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임상 3상 시험 중인 신종 코로나 백신 중 5사(社) 제품을 대상으로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제조사와 도입 물량을 빠르면 이달 말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국내 인구의 20%인 1000만명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라 현재 논의하는 것은 추가로 40%인 2000만명분을 어느 백신으로 선구매하느냐는 문제다.

◇”백신 선택은 5차 방정식”

성백린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단장(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은 “백신 선택은 효능과 안전성은 물론 가격, 보관·유통(콜드체인), 공급 가능 시기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하는 5차 방정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구매 협상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5개 (모두 3상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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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자문위 등 전문가들은 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 중에서 하나,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중에서 하나 등과 같이 다른 플랫폼으로 2~3개 백신을 선택하자는 것이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와 모더나 중에서는 화이자는 가격 면에서, 모더나는 보관·유통 면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고 한 자문위원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경우도 아스트라제네카는 저렴한 가격(4달러)과 국내에서 위탁 생산한다는 장점이, 존슨앤드존슨은 다른 백신이 2회 접종인 것과 달리 1회만 접종하는 장점이 있어서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9일 국제보건의료재단 포럼에 참석해 “아마도 내년 1분기에는 백신을 손에 쥐고 2분기에는 국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이었는데, 그 시기를 다소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공급을 서두른 미국이나 일본, EU와 달리 한국은 훨씬 신중한 편이라고 보도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조급하게 굴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협상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화이자·모더나에서도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하는 상황으로 우리가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백신 나와도 18세 미만은 접종 못 해

정부가 백신을 선구매해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백신을 맞을 수 없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3상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화이자 등 일부 백신은 고령층을 대상으로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단계여서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별도 임상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이날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령층에도 청장년층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둘 다 제조 경험이 부족한 신기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청난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방식으로 상용화 백신을 만드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내년까지 13억5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중 90%는 이미 선구매 주문을 받아놓았다. 모더나 백신도 내년까지 5억~10억회분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인데, 미국에서만 5억회분(4억회분은 추가 구입 가능)을 확보해둔 상태다.

화이자를 선택할 경우 영하 70도로 보관해야 하는 것도 난제 중 하나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30일 보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더나 백신은 동네 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지만,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보관 시설을 갖출 수 있는 대학병원에서 맞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