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남 남해군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청은 24일 “(지난 주말 신규 신고 3건을 포함) 16일부터 24일 오후 1시까지 48명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신고됐다”며 “하지만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매우 낮아 백신 접종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미국의 독감 백신 유행 당시의 사망률, 우리나라의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후 65세 이상 사망 신고 추이 등의 통계를 제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인과성과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맞은 이후 사망자가 발생하는 통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청장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3년 백신을 접종한 65∼74세 10만명당 11.3명이 접종 후 일주일 안에 사망했고 75세 이상은 10만명당 23.2명으로 사망률이 더 높았다.

독감백신 접종자 10만명 중 사망자, 접종후 사망자 연령대

또 국내에서도 지난 ’2019~2020 예방접종 절기(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65세 이상 668만명 가운데 접종 후 일주일 안에 사망한 경우는 1531명이다. 인구 10만명당 22.9명꼴이다. 올해(2020~2021 절기)의 경우 지난 24일 기준 1427만명의 접종자 가운데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48명이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더라도 올해의 상황을 아주 이례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 교수는 “한국은 미국 등 해외와 달리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았는데 올 들어 코로나 유행과 48만명분 상온 노출 사고, 61만5000명분 백색 침전물 발견 등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졌다”며 “보건 당국도 이런 일이 처음이고 10대 사망 사례까지 나오다 보니 국민 불안감을 조기에 잠재우지 못하고 주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접종-사망 간 인과성 매우 낮아"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피해조사 반장)은 “현재 ‘독감 예방접종을 해서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아직 예방접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24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 브리핑에서 정은경(가운데) 질병관리청장과 김중곤(왼쪽)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이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예방접종 사업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독감 예방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노출된 후 24시간 안에 전신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다. 질병청 관계자는 “접종 직후 몇 시간 이내에 사망해야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보는데 대부분 사망까지 하루 이상 걸렸고, 단시간 내 사망한 경우는 다른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우는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백신의 항체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는 신경계 질환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수주나 수개월에 걸쳐 근육 무력증이 나타나는 경우인데, 올해 접종 후 사망자 중에는 이런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2일 “일주일간 백신 접종을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지만,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의미가 아니라 인과관계 등을 더 조사한 뒤 판단하자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48명 가운데 같은 공장에서 같은 날 생산된 동일 제조번호(로트) 백신을 맞은 경우는 제조번호 기준 12건, 사망자 기준 27명이었다. 4명이 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백신 사용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정 청장은 전했다. 제조번호가 동일한 백신을 두 명 이상이 맞았더라도 사망자들 사이에서 백신 접종과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나타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 “독감 유행 예년보다 늦어, 몸 이상하면 접종 서두르지 마라”

정 청장은 이날 “우리나라에서 매년 3000여 명이 독감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며 “예방접종을 받아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다만 “인플루엔자 유행 수준이 예년보다 낮고, 유행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건강 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아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또 “앞으로는 사망 등 이상 반응 신고 사례를 지금처럼 매일 집계해 발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주 2~3회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열고, 신고 통계 및 심의 결과를 함께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