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1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교수들이 가운을 벗어 복도에 깔아놓고 있다. /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4개 의료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12일째로 접어들었으나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비수도권 수련 병원 등 10곳에 대해 3차 현장 조사를 실시해 파업에 참가한 전공의 등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반발에도 정부는 현장 조사를 확대해 고발 조치 등을 이어갈 방침으로 해석됐다.

31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로비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 70여명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 시간에 맞춰 검은 마스크를 쓰고 항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 했다. 연합뉴스

이에 집단 행동을 자제해오던 의대 교수들이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출산 휴가 중인 이대목동병원 소속 전공의에게 지난 28일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가 이날 뒤늦게 명령이 철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분노가 더 격화했다. 이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성명을 내고 “사랑하는 제자들인 전공의 중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우리 교수 일동은 사직을 포함한 모든 단체 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도 오는 7일 진료·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현장 조사가 이뤄진 대구에서는 경북대 등 의대 교수들이 현장 조사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계명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복지부 현장 조사를 반대하며 ‘제자들은 그냥 두고 교수부터 고발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전임의들도 이날부터 예고대로 업무 중단 및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다만 정부가 오늘(1일)부터 3일간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일주일 연기하면서 최악의 파국은 일단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