 했고, 결국 2018년 2월 공화당원인 제롬 파월을 새 의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파월의 관계는 곧 악화됐다. 초기에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완만하게 인상하는 방향을 택했지만, 2018년 후반부터 미국 경제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트럼프는 경제성장에 대한 억제 효과와 자산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며, 파월을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있고 파월이 경제정책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2019년 하반기에 연준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 전쟁을 고려해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트럼프는 그때조차 인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비판했다.

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집착이 지속된다면 트럼프는 파월 의장에게도 동일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파월의 두 번째 임기는 2026년 초에 끝난다. 임기 연장을 원하는 파월이 트럼프와 타협할지, 트럼프가 옐런을 쫓아냈듯 고분고분한 사람을 의장에 임명할지 지켜볼 일이다. 파월의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산 시장으로 유동성을 유입시키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유동성과 관련해 주목할 분야는 가상자산이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크립토 대통령’이라 칭하며 과거와 전혀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가상자산 친화적 인물들이 입각에 참여한 상태다. 신시아 루미스의 안은 향후 5년간 총 100만 비트코인(비트코인의 5%)을 매입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부채를 경감하고 디지털 자산 시대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이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공인되거나 비슷한 시도가 나타난다면, 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한 달 거래 금액은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보유는 더 많은 기관 투자자에게 신뢰를 제공해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및 규모 확대로 연결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가상자산 수익이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면서 두 시장 간의 상호 보완적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

향후 미국 경제 상황은 세제 및 규제 완화로 경기 전반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관세 인상과 기준금리 인하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가상자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새로운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가운데 유동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부동산은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뉴스1

한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서울과 인근 신도시에서 이 금리 인하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관세 정책이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경우, 한국도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물가 상승 압박이 왔을 때,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해 왔다. 따라서 소득과 자산 가치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를 촉진하며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당국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제 왜곡 위험, 유동성 폭발 가능성과 자산가치의 버블화를 주시해야 한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