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각)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이르면 올해 중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에이자 장관은 “우리는 이제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백신 2종류를 확보했다”며 이 백신들을 몇 주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배포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말까지는 백신 2종류 약 4000만회 투여분이 FDA 승인을 받으면 배포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미국인 약 20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95% 면역 효과를 보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이 이르면 몇 주 내 승인받아 공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재유행… 美선 화장지 사재기, 獨선 봉쇄반대 시위 - 18일(현지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마트 화장지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위 사진). 최근 코로나 신규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미국에선 다시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월마트 등 미 유통 업체는 화장지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했다. 같은 날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서 열린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아래 사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시위대 7000여 명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물대포로 해산을 시도했다. 독일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는 86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2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화이자는 다음 달 중순쯤, 모더나는 그보다 7~10일 뒤면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미국 복지부 관리들은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크리스마스 전에 백신 유통과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엔테크의 우구어 자힌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각) “긴급사용 신청 서류를 20일 FDA에 제출할 것이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음 달 중순 승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등장이 임박했지만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확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17일 하루 1707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인용해 CNN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에서 5월 14일(1774명) 이후 하루 코로나19 사망자로는 가장 많은 것으로, 1분당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셈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코로나 현황

국내에서도 소규모 집단 감염이 급증하면서 하루 확진자가 300명대로 늘어났다. 18일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343명으로 지난 17일(313명)에 이어 이틀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27일(371명) 이후 83일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해외 입국 사례(50명)를 제외한 국내 감염 사례만 293명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이날 하루 확진자 107명이 나와 8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동창·가족 모임과 사우나, 교회, 절 등 일상 공간에서 전국적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확산하면서 병원이나 생활 치료 시설에 격리 중인 환자가 19일 3000명을 넘어섰다.

아스트라·화이자 “고령층에도 효과”… 정부, 내년 2분기 접종 기대

정부가 “현재 임상 3상 시험 중인 신종 코로나 백신 중 5사(社) 제품을 대상으로 도입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제조사와 도입 물량을 빠르면 이달 말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국내 인구의 20%인 1000만명분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라 현재 논의하는 것은 추가로 40%인 2000만명분을 어느 백신으로 선구매하느냐는 문제다.

◇”백신 선택은 5차 방정식”

성백린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단장(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은 “백신 선택은 효능과 안전성은 물론 가격, 보관·유통(콜드체인), 공급 가능 시기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하는 5차 방정식”이라고 말했다.

백신 자문위 등 전문가들은 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 중에서 하나,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중에서 하나 등과 같이 다른 플랫폼으로 2~3개 백신을 선택하자는 것이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와 모더나 중에서는 화이자는 가격 면에서, 모더나는 보관·유통 면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고 한 자문위원은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경우도 아스트라제네카는 저렴한 가격(4달러)과 국내에서 위탁 생산한다는 장점이, 존슨앤드존슨은 다른 백신이 2회 접종인 것과 달리 1회만 접종하는 장점이 있어서 어떤 백신을 선택할지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정부가 구매 협상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5개 (모두 3상 단계)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9일 국제보건의료재단 포럼에 참석해 “아마도 내년 1분기에는 백신을 손에 쥐고 2분기에는 국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이었는데, 그 시기를 다소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공급을 서두른 미국이나 일본, EU와 달리 한국은 훨씬 신중한 편이라고 보도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조급하게 굴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협상을 하고 있다”며 “오히려 화이자·모더나에서도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하는 상황으로 우리가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백신 나와도 18세 미만은 접종 못 해

정부가 백신을 선구매해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백신을 맞을 수 없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행하는 3상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화이자 등 일부 백신은 고령층을 대상으로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단계여서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한 별도 임상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는 이날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령층에도 청장년층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둘 다 제조 경험이 부족한 신기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청난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방식으로 상용화 백신을 만드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내년까지 13억5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중 90%는 이미 선구매 주문을 받아놓았다. 모더나 백신도 내년까지 5억~10억회분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인데, 미국에서만 5억회분(4억회분은 추가 구입 가능)을 확보해둔 상태다.

화이자를 선택할 경우 영하 70도로 보관해야 하는 것도 난제 중 하나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30일 보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더나 백신은 동네 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지만,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보관 시설을 갖출 수 있는 대학병원에서 맞아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