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모임이 많은 연초.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속이 확 풀리는 뜨끈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을 떠올릴 것이다. 고춧가루 팍팍 친.
“해장에는 햄버거지.” “무슨 소리야, 피자 아니야?” 웬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그런데 요즘 햄버거나 피자, 자장면과 같은 기름진 음식으로 해장을 시도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몸에 고열량의 음식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이유.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진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제 효과가 있는 음식도 있지만 오히려 숙취 해소를 지연하는 음식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음식으로 숙취 해소를 시도하는지, 또 실제 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세계의 이색 숙취 해소 음식은 덤.
◇햄버거·피자 ‘No’
자, 논란의 햄버거. 햄버거에 들어가는 속재료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맞다. 토마토가 그렇다(그러나 우리가 토마토만 뽑아 먹진 않는다). 토마토에는 알코올 대사 과정을 원활하게 만드는 리코펜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이 숙취의 주요 원인인 독성 물질, 아세트알데히드의 배출을 돕는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에탄올(알코올)이 분해되며 생긴다.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구토와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체내에 남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몸에서 빠르게 배출하는 게 숙취 탈출의 지름길. 느끼한 치즈에는 위벽을 보호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이 풍부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술을 먹은 뒤보다 술과 함께 섭취하는 편이 효과는 더 낫다고.
그러나, 잠깐.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처럼, 숙취도 간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에 영양소를 빨리 공급할 수 없다. 그럼 분해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안주도 없이 술만 마시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치킨 등 고열량 음식과 함께 술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해장을 위해 나트륨이나 지방이 과다하게 들어간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고 오히려 영양 과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햄버거, 피자 탈락.
포만감을 느끼고 싶어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면 바나나를 먹어보자. 포만감을 주면서도 풍부한 마그네슘이 위산을 중화하며 체내 전해질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초코 우유 글쎄, 커피 탈락
“술 좀 깨자.”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편의점에 다녀와 손에 무언가 쥐여준다. 숙취 해소제인가 싶은데 웬 초코 우유? 최근 “초코 우유와 아메리카노가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스크림 먹고 술을 깨자”며 술 마시는 도중, 혹은 다음 날 먹기도 한다는데.
의외로 초코 우유 속 카카오 성분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건 맞다. 카카오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이 아세트알데히드 산화 작용을 막고 분해를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하는 초코 우유는 카카오가 든 코코아 분말 함량이 지나치게 낮아 숙취 해소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중론. 어쨌든 나쁘진 않다.
아메리카노 등 커피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과음 후 머리를 울리는 두통의 원인 중 하나는 수분과 전해질 부족이다. 그런데 카페인은 오히려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에서 수분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초코 우유 글쎄, 커피 탈락. 당연하지만 달콤한 꿀물이나 전해질이 풍부한 이온 음료 추천. 특히 꿀물은 저혈당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두 번 추천.
아이스크림은 어떨까. 인체는 알코올을 분해할 때 수분과 당분을 쓴다. 위 점막은 알코올로 인해 화상을 입고 벗겨지기도 하는데 이럴 땐 차가운 음식이 위 점막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가우면서 수분과 당분을 포함한 아이스크림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
해장에는 역시 국물, 그렇다면 진리로 여겨지는 ‘해장 라면’은? 비슷하게는 짬뽕, 요즘은 마라탕을 먹는단다. 그러나 맵고 짠 음식이 알코올로 손상된 위에 부담을 줘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간에도 부담을 준다는 건 알려진 상식. 음식 속 식품 첨가물도 간에 부담을 줘 해장을 방해한단다. 아~ 알면서도 얼큰한 국물을 멈출 수 없는 갑남을녀의 괴로움이여.
숙취 해소계의 전통 강자인 콩나물국과 북엇국 등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극 없는 맑은 국물인 데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성분과 북어의 메티오닌 성분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에 도움을 준다. 무에 포함된 아밀라아제는 소화를 촉진하고 역시 아세트알데히드 제거에 도움. 조개도 추천. 타우린·베타인·아미노산 등이 많아 술을 해독하는 데 과부하 걸린 간을 보호한다. 콩나물과 북어와 무와 조개를 모두 넣어 끓인 국이 있다면 더 추천.
◇피클즙과 끓인 콜라를?
세상은 넓고 해장 음식은 많다. 독특한 해장을 시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소개한다, 우선 ‘피클즙’. 폴란드 해장 음식인데 수분 보충을 촉진하는 전해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갈증 해소를 돕는다.
수정과처럼 보이지만 마셔보면 콜라, 일명 ‘끓인 콜라’를 먹기도 한다. 당분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람들은 해장을 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끓인 ‘콜라차’를 마신다. 얇은 레몬이나 생강 등을 섞기도 한다. 안 끓이고 마시면 안 되냐고? 탄산이 약해진 위를 자극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꼭 끓여 드시길.
전문가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선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사 과정이 촉진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도 배출되기 때문. 또 하나, 숙취 해소제는 술 마시기 전보다 술을 마신 후에 먹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음주 전 마시면 오히려 과음을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숙취 해소 방법을 찾아보는 것보다 애초에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 두말하면 잔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