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19일 사흘 연속 300명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방역 당국이 “세 번째 유행”을 공식화했다. 신천지 교회 집단감염 여파로 번진 지난 2~3월 1차 유행과 수도권 교회, 서울 도심 집회 중심으로 확산된 지난 8월 2차 유행을 거치면서 정부가 마련한 방역 체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거리 두기를 조정하면서 스스로 정한 거리 두기 원칙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정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느슨해진 거리 두기 문화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격상은 늦었고, 완화는 성급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8일 1, 2, 3단계의 세 단계 거리 두기 방안을 발표하면서, 2주간 하루 평균 50명 이상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올 경우 2단계로 격상한다고 했다. 이후 지난 8월 16일 처음으로 직전 2주간(8월 2~15일) 하루 평균 확진자가 53.1명으로 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는 “확진자수 50명 이상은 참고 지표일 뿐”이라며 2단계를 실시하지 않았다. 대신 16일 서울·경기에 프로 스포츠 무관중 전환 등 2단계 일부 조치를 내렸고, 19일 수도권 전역에 노래방, 유흥시설 운영 중단 등 2단계를 실시했다. 엿새 뒤인 22일에야 “8월 23일부터 전국의 거리 두기 2단계를 실시한다”고 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정부는 “2단계인 거리 두기 수준을 10월 12일부터 1단계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2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50명 미만’이라는 1단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거리 두기 수준을 낮췄다. 직전 2주일(9월 27일~10월 10일) 하루 평균 지역 감염은 57.4명으로 50명을 웃돌았다.
지난 7일 다섯 단계 거리 두기 개편 이후에도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전국 평균 확진자수 대신 지역별 확진자 규모에 따라 거리 두기를 1, 1.5, 2, 2.5, 3단계로 조정하기로 했다.
14일 강원도에서 직전 일주일간(7~13일) 하루 평균 11.1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강원은 10명 이상이면 1.5단계로 격상한다. 하지만 정부는 “영서(嶺西·대관령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격상을 미루다가 사흘 뒤인 17일에야 철원, 원주 지역에 한정해 1.5단계를 발표했다. 수도권은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19일부터 거리 두기 1.5단계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인천은 격상 시기를 23일로 늦췄고, 강화·옹진은 뺐다.
◇감염학회 ”확진자 1000명 육박할 수도”
감염학회, 예방의학회 등 의료 전문가 단체 11곳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효과적 조치 없이 1∼2주 경과하면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거리 두기 상향을 포함하는 방역 조치를 조기에 강력하게 적용해야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9이런 가운데 21일 열리는 중·고교 교사 임용 필기시험을 하루 앞두고 체육교사 임용시험 수험생들이 다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에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 당국은 이들과 같은 건물에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600여 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의 환경부 공무원이 20일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3월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이후 8개월 만에 세종청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이 밖에도 19일 러시아 냉동냉장선 두 척에서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부산항 입항 외국 선박에서 확진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19일 부산항 입항 외국 선박에서 나온 확진자만 7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