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에서 흰색 입자가 발견된 이후에도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은 국민이 약 6479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관련 신고를 경북 영덕군 소재 한 보건소에서 받고도 지난 9일에야 사용 중단 및 회수 조치를 했다. 당장 사용 중단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7~9일 동안 약 6500명에 달하는 국민이 해당 제조사 백신을 맞은 것이다. 해당 백신을 접종한 국민은 최소 1만7812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36.3%가 이상 신고 뒤에 백신을 맞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식약처와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7~9일 총 6479명이 흰색 침전물이 나온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신고는 6일 오후 2시쯤 식약처에 들어왔고 질병관리청도 신고 내용을 이날 공유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6일 오후 2시 영덕군 보건소로부터 백색입자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 긴급 수거·검사와 제조사에 대한 현장조사, 콜드체인 분석, 전문가 자문, 관련 제품 추가 수거검사 등을 10.9일 오후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사용중단 조치는 9일까지 내리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의심 백신이 나왔다는 사실도 회수가 결정된 지난 9일 오후 6시에야알렸다.
질병관리청은 “시간 단위 확인이 어려워 신고가 들어온 지난 6일 오후 2시 이후 몇명이 접종받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의원실에 답했다. 6일 오후 접종받은 인원까지 합치면 실제 접종 받은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식약처는 “보건소가 제출한 사진만으로는 백색입자의 종류, 해당 보건소에 국한된 문제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서 그 확인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눈에 보일 정도로 단백질 응집이 일어날 경우 백신 효능과 안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정부 대처가 너무 늦었다”고 했다.
흰색 침전물이 나온 이번 백신 관련 사용 금지 및 회수 조치는 상온 노출 의심 백식 당시와 비교해도 유독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앞서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578만명분 중 일부가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를 지난달 21일 받고 9시간 30분이 지난 당일 오후 11시에 사용 중단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한국백신 독감 백신에 대해서는 대처에 사흘 이상이 걸린 것이다.
정춘숙 의원은 “수거검사와 제조사 현장점검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종합할 때, 백색입자로 인한 효과와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식약처의 늑장대응으로 맞지 않아도 될 백색입자 독감백신을 국민이 접종받은 것”이라며 “코로나, 독감백신 상온 유통 등 국민이 ‘백신 안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알린 후 각종 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소상히 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