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조작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친다. 마우스를 움켜쥐고 위·아래로 돌리다 보면 손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요즘 가정용 밀폐 용기가 늘어서 주부들은 빡빡한 밀폐 용기를 열다가 손목이 삐끗하는 일도 잦다. 남자들은 근육 늘린다고 아령을 과도하게 돌리다 손목 인대 늘어나는 일이 흔하다. 바야흐로 손 수난 시대다.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손 건강 지켜야
지난 2010년 손목과 손 부위 인대 염좌(삐거나 염증 생긴 상태) 환자가 129만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47만명으로 늘었다. 손목 과사용에 따라 손이 붓고 통증을 느끼는 손목 터널 증후군 환자도 한 해 18만명이다. 일상에서 손 쉴 틈이 없으니 손이 남아날 리 없다. 해부학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는 양손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 옆으로 살짝 벌어진 상태다. 대개의 손목과 손 질환은 이렇지 않은 상태서 과사용하다 생긴다.
손 많이 쓸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일상생활하면서 손가락과 손목 운동 범위를 늘려주고 유연성을 키워주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자주 해야 한다. 그래야 과사용에 따른 부상이 적다. 미국 하버드의대와 미국 정형외과학회 권장 사안에 따르면, 하루에 3번 이상 손목 관절과 손가락을 최대로 펴거나, 흔들거나, 뒤엎는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그래픽 참조>.
작은 물건이나 테니스공을 잡고 엄지와 손가락에 골고루 힘을 써 움켜쥐어도, 근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 정지된 상태서 근력 쓰기다. 손을 쓰면 손이 붓는 손목 터널 증후군 증세가 있으면 손바닥과 손등을 반대로 힘껏 밀어주는 운동이 권장된다.
◇고령사회 복병, 손가락 휘는 질환
요즘 정형외과에는 특별히 다치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이 안으로 말리듯 휘어졌다고 오는 50대 후반~70대 환자들이 늘었다. 우상현(W병원 원장) 수부외과 전문의는 “최근 들어 손가락이 휘어서 굳어 버린 서양인들에게 많았던 '듀피트렌(Dupuytren) 구축 환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고 했다. 이 병은 듀피트렌이라는 프랑스 의사가 발견한 것으로, 손가락 피부밑 결합 조직과 근막이 딱딱해지고 뒤엉켜서 손가락 움직이는 인대 주변을 뭉개놓은 현상이다.
손바닥 쪽 손가락에 끈 같은 딱딱한 살이 만져진다. 60대 이상에 많고, 통증은 거의 없다. 우 원장은 손가락 구축이 오기 시작하면 ▲깍지를 끼고 앞으로 밀며 손가락을 펴거나 ▲앉아 있을 때 엉덩이 밑으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손을 넣어 손가락을 지그시 눌러서 펴는 스트레칭을 권한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모양으로 구부러지는 방아쇠 수지도 운동 기구를 손가락을 쥐고 흔드는 골프·배드민턴·테니스 동호인이 늘면서 증가하고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 손가락·발가락 변형 환자가 한 해 8만명에 이른다.
방아쇠 수지는 도르래처럼 손가락 인대를 잡아서 손가락 관절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는 활차가 두꺼워진 현상이다. 외부 운동 자극 등으로 활차와 손가락 인대를 지나가는 터널이 좁고 딱딱해진다. 통로 안에서 줄이 당겨졌다 펴졌다 하는 동작에 윤활유가 사라져 뻑뻑해진 것과 같다. 초기에 굽은 손가락을 밀어서 펴면 딸깍거리며 펴지나 나중에는 굳는다. 두꺼워진 관절 부위를 누르면 대개 통증을 느낀다. 박종웅(고려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대한수부학회장은 “초기에는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여 휜 손가락을 어느 정도 펼 수 있다”며 “운동 기구를 자주 움켜쥐거나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자주 손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