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논란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차단된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얼굴 없는 작가 퐁퐁. 그는 본지와 첫 언론 인터뷰를 갖고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실명만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치권 진영 갈등이 위험 수위를 향해 차오르던 지난가을, 마치 쌍둥이 같은 전쟁이 인터넷 만화판에서 벌어졌다. 한 짤막한 웹툰을 두고 MZ 세대가 남녀로 갈려 석 달을 싸운 것이다.

상대를 없애야 내가 산다는 절박함, 너는 어느 편인지 묻는 날 선 긴장, 혐오와 비아냥의 언어, 불매 운동과 근조 화환 시위, 마침내 차단당한 자의 잔해 위에 울려 퍼진 승리의 나팔. 음 소거된 온라인 세계 갈등은 현실 속 광장의 패싸움과 무섭도록 닮아 있었다.

사건은 세계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이 주최한 웹툰 작가 등용문 ‘2024 지상최대공모전’에 출품된 ‘이세계 퐁퐁남’ 때문이었다.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재산까지 빼앗긴 남성이 절망 속에 다른 세계로 건너간 이야기다. 9월 초 첫 편이 공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137만뷰를 기록, 1차 심사를 1위로 통과했다.

그런데 이 웹툰이 여성 혐오(여혐)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대 여성 이용자 수십만 명이 네이버웹툰 플랫폼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며 탈퇴했다.

남성향 이혼물인 '이세계 퐁퐁남'은 여혐을 담고 있다는 비판 속에 이용자 신고가 누적돼 11월 중순부터 자동으로 게시 중단됐다. 이 작품을 띄웠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을 당한 네이버 측은 사과문을 올렸다. /네이버웹툰

놀란 네이버는 1위 작품을 2차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세계 퐁퐁남’ 게시를 무기한 중단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 작품을 거론하며 차별과 혐오를 담은 게시물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남성팬들은 “공산당식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반발했다.

금서(禁書)의 주인공이 된 작가는 ‘퐁퐁’이란 필명 말곤 알려진 게 없었다. 그가 자문자답 형식의 번외편을 올렸다. “이 작품은 남성향(男性向·남성 취향의 문화 상품)과 여성향의 차별, 페미들의 검열이 실제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일종의 사회 실험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란을 일으켜놓고 ‘사회 실험’이었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아니 사람은 맞는지, 왜 여혐을 실험대에 올렸는지 궁금했다. 들끓는 젠더(gender·사회적 성별) 갈등의 날카로운 단층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침묵하던 퐁퐁에게서 열흘 만에 답이 왔다. “인터뷰 날짜 언제쯤 잡으면 되겠습니까?”

이세계 퐁퐁남의 초반부 장면. 주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혐 은어로 통하던 '설거지론'과 '퐁퐁남'을 전면에 꺼내들어 여성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세계 퐁퐁남

마녀재판, 토할 만큼 무서웠다

퐁퐁은 건장한 체격에 다소 앳된 얼굴의 31세 남성이었다. 여느 사회 초년생과 달라 보이지 않았고, 말투와 태도는 깍듯했다. 서울 소재 대학 만화 관련 학과의 겸임교수라고 했다.

그는 사진 촬영엔 응했지만 실명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지금 ‘여혐 작가’로 좌표가 찍혀 신상이 털리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얼굴은 알려져도 상관없지만, 이름이 공개되면 부모님과 가족까지 피해를 볼지 모른다”고 했다.

-신상이 털렸다고요?

“저는 데뷔한 지 3년 된 기성 웹툰 작가입니다. 작가들끼리는 그림체를 알아봐요. ‘퐁퐁이 누구인 것 같다’는 말이 돌고 그게 여초(여성 비율이 높은) 커뮤니티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에요. 각종 댓글창은 물론 제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인신공격이 쏟아졌어요. 제가 강사로 일하는 학원도 알아내 협박 전화가 왔대요.”

-어떻게 했나요.

“솔직히 무서웠어요. 너무 무서워서 구토까지 하고, 며칠 못 먹고 못 잤어요. 일부 극단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니 주변 모든 여성까지 미워지더군요. 그게 혐오의 전염이겠죠? 그래도 억지로 일어나 밥 먹고 운동하니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당신이 시작한 일 아닙니까.

“저는 여혐이니 남혐이니 관심 없던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웹툰 그릴까, 제자들 키워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웹툰 판이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걸 보고 한 번쯤 충격 요법을 써서라도 바로잡고 싶어 ‘이세계 퐁퐁남’을 내놓은 거예요. 이런 소재는 저도 처음 그려봤습니다.”

이세계 퐁퐁남을 그린 웹툰 작가 퐁퐁. 31세 남성으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만화 관련 학과의 겸임교수로도 재직해왔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웹툰 시장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하고 글로벌 시장을 이끈다던데… 무슨 문제가 있죠?

“성장세가 꺾이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남성 독자가 빠져나가서입니다. 수년째 여성 독자 입맛에 맞는 웹툰이 아니면 철저히 배척됐거든요. 만화가 지망생 남학생들은 눈치를 많이 봐요.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걸 그려도 되는지 겁나서요. 이건 자유로운 창작판이 아닙니다.”

-그 정도인가요?

“웹툰에서 돈 되는 장르 중 BL(Boys Love)물이란 게 있습니다. 아이돌 같은 남자 동성애자들이 연애하고 성관계 나누는, 남성을 성 상품화한 음란물이죠. 소비층은 문화 소비가 활발한 10~20대 여성입니다. BL을 그리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을 정도예요. 전 개인적으론 싫어하지만, 제자들이 BL을 그려오면 ‘남자를 더 예쁘장하게, 어깨 더 벌어지게 표현하라’고 했어요. 그게 시장 논리니까요.”

-그러다 왜 여성 독자를 화나게 할 웹툰을 그린 거예요?

“상대의 성(性)을 소비하려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에요. 그런데 요즘 한국에선 여자는 해도 되고, 남자가 하면 난리납니다. 여성 캐릭터 가슴골만 그려도 ‘성 상품화’ ‘성차별’이래요. 남성 독자들은 돈 내고 볼 웹툰이 없죠. 전 그들을 돌아오게 하고 싶었습니다.”

작심하고 ‘퐁퐁남’을 던져보니

현재 볼 수 없게 된 ‘이세계 퐁퐁남’의 줄거리는 이렇다.

'이세계 퐁퐁남'에서 집에 일찍 왔다가 아내가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주인공 박동수. /이세계 퐁퐁남

주인공은 동탄에 사는 대기업 직원 39세 박동수. 10년 넘게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우연히 전업주부인 아내가 집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보고 자신이 ‘퐁퐁남(문란한 여성에게 순정과 월급을 바치며 ‘설거지’하는 남성을 뜻하는 은어)’이었음을 깨닫는다.

한 번은 용서하려 했지만 아내의 외도는 계속되고 둘은 이혼 소송에 이른다. 불리해진 아내는 자해한 뒤 동수를 가정폭력범으로 뒤집어씌우는데, 공권력과 여론은 여성 편이다. 혼수로 ‘단돈 3000만원’을 들고 온 아내는 결혼 생활 10년 했다는 이유로 재산 절반을 분할해가고 아들 양육권과 양육비를 가져간다.

‘도축’당한 동수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저 세계로 건너가 자신의 분노에 공감해주는 외계 무리를 만나 회생의 기회를 얻는다….

-직접 겪거나 목격한 이야기인가요?

“아닙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게서 들은 케이스와 판례를 참고해 구성한 겁니다. 변호사들이 거의 스토리 작가셨어요. 허구라기엔 사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주인공 박동수가 여성에게 기울어진 공권력과 여론판에 충격 받는 모습. 여성에게 '설계'당하고 '도축'당했다는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세계 퐁퐁남

-20대부터 중년까지 남성들 반응이 격렬하던데요.

“‘현실 고증 쩐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울었다’ ‘결혼이 두렵다’는 분이 많고, ‘남성판 82년생 김지영’이란 말도 나왔어요. 여성이 억압받는 여성향 이혼물은 많지만, 현재 결혼 문화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과 공포를 그린 픽션은 없었다는 얘기죠.”

-작품성은 모르겠지만… 음지의 ‘퐁퐁남’을 예술 작품 형태로 끌어낸 첫 사례인 것 같습니다. 그걸 던져놓고 남녀 반응을 보는 게 사회 실험이었나요?

“그렇습니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했을 뿐인데도 특정 집단이 불편해할 콘텐츠만 검열과 제재를 당한다는 걸 보여주려 했습니다.”

웹툰 공모작 '이세계 퐁퐁남'에 분노한 여성들이 네이버웹툰 앞에서 벌인 트럭 시위와 근조화환 시위. /X

-실험은 성공했어요?

“전 처음부터 여성들의 집단 반발로 제가 공모전 최종에서 떨어질 거 알았어요. 그 여파도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실험이 성공한 거죠.”

-퐁퐁남은 여성은 물론 일부 유부남들까지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지요. 그래서 제재당한 거고요. 일부 평론가는 ‘이세계 퐁퐁남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여혐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갖다 붙인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퐁퐁남은 이미 시중에서 널리 쓰는 말이에요. 남성이 이용당하고 밀려나는 사회상을 대변하죠. 그걸 웹툰 제목에 올렸다고 혐오 콘텐츠라니요? 우리는 해학의 민족입니다. 마당극에선 탈을 쓰고 권력자도 거침없이 풍자하고 비판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것 같아요.”

남성향 이혼물 '이세계 퐁퐁남'의 한 장면. 외도한 아내에 대한 분노이지만, 전업주부와 가사노동의 가치를 폄훼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세계 퐁퐁남

성평등 꿈꾸던 페미니즘, 도를 넘었다

-표현의 자유가 여성에게만 있다는 건가요?

“여성향 이혼물에서 여성은 독박육아 하는 피해자, 남성은 악인으로 나오지만 누구도 혐오 콘텐츠라 하지 않습니다. 여학생이 남학생들에게 ‘남자는 역겨운 존재니 단체로 뛰어내려 자살하라’고 외치는 학원물,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음란물도 제재를 안 받습니다. 그런데 여성을 악인으로 설정한 웹툰은 그리지도 보지도 말라고요? 내로남불 너무한 거 아닙니까?”

-남혐을 미러링(mirroring·상대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돌려 보여주는 것)하기 위해 여혐을 꺼냈다는 거군요. 이런 식이면 혐오를 주고받는 데 끝이 없겠네요.

“제 방식이 꼭 옳았다는 건 아닙니다만, 한 번쯤 여성들이 억울한 남성 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계기로 남혐·여혐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나눌 장이 열리면 좋겠어요.”

박동수는 아내의 외도 탓에 이혼하면서도 양육권과 재산, 명예를 모두 잃고 밧줄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 그러나 죽음 만나게 된 '저세계'에서 자신을 위로해주는 무리를 만나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됐다. /이세계 퐁퐁남

-남자라서 억울하다?

“기성세대는 분명 여성이 차별받았습니다. 가부장적 억압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을 이루자는 페미니즘 운동에 공감합니다. 전 어머니와 여동생, 여성 작가 동료, 여성인 제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손해 본다면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요즘 여초 커뮤니티가 이끄는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여성 우월주의, 남성혐오예요. 도를 넘었어요. 제가 최전방 포병 부대 출신인데요, 군(軍)을 비하하는 풍조가 퍼지는 걸 보며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여성은 성추행을 해도 범죄자 취급 안 받고, 남자가 데이트·결혼 비용을 다 부담해도 당연하게 여기고, 평생 가족을 부양한 가장이 존경받지 못합니다. 저출산 역시 조금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인식의 여파 같아요.”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가장 심화한 갈등은 젠더 갈등이다. 지역 갈등이나 노사 갈등, 계층·세대 갈등을 뛰어넘는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28국 조사에선 한국의 이념·정치 갈등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유독 젠더 갈등이 평균의 두 배였다.

일명 이대남과 이대녀로 표현되는 MZ세대 남녀. 저성장과 불평등, 취업난과 부동산 값 폭등 등 악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사회에 진입하려는 젊은 남녀끼리 갈등하고 혐오하는 뉴노멀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일베 커뮤니티에서 ‘된장녀’ 같은 여혐이 시작됐고, 메갈리아·여성시대에서 ‘한남충’이 나왔죠. 여혐과 남혐 신조어들은 일일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집게손’이나 ‘숏컷 페미’ 공격처럼 사소한 불씨도 증오로 번지고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일베는 저도 싫어해요. 그런데 페미니즘이 정치성을 띠면서 과격화된 게 더 문제라고 봐요. 모든 남성을 적으로 간주하고, 여자는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도덕적 우월감 같은 것을 업고 홍위병처럼 굴거든요.”

약자끼리 물어뜯는 사회

-젊은 여성들이 왜 극단적 페미니즘에 빠졌다고 봅니까?

“기존 남성 우월주의와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최근 우리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젊은이들끼리 진학과 취업, 주택 마련이나 복지 혜택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화풀이하고 책임 전가할 희생양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눈앞에 있는 만만한 또래 이성이겠죠. 급진 페미니즘은 모든 젊은이가 겪는 취업난과 불평등이 인구의 절반인 남성 탓이라는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특히 익명의 인터넷 세계에선 혐오가 무차별 확산하고, 자기편 얘기만 듣는 확증편향이 심해집니다. 사회 경험 적은 어린 친구들일수록 선동이 쉽게 먹히는 것 같아요.”

-실제 성차별당한 적 없는데 선동당한다는 뜻인가요?

“페미니즘이 과격화된 계기는 2016년 강남역에서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묻지 마 살인, 몇몇 끔찍한 교제 폭력과 강간·살인 사건입니다. 그런 짐승 같은 자들은 무기징역, 사형에 처해야죠. 그런데 극소수 문제를 왜 남성 전체로 확대하나요? ‘계곡 살인’ 주범 이은해 때문에 모든 여성을 악마화하면 수긍하겠습니까?”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조현병 환자 김모(40)씨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는 김씨의 발언 때문에 여성들의 불안감이 극대화, 젠더 갈등의 기폭제가 된 사건으로 꼽힌다. 사진은 당시 시민들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쪽지를 남긴 모습. /연합뉴스

-교제 폭력은 여성들에겐 실존적 위협인데요.

“우리나라 치안은 세계 최고입니다. 남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할 이유가 없어요.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식으로 범죄성을 희석하면 진짜 흉악 범죄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각 분야에 유리천장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건 기성세대 남성 잘못인데 왜 2030 남성이 대신 속죄해야 하나요? 우리는 군 복무나 가정 부양 같은 전통적 남성의 의무만 남아있지 혜택은 못 받은 세대입니다. 군 복무 가산점은 없어졌고 여성 할당제에 밀리죠. ‘유리천장’ 운운하는 젊은 여성들이 실제 조직 생활이나 제대로 해봤는지 모르겠어요. 정상적인 커리어 우먼들은 그런 말을 오히려 모욕으로 생각하던데요.”

-이상적인 남녀 관계와 결혼 문화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성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취향에 따라 의무를 나눠 지고 그걸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중에 결혼해 아내가 돈 벌겠다면 앞치마 두르고 아기 키울 거예요. 서로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싸울 일이 있겠습니까.”

퐁퐁은 당초 '여혐 작가'로 좌표가 찍혀 공격 당하는 상황이라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인터뷰를 한 뒤 며칠 고민한 끝에 "이왕 이렇게 된 거 당당하게 나가겠다"며 사진 보도에 응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대남·이대녀의 분노

‘여성=사회적 약자’라는 20세기 명제를 지금 이대남(20대 남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권 진보 진영이 판을 깔아준 소위 ‘페미 공화국’에 대한 이대남의 분노는 우리 사회의 화약고가 됐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대남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게 단적인 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여성 할당제와 성범죄 무고 증가, 군 비하에 분노했다는 분석이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자 이대남은 열광했다. 그러자 이대녀의 표심은 딱히 여성 친화적이라고 볼 수 없던 이재명 후보에게 쏠렸다.

2024 총선을 앞둔 지난해 연말 출범한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의 출범식.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차별을 부추기는 사회적 문제들이 적힌 상자를 뒤엎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적 단층선과 젠더 갈등의 기이한 일치는 뉴노멀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에 분노한 진보 성향 여성들이 한국의 ‘4B운동(연애·성관계·결혼·출산 거부)’을 수입해갈 정도가 됐다. 퐁퐁 작가는 “이렇게 된 데는 남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젠더 갈등에 배후가 있다?

“제 또래 남성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별 갈라치기로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가정을 해체하고 국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싸움을 붙일 이유가 없지요. 100년 전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는 ‘좌파 혁명을 위해 지속적인 교란을 일으키고, 교사의 권위를 약화하고,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라’고 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아닙니까?”

2022년 3월 '찐(眞)주권여성행동' 회원들이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호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진보 여성계가 민주당의 성범죄 혐의자들을 감싸는 것을 비판하며 "과잉이념화된 급진 페미니즘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어른들이 붙인 싸움이란 거군요.

“특정 집단의 공포와 피해 의식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서로 적으로 만들어 혐오하게 한다면 그게 옳은 정치일까요? 저는 국가가 거대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하지 않는다면, 정말 벌해야 할 이들은 놔두고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가 향한다면 우리 사회는 무너질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겁니까.

“일단 웹툰판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만 정이 떨어져서요. 뭘 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