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일시 중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2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생과 임신부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인플루엔자(독감) 접종 계획을 전면 중단한다고 질병관리청이 21일 밤 긴급 발표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신을 저온에서 유통하는 과정(콜드 체인)에서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발견돼 선제적으로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은 생산부터 접종까지 냉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에서 또다른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이 백신의 품질 문제로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2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유통과정상 문제가 없는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뉴시스

만 13~18세 대상을 대상으로 접종하려고 했던 백신 물량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22일 시작하는 18세 이하 청소년·아동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연기하고, 8일 시작한 영아 2회 접종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질병청은 지난 8일 2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부터 접종을 시작했는데, 이들에게 공급한 백신은 중단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질병청은 이달 8일부터 독감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하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해 왔다. 이후 초·중·고교생과 임신부 등을 대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이 일정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백신 접종은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거쳐 재개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된 독감 백신에 대한 질병청이 검사를 의뢰하는 대로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한 시험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백신 품질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대량 폐기도 불가피하다. 올 가을·겨울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동시 유행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백신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은 연간 단위로 계획을 세워 공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확보가 어렵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야당의 전 국민 백신 접종 주장에 대해 “유정란, 세포 배양 시설에 대한 준비, 또 제조·검증에 시간이 걸려 지금 생산해도 내년 2~3월에 공급이 되고, 수입의 경우 대부분 5~6개월 전에 계약하기 때문에 추가 물량 확보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다. 정부가 코로나와 독감의 동시 유행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독감 예방접종 대상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서 안전성 여부 검사 후 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다. 질병청이 접종 개시일을 하루 앞두고 밤 늦게 접종 중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맘 카페 등에서 불안하다는 글들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