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이 넘어서면, 다들 고혈압약 하나씩은 먹는다. 지난해 고혈압으로 병·의원서 진료를 받은 이가 627만명이다. 전체 인구 다섯 중 한 명꼴로 고혈압 환자이니, 가히 ‘국민병’이다. 나이 들어 처음으로 매일 약을 먹게 되는 게 고혈압약이지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약을 안 먹고 혈압을 낮출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고혈압 단계에 따른 행동 방침
심장 박동수는 손으로 맥을 짚어서 느낄 수 있지만, 혈압은 감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혈압의 위험성을 잘 모르게 된다. 혈압은 심장이 전신에 피를 돌리는 압력이다. 수축기 혈압은 박동할 때의 압력이고, 이완기는 심장이 피를 받아들이기 위해 펴질 때의 압력이다. 고혈압이 있다는 것은 심장이 힘들게 세게 박동을 하느라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고혈압은 각종 장기에 전달돼, 마치 권투로 치면 심장 박동 때마다 잽을 맞는 것과 같다. 방치된 고혈압은 심부전, 뇌출혈, 만성 신부전 등으로 이어진다.
정상 수축기 혈압은 120(mmHg) 미만이고, 이완기는 80 미만이다<그래픽 참조>. 수축기가 1초라면 이완기는 2초다. 따라서 이완기에 영향을 받는 시간이 두 배 많기에 이완기 혈압 높은 게 더 안 좋다. 수축기 혈압이 140 이상이거나 이완기가 90 이상이면 일단 혈압을 낮추는 한 가지 약제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그 이전 단계에서는 생활 요법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그 단계에서도 약 복용을 먼저 하는 게 권장된다. 수축기가 180, 이완기 120 이상이면, 고혈압성 위기 상황으로 당장 의사를 만나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약 없이 혈압 떨어뜨리는 방법
과체중인 경우 살 빼기 효과가 크다. 사람마다 정도 차이가 있지만, 체중 10㎏을 줄이면 혈압이 5~20(mmHg)이 내려간다. 평균적으로 1㎏에 최대 혈압 1씩 준다.
가장 큰 폭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은 식사법이다. 이른바 DASH 식사다. 고혈압을 멈추는 식사법(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이라는 뜻이다. 이를 잘 실천하면 혈압 11 정도가 준다. DASH 식사 핵심은 소금 즉 나트륨을 식탁서 빼는 것이다. 동시에 혈압을 낮추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아울러 백미 대신 잡곡을 먹고, 지방 섞인 고기 대신 저지방 단백질 생선을 먹고, 칼륨이 많은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챙겨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소금과 간장에 절인 음식을 많이 먹어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한국인은 특히나 혈압 떨구는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칼륨은 고구마, 감자, 요구르트, 콩, 참치, 바나나, 시금치, 우유, 토마토, 포도 등에 많다. 나트륨 대비 칼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은 바나나, 검은 콩, 오렌지, 포도주스, 대두, 땅콩, 아보카도, 감자, 토마토 순이다. 야채를 절이면 칼륨이 빠져나가니 살짝 데치거나 날로 먹는 게 좋다.
이 밖에 하루 30분 운동을 하면 혈압이 4~8, 금연은 2~8, 명상이나 요가는 2~3 정도 낮춘다. 이 같은 생활 요법을 잘 실천하면 혈압이 20 정도까지 떨어져 약물 효과에 버금간다.
하지만 이미 고혈압 후유증이 온 사람은 반드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김성권 서울대 신장내과 명예교수는 “고혈압으로 심장이 커졌다고 하고, 신장 기능이 떨어졌고, 망막에 변화가 왔고, 동맥경화가 심한 경우는 반드시 약물로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차이인 맥압이 60 넘게 벌어진 경우도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